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제조업 리스타트]괴짜도 인정받는 조직이라야 소프트웨어 역량 큰다

4차산업혁명 핵심 AI분야

SW역량이 가장 중요한데

기업 상명하복 문화가 발목

능력발휘 환경 조성해줘야



‘학습 알고리즘에 1,200여개의 중앙처리장치(CPU) 등이 결합된 병렬처리, 대량의 데이터 관리방법, 소프트웨어 개발기법.’

이세돌 9단과 대국을 벌여 세계적 이슈를 만들었던 인공지능(AI) ‘알파고’에 대한 얘기다. 알파고의 핵심은 결국 알고리즘에 대한 연구와 소프트웨어 역량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면서 스마트카를 비롯해 모든 전자제품에 들어갈 수 있는 AI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어떨까. AI 소프트웨어만 해도 이미 약 40개의 딥러닝 알고리즘이 공개됐지만 AI 경쟁력은 아직 구글 등에 비해 한참 뒤떨어진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AI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자체에 대한 중요성을 모르고 그에 따라 소프트웨어 역량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 기업경영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산업이 AI와 사물인터넷(IoT)이라는 양대 축으로 진행될 것으로 확신한다. 혁신은 곧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정의된다.

제조업뿐 아니라 에너지·의료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변화가 올 것이고 기업 대응전략도 그에 맞춰 달라져야 한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스마트홈과 스마트카로 대변되는 스마트 시대의 핵심역량 중 하나는 바로 소프트웨어인 셈이다.


국내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스마트폰과 IoT·가전·바이오를 주력사업으로 하는 삼성은 소프트웨어 역량이 절실하다. 최근 내부적으로 소프트웨어 역량에 대한 자아비판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자와 통신사업을 주로 하는 LG나 SK도 상황은 비슷하다. 스마트홈이나 통신 서비스와 연관된 스마트 사회 구현에는 소프트웨어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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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는 SK㈜ C&C가 AI 사업을 준비하고 있고 현대자동차그룹도 스마트카 시대를 감안하면 자동차 운영체계(OS)를 위한 자체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가 필수다.

상황은 이렇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내 최고 기업이라는 삼성도 구글에 비하면 소프트웨어 역량이 100분의 1이라는 게 삼성의 자체 판단이다. 10대 그룹의 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이 이런데 다른 곳은 어떻겠나. 소프트웨어 얘기만 나오면 겁이 날 정도”라고 털어놓았다.

그렇다면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려면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우선 기업 자체적으로 소프트웨어 인력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정보기술(IT) 회사들은 자유로운 근무환경에서 직원들이 엉뚱한 아이디어까지 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괴짜가 인정받을 수 있는 회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전산 계열사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분야에 역량이 있다고 해서 입사해도 보고업무와 상사의 눈치에 제대로 된 아이디어 한번 못 낼 때가 많다”며 “임원과 CEO부터 소프트웨어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기업들과 글로벌 주요 업체들 간 소프트웨어 격차가 워낙 큰 만큼 인수합병(M&A)으로 따라잡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구글이 인수한 딥마인드를 우리나라 기업이 인수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며 “공격적 M&A로 치고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회와 정부 차원의 지원도 절실하다. 국가미래연구원에 따르면 한해 미국 스탠퍼드대 컴퓨터과학과에 입학하는 학생은 660명 수준이지만 서울대는 55명에 불과하다. 영국만 해도 소프트웨어 교육을 가장 먼저 도입해 지난 2014년을 ‘코드의 해’로 정한 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컴퓨터 교육을 의무 실시하고 있다. 미국은 1월 모든 학생에게 소프트웨어를 가르치는 ‘모두를 위한 컴퓨터 과학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일본과 중국·이스라엘도 소프트웨어 교육을 국가 차원에서 강조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중학생은 오는 2018년, 초등학생은 2019년부터 소프트웨어 관련 교육을 받게 된다. 한발 늦었다는 말이다.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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