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테크

헤지펀드, 롱쇼트 지고 멀티·메자닌 뜬다

방향성 없는 장세에 수익률 '뚝'

브레인 '태백'·'한라' -10%대

대신 '에버그린' -23%로 고전

멀티전략 활용 DS '디에스 수'

씨스퀘어 메자닌플러스 등 선전



올 들어 투자 전략에 따라 헤지펀드 운용사들의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까지와 달리 방향성 없는 장세가 이어지면서 롱쇼트 헤지펀드는 체면을 구겼지만 신생 운용사들의 메자닌-멀티 전략 헤지펀드는 비교적 낮은 수익률이라도 꾸준히 올리는 모양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브레인자산운용의 ‘태백’과 ‘한라’가 각각 올 들어 -10.38%, -10.53%를 기록했고 대신자산운용의 ‘에버그린롱숏’은 -23.51%로 최악의 수익률을 보였다. 모두 최근 2~3년간 높은 수익률로 헤지펀드 시장의 최고 인기 상품으로 꼽혔던 펀드들이지만 올 들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롱쇼트는 주가가 오를 종목을 사들이고(Long) 떨어질 종목을 공매도(Short)하는 투자 전략을 뜻한다.


전체 헤지펀드 시장의 대략적인 평균 수익률과 비교해도 롱쇼트 헤지펀드의 성적은 부진했다. 한 증권사가 집계한 128개 헤지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0.34%지만 롱쇼트 헤지펀드 31개는-0.75%를 기록했다.

이는 각 운용사가 장세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매수와 매도를 동시에 진행해 차익을 내는 롱쇼트 펀드는 증시가 박스권에 갇힌 상태에서 변동성이 클 때 유리한 상품이다. 이에 따라 중소형주가 강세를 보였던 지난 2~3년간 운용사들은 대형주를 매도(쇼트)하고 중형주를 매수(롱)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왔다. 한 헤지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박스권 장세 속에서도 매수·매도 대상이 분명했던 지난 몇 년과는 다르게 올해는 주도주와 방향성 없는 장세가 이어지면서 수익률이 떨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롱쇼트 펀드가 수익률을 내지 못했다는 것은 롱도, 쇼트도 모두 틀렸다는 것”이라며 “운용사의 투자 관점이나 판단 자체가 잘못됐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국내가 아닌 해외 자산에도 투자했거나 퀀트(계량분석) 전략 등을 섞은 롱쇼트 헤지펀드는 수익률이 양호했다. 베트남 주식에 투자하는 피데스자산운용의 ‘피데스 신짜오’가 올 들어 11.72%의 수익률로 롱쇼트 헤지펀드 중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헬스케어주에 투자하는 ‘쿼드데피니션7(쿼드자산운용)’이 8.14%, 가치투자 기반의 ‘타이거 5콤보(타이거자산운용)’가 9.87%로 선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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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쇼트 헤지펀드가 부진한 틈을 타 시장 변화에 다양한 투자 기법으로 대응하는 멀티전략 헤지펀드가 선두를 달리는 분위기다. 멀티전략을 활용하는 DS자산운용의 ‘디에스 수(秀)’는 올 들어 13.36%의 수익률을 냈다. 라임자산운용의 ‘라임 모히토’ ‘라임 새턴’도 각각 6.4%, 6.48%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이밖에 올 들어 부쩍 신규 설정이 늘어난 기업공개(IPO) 관련 헤지펀드와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투자하는 메자닌 헤지펀드의 선전도 돋보인다. 지난 1월 설정된 파인자산운용의 ‘파인밸류IPO플러스’가 현재까지 17.25%의 수익률로 전체 헤지펀드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달 9일 출시 당일 완판된 씨스퀘어자산운용의 ‘씨스퀘어 메자닌플러스’는 한 달여 간 수익률이 1%지만 연 환산 수익률은 메자닌 헤지펀드 중 1위(12.54%)다.

한 헤지펀드 운용사 최고운용책임자(CIO)는 “협소한 국내 시장에서 그동안 단순한 롱쇼트 전략만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보다 다양한 전략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시장까지 아우르는 헤지펀드가 더 많이 출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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