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외국인 투자가 엑소더스 막자"...터키중앙銀, 유동성 무한공급

은행에 무이자 유동성 지원

터키 정부가 지난 15일 발생한 군부 쿠데타로 인한 시장 동요를 막기 위해 무제한 유동성 공급 카드를 꺼내 들었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터키 중앙은행(TCMB)은 전날 “금융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은행들에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월요일인 이날 증권시장 개장을 앞두고 리라화 폭락을 예상한 외국인투자가들의 엑소더스를 막기 위한 사전조치로 풀이된다. 유동성은 하루 동안 무이자로 공급되며 은행들이 외화예금을 담보로 터키리라화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빌리는 것도 허용하기로 했다. 무라트 첸틴카야 터키 중앙은행 총재는 국제 투자가들과의 전화회의 일정도 잡아놓았다.

앞서 터키 경제정책의 수장인 메흐메트 심셰크 부총리는 트위터에서 “쿠데타 시도를 격퇴한 뒤 빠르게 정상화하고 있다”며 “터키의 경제 펀더멘털은 탄탄하다”고 밝혔다. 그는 외환시장 개입과 관련해 “리라화 가치 방어를 위해 시장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일단 시장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며 “쿠데타가 단시간에 진압됐기 때문에 외국인투자가들의 신뢰가 금세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리라·달러 환율은 쿠데타가 발생한 15일 3.015리라로 4.8% 급등(리라화 가치 하락)했다. 하루 변동폭으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쿠데타가 불과 6시간 만에 진압되면서 대규모 혼란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외국인투자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터키 자본시장의 특성을 감안하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올 들어 5월까지 터키 자본시장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 160억달러의 대부분인 135억달러는 언제든 외국으로 유출될 수 있는 핫머니로 파악된다. 핫머니 유출에 대응할 터키 정부의 실탄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터키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은 300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해 외국인 자금 유출이 장기화될 경우 달러 지급이 정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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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투자가의 불안감은 실물 부문에서도 마찬가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현지 다국적기업들이 심각한 영업 차질이나 인력철수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지만 만일에 대비해 비상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소재 항공기 서비스 업체 에어파트너 측은 “현지 기업의 철수가 결정되면 즉각 전용기 지원에 나서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들도 경영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터키에 공장을 둔 도요타는 쿠데타로 생산을 일시 중단했으며 미쓰비시전기 등도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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