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기준금리 또 내릴라.. 예금거치기간 늘리는 자산가들

"통장 갈아타면 되레 손해

현재 이자라도 받는게 유리"

5월 2년미만 정기예금잔액

전달보다 3조 가까이 늘어



3개월 주기로 정기예금을 굴려왔던 자산가 박은호(가명)씨는 얼마 전 만기가 돌아온 예금 30억원을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에 넣었다. 마땅한 투자처가 발견되지 않는데다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때문에 현재 은행 금리라도 꾸준히 받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박씨는 “시장도 불확실한데다 주가연계증권(ELS)과 같은 대안 상품은 위험성이 커 보다 높은 금리를 받기 위해 예치 기간을 길게 가져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산가들이 최근 들어 예금 운용 주기를 긴 호흡으로 가져가고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등의 이슈로 미국 기준금리 인상 여부가 불확실해진 반면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은 되레 높아짐에 따라 자금운용 전략을 수정하고 있는 것이다. 일선 프라이빗뱅킹(PB) 센터에 따르면 자금을 단기로 운용하며 추가 투자처를 물색하던 이전 방식에서 벗어나 예금 거치 기간을 늘려 현 수준의 이자라도 확보하겠다는 자산가들이 차츰 늘고 있는 모습이다.


18일 한국은행 통계를 살펴보면 올 들어 꾸준히 감소 추세에 있던 만기 1년 이상 2년 미만 정기예금 잔액이 지난 5월 처음으로 반등했다. 5월의 1년 이상 2년 미만 정기예금 잔액은 345조4,728억원으로 전달의 342조7,053억원과 비교해 3조원 가까이 늘었다. 최근 몇 년간 꾸준히 감소하던 만기 3년 이상 정기예금 또한 올 들어 계속 늘어 5월에는 올 초 대비 4,000억원 이상 증가한 17조5,734억원을 기록하는 등 만기가 긴 예금에 자금이 다시 몰리고 있다. 반면 만기 6개월 미만 정기예금 잔액은 5월 69조6,950억원을 기록하며 올 초 대비 5,000억원 이상 줄었다. 특히 지난해 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에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기는커녕 오히려 금리를 낮춘 것이 이 같은 현상을 부채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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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두 KB국민은행 도곡스타지점 PB팀장은 “정기예금을 선호하는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향후 금리가 추가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 때문에 최근 들어 1년 이상 정기예금을 선호하는 추세”라며 “금액을 여러 통장에 나눠 예치하는 자산가들 또한 장기 예금 비중을 늘리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박지연 신한PWM파이낸스센터 PB팀장 또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자금을 조금 더 길게 예치했어야 했다는 고객의 한탄을 종종 들을 수 있다”며 “향후 금리 추이를 감안하면 만기 1년 이상의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인 듯하다”고 밝혔다.

실제 시중은행들은 6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아 정기예금 금리를 0.2~0.3%포인트가량 낮추는 등 시장 금리 하락세가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향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경우 정기예금 금리가 또다시 0.2~0.3%포인트가량 떨어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금리 반등 요소가 생기기 전까지는 만기를 길게 가져가는 것이 유리한 셈이다. 무엇보다 은행들은 1년 만기 정기예금에 대해서는 6개월 만기 정기예금 대비 0.1~0.2%포인트가량의 금리를 더 제공해 단순히 금리만 따져도 장기 거치가 유리하다. 시중은행 강남지점의 한 PB는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한편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여전히 조심스러워하는 자산가들이 많아 만기가 긴 예금 상품에 뭉칫돈이 더욱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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