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쿠데타 이후 '새로운 터키'...중동 리스크로 급부상

에르도안 정권, 민심 등에 업고

군부·법조계·언론 등 탄압

일당독재·이슬람주의로 회귀

푸틴 러 대통령과 내달 회동 등

외교정책에도 큰 변화 조짐

"난민문제 등 협력 불가피한데..."

서구국가 심각한 딜레마 빠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이스탄불 파티흐 이슬람 사원에서 열린 쿠데타 희생자 장례식에 참석해 눈물을 닦고 있다.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모든 국가기관에서 암세포처럼 퍼지고 있는 바이러스를 박멸하겠다”며 ‘피의 숙청’을 예고했다.  /이스탄불=UPI연합뉴스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이스탄불 파티흐 이슬람 사원에서 열린 쿠데타 희생자 장례식에 참석해 눈물을 닦고 있다.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모든 국가기관에서 암세포처럼 퍼지고 있는 바이러스를 박멸하겠다”며 ‘피의 숙청’을 예고했다. /이스탄불=UPI연합뉴스


군부 쿠데타 진압 이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설계하는 ‘새로운 터키’가 서방 국가들의 새로운 중동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주말 사이 쿠데타 연루 혐의로 총 6,000여명에 달하는 군부와 법조계 인사들을 체포하는 등 정권 반대세력에 대한 대규모 ‘숙청’을 예고하며 독재와 탄압정치의 막을 열었다. 게다가 에르도안의 독재화와 ‘보복정치’에 대한 서구의 견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터키가 대(對)러시아 관계개선 속도를 높이면서 외교정책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발생한 쿠데타 진압 이후 약속한 ‘새로운 터키’는 국가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되고 세속주의 엘리트 집단이 정치적 세력을 잃게 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와는 근본적인 차이를 보일 것이라고 18일 보도했다. 서구와 이슬람권을 이어주는 민주주의 국가 대신 일당독재와 이슬람주의 회귀로 특징지어질 터키의 향후 행보는 테러 및 난민사태 해결이라는 현실적 문제와 민주주의 가치 수호라는 두 선택지에 낀 서구 국가들에 심각한 딜레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구에서는 이미 에르도안이 쿠데타에 반대하는 민심을 등에 업고 군부와 야당·법조계·언론까지 표적으로 삼는 강경한 탄압정치에 박차를 가하면서 독재체제의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런던 소재 헤르메스자산운용의 개리 그린버그 신흥시장책임자는 “다원주의와 세속주의, 현대적 사회라는 (터키의) 유산이 사라지면서 일당 민주주의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7일 사설에서 “선출된 독재정권을 경계하라”며 에르도안 정권이 향하는 선출된 독재체제가 군부독재 못지않게 위험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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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달라지는 터키의 모습에도 서구 국가들 입장에서는 시리아 사태와 극단주의 이슬람 세력과의 ‘테러와의 전쟁’, 유럽으로 쏟아지는 난민 문제 등 복잡하게 뒤얽힌 중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터키와의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에르도안이 제시하는 ‘새로운 터키’는 중동과 유럽의 새로운 지정학적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번 쿠데타가 EU에 미치게 될 영향에 대해 “이번 위기 이후 터키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이번 사건의) 결과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터키뿐 아니라 이 지역 전체와 EU·터키의 관계에서 핵심적 문제 ”라며 ‘새로운 터키’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EU는 1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28개 회원국 외교장관 회의를 열어 민주화에 역행하는 터키의 ‘보복정치’와 향후 EU와의 관계에 대해 논의했다.

이런 가운데 에르도안 대통령이 다음달 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동하기로 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향후 터키의 외교정책 변화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은 이날 대통령실 관리들의 말을 인용, 푸틴 대통령이 쿠데타 시도와 관련해 터키 정부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히면서 정상회의 개최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두 정상 간 회동은 지난해 11월 터키 공군이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하면서 양국 관계가 악화된 이후 처음이다. 두 정상은 지난달 잠정적으로 정상회담을 약속하기는 했지만 쿠데타 진입 직후에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됐다는 점에서 에르도안이 자신의 정적인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 송환 문제에 응하지 않으면서 법치·인권수호 등을 거론하며 압박하는 미국 등 서구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 위해 친러 행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불러일으킨다.

/신경립기자 klsin@sedaily.com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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