비영리 사단법인으로 한국 축구에 봉사하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차범근 축구교실’이 각종 비리에 휩싸였다.
17일 밤 MBC ‘시사매거진 2580’을 통해 차범근 축구교실에서 해고당한 전 코치의 폭로가 전파를 타면서 논란이 뜨겁다.
전 코치인 노씨는 방송을 통해 차범근 축구교실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다 퇴직금도 못 받은 채 해고당했다고 밝혔다.
노씨는 “10년 동안 차범근 축구교실에서 일하며 상가 월세 관리부터 차 감독 가정에 관련된 모든 잔심부름까지 다해왔다. 그런데 부당한 이유로 퇴직금도 못 받고 해고됐다”고 항의했다.
노씨에 따르면 그는 차범근씨 아들의 동원훈련 불참사유서를 직접 쓰거나, 차 감독 손자의 교복을 전달하고자 인천공항을 찾는 등 개인 비서 겸 집사 역할을 했다. 그는 차 전 감독의 돈 2,700만원을 쓴 사실이 문제가 돼 지난해 해고됐고, 돈을 다 갚은 뒤 상가 관리와 집사 업무에 대한 급여를 받아야겠다며 소송을 걸었다. 이에 차 전 감독 측은 법원에서 “노 코치가 원해서 한 일이라 따로 돈을 줄 필요가 없다”며 “고마움의 표시로 매달 30만원을 챙겨줬다”고 밝혔다.
또한 노씨 뿐 아니라 다른 코치들 모두 퇴직금을 정상적으로 지급 받지 못했으며, 노동청에 신고를 제기한 단 3명만이 신고 후 퇴직금을 지급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차 전 감독의 아내 오은미씨는 “초기 상황이 열악했을 때 행정상의 문제일 뿐 그 이후에는 정상적으로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퇴직금은 정상적으로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차 전 감독은 무상으로 후원받은 유니폼을 회원들에게 판매하고, 그 수입을 직원들의 월급을 주는 데 사용했다. 직원들 중에는 지인이나 친인척도 있었으며 이들은 출근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차범근 축구교실은 서울시의 허가를 받아 매달 220만원의 저렴한 사용료로 이촌동 한강 축구장을 빌려 쓰고 있다. 따라서 수강료도 서울시 기준에 부합해야 하지만, 수강료는 서울시 기준을 웃돌았다. 서울시는 수강료를 1시간 기준 주 1회 월 4만원, 주 2회 6만원, 주 3회 7만원으로 규정했지만, 차범근 축구교실은 수강료로 주 1회 월 5만원, 주 3회 월 12만~13만원을 받고있었다. 이에 서울시는 축구교실 측에 위약금을 부과했으나, 단속 후에도 여전히 주 3회 기준 7만원의 두배인 14만원을 받고 있어 시정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축구의 자존심으로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았던 차범근 전 감독의 이러한 행보에 실망의 목소리는 쉽게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정승희인턴기자 jsh040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