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탈레반이어 IS까지...아프간 '테러 화약고' 되나

카불서 IS 자폭테러로 81명 숨져

IS-탈레반 주도권 다툼 가능성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자폭테러로 23일(현지시간) 81명이 숨지고 231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IS가 카불에서 대형 테러를 저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IS와 기존의 아프간 극단주의 세력인 탈레반 간 ‘테러 경쟁’이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아프간 내무부는 이날 카불에서 시아파 하자라족 수천명이 시위를 벌이던 중 자살폭탄 테러가 일어나 8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폭탄을 터뜨린 용의자 2명은 현장에서 사망했으며 또 다른 용의자 1명은 폭탄을 터뜨리려는 도중에 군에 발견돼 사살됐다. 나집 대니시 내무부 부대변인은 “이번 폭탄테러는 지난 2001년 탈레반 정권이 무너진 이래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장 큰 사상자를 냈다”고 설명했다.


IS는 테러 직후 선전매체 아마크통신을 통해 이번 테러를 자신들이 저질렀음을 신속하게 알렸다. IS는 지난해 4월 공무원 봉급날에 맞춰 아프간 동부 낭가르하르주 잘랄라바드의 은행 앞에서 자폭테러를 일으켜 35명을 살해한 뒤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힌 바 있다. 아프간 IS는 최근 시리아와 이라크의 IS로부터 공급받는 무기와 자금을 바탕으로 탈레반에 불만을 품은 요원들을 빨아들이면서 현지에서 급성장해왔다.

관련기사



IS의 세력확장이 본격화되면서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과의 주도권 경쟁으로 인한 안보 위협을 우려하고 있다. 탈레반은 지난달 30일 카불 서쪽 파그만 지역에서 경찰 후보생들이 탄 버스를 향해 자폭테러를 일으켜 37명을 살해하는 등 최근 IS를 의식한 듯 테러 강도를 높이고 있다. 탈레반은 이날 카불 테러 직후에도 성명을 내 IS가 ‘내전을 일으키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비난했다. 탈레반은 지난해 4월 IS의 은행 테러 때에도 비난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발표해 “테러와 관련된 자는 남김없이 처벌할 것”이라며 IS에 대한 보복조치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조시 어니스트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평화시위를 테러 대상으로 삼았다는 사실이 끔찍하다”며 미국이 국제사회와 함께 IS에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연유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