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김영란법이 바꾼 관가 풍경]9월28일 전 때 이른 송년회...전직 관료와의 만남은 "사양할게요"

"법 시행 첫 적발대상 될라"

28일이후 저녁 약속 사라질듯

퇴직 선배들이 밥 산다해도

"괜한 청탁 오해 살라" 손사래

'공무원 신고' 파파라치 기승

식당 '김영란법 메뉴' 출시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이 약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관가에 벌써부터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언론인 등이 직무 관련인에게 3만원 이상의 식사 대접을 받을 수 없고 어길 시 과태료를 내는 것이다. 5만원 이상의 선물, 10만원이 넘는 경조사비를 받는 것도 과태료 부과 대상이지만 관가에서는 매일 먹는 식사 비용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우선 공무원들은 법 시행일인 오는 9월28일 이후로는 저녁 약속을 되도록 잡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세종시 중앙부처의 한 공무원은 “일단 시행되고 나서 첫 타자로 걸리게 되면 ‘시범사례’라는 상징성이 있어 만만치 않은 대가를 치를 것 같다”며 “저녁 약속은 9월28일 이전에 잡고 그 이후로는 아예 잡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혹여나 적발될 수 있으므로 여지 자체를 남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공무원은 “가뜩이나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민중은 개·돼지’ 발언으로 공무원에 대한 국민감정이 좋지 않아 적발되면 어떤 후폭풍이 있을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인들과 9월에 약속을 잡으면서 ‘그날을 송년회로 삼자’고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김영란법으로 때아닌 ‘9월의 송년회’가 열리는 셈이다.


공무원들은 OB(old boy·퇴임한 전직 관료)와의 만남도 손사래를 치고 있다. 관가에서는 가끔 OB가 후배들에게 밥을 사며 정책 조언 및 격려를 하고 후배는 정책 고민거리를 털어놓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다른 중앙부처의 한 공무원은 “OB가 와서 밥을 사준다고 하면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것을 청탁하러 오는 것 아니냐고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그렇다고 우리나라 정서상 각자 계산하는 것도 어색해 OB와의 만남도 시들해질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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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을 어기는 것을 제보하는 ‘파파라치’도 탄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예를 들어 한 끼 식사가 3만원을 훌쩍 넘는 한우 전문점 등에서 공무원 행색의 사람들이 김영란법을 어기는지 집중적으로 포착해 신고하는 사람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되고 있다. 한 공무원은 “공무원은 행색이 다 비슷해 티가 나기 마련”이라며 “파파라치도 기승을 부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저녁보다는 점심 약속자리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저녁 자리에서 삼겹살에 소주와 맥주를 먹어도 법정 상한선인 3만원을 가뿐히 넘긴다. 반면 점심에 술을 먹지 않으면 3만원 이내에서 해결될 수 있다. 한 공무원은 “매출 급감을 걱정하는 식당 등이 3만원에 딱 맞춘 이른바 ‘김영란 메뉴’ 등도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세종=이태규·구경우기자 classic@sedaily.com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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