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가난의 습관 버리고 노후대비 장기투자를”



존 리(58·사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개인소유 차량이 없다. 출퇴근 때는 물론 잦은 강의를 다닐 때도 검은 백팩을 둘러메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대중교통이 우수한데 자가용은 낭비라는 생각에서다. 회사에서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타는 직원이라도 만나면 가난의 습관을 당장 버리라고 일침을 놓는다.

존 리 대표는 최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가 방송작가를 대상으로 마련한 금융특강에서 “우리는 단지 부자처럼 보이기 위해 가난해지려고 부단히 노력한다”며 “길고 긴 노후가 지옥이 되지 않게 하려면 낭비습관을 끊고 투자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라자드자산운용, 도이치투신운용 등에서 오랜 펀드매니저 생활을 접고 2013년 귀국한 그가 가장 먼저 충격받은 것은 준비 없는 노후와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소비행태다. 그는 “우리나라의 노후 준비수준은 미얀마에도 뒤질 만큼 전세계 최하위”라며 “차량·명품 구매부터 자녀 학원·과외비까지 온통 현재만을 위한 소비가 그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자녀교육 올인은 노인빈곤을 앞당기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존 리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가령 매월 들어가는 학원·과외비 300만~400만원을 주식에 꾸준히 투자하면 15년 후 추정가치가 80억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녀를 공부밖에 모르는 바보로 만들지, 자본가로 키울지는 부모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노후준비의 집단적 회피증을 조금이라고 완화하려면 습관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존 리 대표의 진단이다. 그는 “월급의 5~10% 정도를 기계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며 “자녀들에게도 돈이 스스로 일하게 만들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원리를 가르치고 유태인처럼 부모와 함께 주식투자 하는 조기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단기수익을 좇는 매매습관도 꼬집었다. 1979년 연세대 경제학과 2학년 재학 중 돌연 자퇴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존 리 대표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어렵게 대학교를 마친 후 첫 펀드매니저로 발 디딘 곳이 100년 전통의 스커더스티븐슨앤드클라크 자산운용이다. 그는 그곳에서 ‘주식을 파는 순간 애초부터 사지 말았어야 하는 주식이 된다’는 철학을 배웠다. 그는 “사실 귀국하고 한국증권계에 들어 온후 손절매란 용어를 처음 들어봤다”며 “주가 등락을 예측하는 것은 도박행위와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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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수장이 된 후 2년만에 기업 자산은 600억원에서 4조원으로 수직성장을 이뤘지만 주식 매매회전율은 업계 최하위권이다.

그는 “주식은 파는 게 아니라 모으는 것”이라며 “장기투자는 개인 노후대비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말처럼 주식을 사는 것은 그 기업과 동업을 의미한다”며 “기업을 공부하고 건강한 기업으로 분석됐다면 단기 외부변수에 흔들리지 말고 끈기를 갖고 투자해야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존 리 대표는 우리의 천편일률적이고 일방적인 소비·기업문화를 감옥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 감옥을 탈피하려면 경제권을 쥐고 있는 여성들과 금융이 제대로 역할을 해야한다”며 “습관과 기업을 바꾸지 않으면 한국은 길이 없다”고 말했다. 또 “시간은 장기투자를 시작한 사람의 편”이라며 “부자되는 연습을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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