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결핵 공포...끝나지 않았다

결핵 발생률 10만명당 86명

OECD 1위...2위의 3배 넘어

신생아실 간호사 확진 충격도

항결핵제 중간에 끊지 말고

6~9개월간 매일 복용해야 효과

입 가린채 기침 습관 길러야

영유아 시설 종사자 등 대상

'잠복 결핵' 무상검사·치료

정부도 '결핵 오명' 씻기 나서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결핵 환자 돕기 기금 마련을 위해 판매했던 ‘크리스마스 실’을 하나둘 사 모으던 때가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실 판매가 급감하면서 기억 저편으로 물러가고 덩달아 ‘결핵’이라는 질환 역시 사람들의 뇌리에서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못 먹고 못 살던 시대나 있었던 후진국형 질병인 결핵이 더 이상 우리와 무관하다는 생각도 팽배해졌다. 그러나 ‘결핵 공포’는 현재 진행형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우리나라 결핵 발생률(인구 10만명당 환자 수)은 8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1위다. 2위 포르투갈(25명)보다도 압도적으로 높다.


이달 18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근무하던 간호사가 결핵 확진자로 확인돼 최근 3개월간 이 병원을 거쳐 간 신생아 160여명이 감염 여부를 조사 받고 있다. 결핵에서 아직 온전히 안전할 수 없다는 점을 드러내는 단면이다.

◇결핵, 우리 몸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다=결핵은 결핵균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 전염병이다. 주로 폐결핵 환자로부터 나온 미세한 침방울 혹은 비말핵(기침·재채기를 할 때 결핵균이 들어 있는 입자가 공기 중에 나와 수분이 적어지면서 날아다니기 쉬운 형태로 된 것)에 의해 직접 감염된다. 물론 감염된다고 해서 모두 결핵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대개 접촉자의 30% 정도가 감염되고 감염된 사람의 10% 정도가 결핵 환자가 되며 나머지 90%의 감염자는 평생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지낸다. 발병하는 사람의 절반은 감염 후 1∼2년 안에 발병하고 나머지 50%는 면역력이 감소하는 등 특정 시기에 발병하게 된다.

결핵은 발병하는 부위(폐·흉막·림프절·척추·뇌·신장·위장관 등)에 따라 증상이 다르다. 예를 들어 ‘림프절 결핵’이면 발열·신경과민·식욕부진·체중감소 등 전신 증상과 함께 목 부위 혹은 겨드랑이 부위의 림프절이 커지면서 동통이나 압통을 느낄 수 있다. ‘척추 결핵’이면 허리에 통증을 느끼며 ‘결핵성 뇌막염’이면 두통과 구토, 의식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결핵의 대부분은 폐에서 발생한다. ‘폐결핵’의 대표적 호흡기 증상으로는 기침이 가장 흔하다. 가래, 혈담(피 섞인 가래)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폐결핵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경우다. 폐 손상이 심해지면 호흡곤란이 나타나고 흉막 등을 침범했을 때 흉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김윤정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성인 폐결핵 환자의 흔한 초기 증상으로는 잦은 기침과 객혈, 발열, 전신적인 무력감, 체중감소를 꼽을 수 있다”며 “기침과 가래 등의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 반드시 결핵 검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핵 치료는 마라톤, 6~9개월간 매일 약 먹어야=
과거 결핵 치료 약물이 없던 1950년대까지만 해도 결핵 환자들은 깨끗한 공기가 있는 시골에서 요양을 하거나 혹은 감염된 폐를 강제로 허탈시켜 폐 속 결핵균이 공기와 접촉하지 못하게 폐쇄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항결핵제가 개발된 후부터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항결핵제를 꾸준히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결핵은 완치가 가능하다.


현재 결핵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항결핵제는 9∼10종이 있다. 이 중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어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항결핵제를 ‘1차 약제’라 하며 이보다 효능은 떨어지면서 부작용도 더 심해 부득이한 경우에만 사용하는 ‘2차 약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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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일반적인 결핵 치료법은 아이나·리팜핀·에탐부톨·피라진아마이드 등 네 가지 약물을 두 달간 매일 복용한 후 피라진아마이드를 제외한 세 가지 약물을 4∼7개월 정도 추가로 복용하는 방법이다. 약을 복용한 지 2주 정도가 지나면 기침이나 발열·무력감 등의 증상은 거의 사라지게 된다. 결핵약은 하루 한 번 식전 30분∼1시간 전 모든 약을 한꺼번에 복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결핵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핵약을 거르지 않고 매일 정확하게 복용하는 것이다. 임재준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일부 환자의 경우 속쓰림, 발열, 관절통, 두드러기, 간 기능 이상 등 결핵 약제 고유의 부작용을 경험하기도 한다”며 “이때 환자가 약을 불규칙하게 먹거나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하게 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결핵균이 다시 증식하면서 증상이 재발하거나 경우에 따라 약저항성을 가진 균이 출현해 치료 실패에 이를 수 있는 만큼 꼭 병원을 재방문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핵은 이처럼 항결핵제만 꾸준히 잘 복용하면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지만 완치 여부와 무관하게 결핵에 의해 감염된 폐에는 다양한 형태로 후유증이 남기도 한다. 임 교수는 “드물지만 결핵을 앓은 흔적에서 폐암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잠복 결핵’, 결핵 발생률 1위 오명 씻기 나선 정부=결핵균에 감염돼 있지만 현재 증상이 없는 상태로 타인에게 전파될 위험이 없는 상태를 ‘잠복 결핵’이라고 한다. 보건복지부는 올 3월 ‘결핵 안심 국가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내년에 고교 1학년생(60만명)과 만 40세 국민(85만명) 등을 대상으로 잠복 결핵에 대한 일제검사 및 치료를 무료로 실시하고 그에 앞서 오는 8월부터는 학교나 영유아 시설 종사자 등이 보건소에서 무료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주 내용이다. 그러나 아직 촘촘히 손봐야 할 부분도 있다. 보건당국은 집단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의료 종사자가 매년 잠복 결핵 검진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지만 한 사람당 7만∼10만원가량 드는 검사비용을 병원 자체적으로 부담하고 있어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병·의원 내 결핵 감염이 빈번한 만큼 좀 더 세심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결핵 예방은 개인별 실생활에서의 노력도 중요하다. 가장 기본은 ‘기침 예절’이다. 기침은 결핵을 옮기는 통로가 될 수 있는 만큼 손수건이나 손으로 입을 가리고 상대의 얼굴을 피해서 하는 게 중요하다. 또 결핵 진단을 받고 숨기기 급급하기보다는 발병 사실을 떳떳하게 말하고 치료 받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이 필요하다. 가래에 결핵균이 나오는 환자라도 2주 정도 결핵약을 복용하면 전염성이 사라지기 때문에 ‘초기 2주’ 제대로 된 대응을 위해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한다.

결핵 예방에 백신 접종은 필수다. 결핵균에 감염되기 전 비시지(BCG) 접종을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발병률이 5분의1로 줄어드는데 이 효과는 10년 이상 지속된다. 임 교수는 “폐결핵뿐 아니라 사망률이 높은 소아 결핵성 뇌막염이나 속립성 결핵(좁쌀결핵) 예방 효과가 높기 때문에 가능한 출생 후 1개월 이내에 BCG를 접종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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