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에어비앤비의 쿠바 성공신화

떠오르는 관광 시장 쿠바가 숙박공유 스타트업의 시험 무대이자 PR의 황금지대로 떠오르고 있다.

쿠바 렌털 하우스 중 한 곳에서 바라본 아바나 풍경. 에어비앤비에 등록돼 있는 이 숙소는 쿠바 정부의 규제를 받는다.쿠바 렌털 하우스 중 한 곳에서 바라본 아바나 풍경. 에어비앤비에 등록돼 있는 이 숙소는 쿠바 정부의 규제를 받는다.


브라이언 체스키 BRIAN CHESKY 와 레스터 홀트 Lester Holt 는 쿠바 거리에서 가장 깔끔해 보이는 존재임에 틀림없다. 이들은 무더운 한 낮 수도 아바나 Havana의 허름한 거리를 거닐고 있다. 이들이 입은 주름 하나 없이 빳빳한 옥스퍼드 천의 셔츠에선 광택이 난다. 거리에선 바다 내음에 섞인 휘발유 냄새가 코 끝을 스친다. 에어비앤비의 CEO 겸 공동 창립자 체스키와 NBC 앵커 홀트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1957년식 쉐보레 벨에어 Chevy BelAirs, 자전거로 끄는 인력거, 진흙이나 똥 무더기에서 구르고 있는 거리의 개들까지-먼지로 뒤덮여 있다.

체스키는 몇몇 집 앞에 붙어있는 뒤집힌 닻 문양이 무엇인지 홀트와 동행한 촬영 팀에게 알려주었다. 그는 “모두 에어비앤비 숙소들”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이 집들은 카사스 파르티쿨라레스 casas particulare-에어비앤비와 유사한 쿠바의 숙박 중개업체-에 등록돼 있는 숙소들이다. 지난해 미국이 쿠바여행 제한 조치를 해제한 이후, 에어비앤비는 쿠바에서 손쉽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미 모든 것이 구비된 가옥 뿐만 아니라 관련 법령 및 등록소, 그리고 세제까지 갖춰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약 4,000 곳의 카사스 파르티쿨라레스 등록 숙박시설이 에어비앤비와 계약을 맺었다. 이제 쿠바는 에어비앤비 설립 이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물론 ‘용이함’과 ‘신속’이라는 단어는 쿠바에서 상대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 엄격한 공산주의 정권과 56년간 진행된 미국의 대 쿠바 통상금지 조치는 에어비앤비에게 큰 걸림돌이 되어왔다. 대부분의 쿠바인들이 직접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고, 미국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을 방법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 특히 그랬다(수돗물과 음식, 교통 수단이 믿을 만하지 못한 상황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에어비앤비는 고객들이 어디든 방문할 수 있으며, 그곳이 어느 곳이든 내 집처럼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약속하고 있다. 물론 크림반도, 이란, 수단, 시리아, 북한을 제외하고 말이다. 이 회사는 쿠바시장을 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법적 문제와 여행 비자 해결이라는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인터넷 사용을 위한 소프트웨어 대책을 강구하고 있으며, 카사스 파르티쿨라레스 호스트들을 에어비앤비의 영역으로 끌어 들이고 있다.

그리고 기업의 이 결정은 PR의 승리로 이어졌다. 체스키가 올 봄 쿠바를 방문했던 시기는 오바마 대통령의 순방기간과 우연히 겹쳤다. 대통령은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가 255억 달러나 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체스키를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젊은 창업가’라 치켜세웠다. 에어비앤비가 힘든 규제와의 싸움 때문에 텃밭인 미국에서 고난을 겪고 있는 것과는 대비 되는 것이었다. 뉴욕 시 검찰총장은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곳 뉴욕 숙소 중 4분의 3을 불법 숙박업체로 간주했으며, 샌프란시스코는 에어비앤비 등록 숙소에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며 비 주거용 빌딩은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쿠바에선 어디를 가든 환영을 받고 있다. 쿠바 여행 동안, 체스키는 현지 집주인과 미국 방문객 간의 교류가 ‘민간 외교’ 와 다름없다고 꾸준히 설명했다. 에어비앤비는 쿠바인들의 소규모 창업도 돕고 있다. 쿠바 집주인들은 예약 건당 보통 250달러 정도를 버는데, 쿠바의 평균 월급이 23달러라는 점을 고려하면 꽤 높은 소득이라 할 수 있다.


체스키는 ‘진실성’을 쿠바의 장점으로 꼽고 있다. 그는 페인트가 벗겨진 아바나의 식민지 시대 건물을 보며 “방문객들이 꿈꿨던 바로 그 모습 그 자체”라고 감탄했다. “사진을 보고 실제 그곳을 방문하면, 이내 실물과 사진이 달리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된다. 거리 한 곳 정도가 사진과 일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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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성’은 바로 에어비앤비가 추구하는 덕목이기도 했다. 체스키는 단체 패키지 관광을 싫어한다. 그는 종종 가장 대중적인 타임 스퀘어나 맥도널드, 그리고 버바 검프 슈림프 Bubba Gump Shrimp Co. (*역주: 1994년 영화 ‘포레스트 검프’ 의 영향을 받아 1996년 설립된 해산물 레스토랑 체인)를 예로 들곤 한다. 그는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200만 여 곳의 숙박시설이 반(反)관광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방문객들이 진짜 그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한다. 그는 이런 생각를 반영하기 위해 회사 웹사이트를 다소 수정하기도 했다. 예컨대 등록하기 버튼을 ‘숙소 등록하기 (List your space)’에서 ‘호스트로 가입하기(Become a host)’로 바꿨다. 그는 “단순히 방을 빌리는 식으로 에어비앤비를 보도한 기사들은 잘못된 것이다. 좀 더 심오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위)아바나 도심지역 풍경은 에어비앤비 CEO 브라이언 체스키가 비판하는 단체 관광의 대안을 제공한다. (아래) 체스키(가운데)와 아바나 숙소의 호스트 부부가 에어비앤비 방문객들이 남기고 간 메모 벽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위)아바나 도심지역 풍경은 에어비앤비 CEO 브라이언 체스키가 비판하는 단체 관광의 대안을 제공한다. (아래) 체스키(가운데)와 아바나 숙소의 호스트 부부가 에어비앤비 방문객들이 남기고 간 메모 벽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필자는 체스키에게 사람들이 본인을 히피족이라고 부르는 걸 들어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몇 번 들어본 것 같다”며 “부자가 되려고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필자가 에어비앤비의 본질적 목표가 돈 때문에 흐려질 수도 있다고 지적하자, 그는 부정하며 공동창립자가 테드에서 강연했던 ‘공감 상거래(commerce with compassion)’를 언급했다. 그리고 후에 열린 지역 호스트들을 위한 파티에서, 필자는 그가 히피족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자랑하는 것을 보았다.

다수의 카사스 파르티쿨라레스를 방문해 실제로 에어비앤비가 이상을 현실로 실현하는 것을 보면서, 필자는 기업의 이상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대부분 숙박업주들은 그들이 겪게 될 변화에 흥분했다. 전직 형사전문 변호사였던 레이사 reysa는 식민지 시대 건물인 그녀의 집에서, 파란 벨벳 소파에 앉아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된 덕분에 집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아이들을 부양하기 위해 집을 팔아야 하는 순간까지 갔었다. 현재 그녀는 하나의 문제에 직면해있다. 미국인이 아닌 외국인의 예약은 모두 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쿠바에선 미국인만이 에어비앤비를 사용할 수 있다.

체스키는 통역사를 통해 레이사에게 이 규정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설명했다. 이 말을 들은 레이사는 “잘된 일이다. 매우 기쁘다(Que′ bien! Muy feliz!)”라며 좋아했다. 그녀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고, 에어비앤비 PR 담당자들의 어깨에도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누군가 레이사에게 휴지를 건넸다. 그녀는 에어비앤비가 큰 힘이 됐으며, 진흙 속에서 진주를 발견해준 셈이라고 말했다.

체스키는 “정말 대단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필자와 그가 받은 감동은 다를 것이다. 체스키는 레이사가 거절해야 했던 예약들을 계속 떠올리고 있었다. 그는 “예약이 실제 숙박으로 이어지는 전환율이 왜 이리 낮은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대화 내내 체스키는 휴대폰에 무언가를 메모를 하고 있었다. 그는 후에 오바마 대통령의 창업가 회담, 백악관 언론 브리핑, 그리고 TV 인터뷰에서 레이사의 눈물에 대해 언급했다. 어디까지가 PR 활동이고 어디부터가 에어비앤비의 일이었는지 구분하기 어렵지만, 사실 그 점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 기업은 숙박업주들로부터 열성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그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필자는 우리 같은 언론인들이 방문할 때, 에어비앤비가 호스트들에게 미리 짠 각본을 주는지 궁금했다. 체스키는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숙박업주들이 말하는 내용은 각본보다 훨씬 훌륭하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Erin Grif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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