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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clip] 일본보다 더 가까운 일본, 대마도 당일치기 여행

평소 여행을 그렇게 즐기지 않는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을 신봉한다. 특히, 많은 여행객들이 몰리는 휴가철에는 ‘귀차니즘’ 때문에 더욱 여행 계획을 잘 잡지 않는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혹은 누군가에게 혼이 나지 않기 위해 여행이라는 것을 가게 될 경우가 있다. 그래서 꼭 가야 하는 여행일 경우 해외보다 가깝고 저렴한 국내 여행을 선호한다.


우연히 1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일본을 느낄 수 있는 휴가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곳은 부산에서 히타카츠항까지 뱃길로 정확히 1시간 10분 밖에 걸리지 않는 대마도다. 갑자기 도전의식이 불타 오른다. 가깝고 싸게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다기에 ‘여포자’(‘여행 포기자’의 준말)의 명함을 집어 던지고 짐을 챙겨 부산을 향해 출발했다.

△ 일본 본토보다 부산이 더 가까운 대마도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서 히타카츠항까지 매일 운항하고 있는 ‘대아고속해운’의 ‘오션플라워호’가 항구에 정박해있다./이종호기자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서 히타카츠항까지 매일 운항하고 있는 ‘대아고속해운’의 ‘오션플라워호’가 항구에 정박해있다./이종호기자


사실 대마도를 일본이라 하기에는 다소 ‘낯 뜨거운 면’이 없지 않다. 일본 본토까지의 거리가 80km로 부산까지의 거리(49.5km)보다 두 배 가까이 멀기 때문이다.(가장 가까운 일본 섬인 이키섬까지도 47.5km나 된다) 그래서 흔히들 대마도에 간다고 얘기하면 ‘일본을 가려면 제대로 가야지’, ‘거기나 제주도나 뭐가 다르냐’는 식으로 깎아내리기 일쑤다. 그러나 경험하지 않고서는 모든 것을 논하지 말라 했다. 대마도에 발을 내딛는 순간 그 ‘착각’은 저 멀리 사라질 것이므로.

대마도를 여행하려는 여행자들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존재한다. 부산항에서 대마도 북부의 히타카츠항으로 입항하는 것과 남부의 이즈하라항으로 입항하는 방법이 있다. 대마도를 가겠다고 결정했을 때 망설이지 않았던 것은 단순히 짧은 시간에 일본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뱃길로 한 시간이 더 소요되는 이즈하라는 과감히 포기하고 히타카츠행 배편을 잡았다.

여행을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대마도의 히타카츠항까지 가는 쾌속선 티켓을 구매하는 일이다. 부산국제여객터미널부터 히타카츠항까지 평일에는 1회, 주말에는 1회를 늘려 2회 왕복 운항하는 배편을 구하는 일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사람들에게는 무조건 소셜커머스 ‘특가상품’ 구입을 추천한다. 보통권으로 구매하면 1인당 15만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해야하지만 최저 3만9,000원까지 특가 상품을 제공하는 곳이 많아 걱정할 게 없다.

우리나라에서 1시간10분 뱃길에 입국심사를 하는 곳이 대마도 외에 더 있을까?/이종호기자우리나라에서 1시간10분 뱃길에 입국심사를 하는 곳이 대마도 외에 더 있을까?/이종호기자


한 여름 대마도는 전형적인 ‘고온 다습’의 한국 날씨였다. 배에서 항구로 내리자마자 후텁지근한 공기가 여행객들을 덮쳐온다. 배에서 내려 향한 곳은 입국 심사장. 그때까지 느끼지 못했던 외국이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스쳤다. 사람은 많은데 입국 심사장은 불과 3개인 관계로 입국심사는 20~30분 정도 걸렸다. 다시 부산으로 향하는 배 시간이 오후 4시30분이었기에 대마도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은 6시간 정도로 고정돼 있어 그 시간이 더욱 아깝게 느껴졌다.

△ 맛있는 밥을 먹기 위해 달린 것이 얼마 만인지..

히타카츠항에 내린 시간은 오전 10시 40분. 효율적인 여행을 위해 우선 배부터 채우기로 한다. 히타카츠항 근처에서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워낙 조그마한 어촌 마을이라 번화가도 없고 한국 관광객들이 아니면 가게 운영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동네마다 소문난 맛집은 존재하는 법. 우리는 총 3곳의 음식점을 골라 같은 배를 타고 간 여행객들에 앞서 자리 잡기로 했다. 히타카츠에서 한국인들이 자주 찾는 식당은 일본 스시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산라쿠스시(三樂壽司)’, ‘미나토스시(みなと壽司)’와 가츠동 등 일식 퓨전 요리점 ‘카이칸식당(かいかん食堂)’, 이 세 곳이다. 그중에서 우리가 향한 곳은 일본 냄새 가득한 모습을 지닌 골목길 안쪽에 위치한 ‘산라쿠스시’였다. (불과 여행하는 6시간 동안 세 군데 중 두 군데(산라쿠스시, 카이칸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11시 반에 문을 여는 ‘산라쿠 스시’는 이른 시간 입항하는 한국 관광객들을 위해 개점 시간 남았지만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가게 앞, 친절하게 한국어로 쓰여진 표지판이 눈에 띈다./이종호기자11시 반에 문을 여는 ‘산라쿠 스시’는 이른 시간 입항하는 한국 관광객들을 위해 개점 시간 남았지만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가게 앞, 친절하게 한국어로 쓰여진 표지판이 눈에 띈다./이종호기자


산라쿠스시의 ‘친절한’ 한국어 메뉴판/이종호기자산라쿠스시의 ‘친절한’ 한국어 메뉴판/이종호기자


일본 현지식당이라고 긴장하지는 말자. 친절한 한국어 설명이 메뉴판에 가득이고 그것마저 통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겐 ‘바디랭귀지’라는 절대적인 언어가 있으니. 이곳의 식당들은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한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수입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한국어 관련 표지판과 설명이 다양하다. 이 식당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오늘의 추천 스시’. 일본 특유의 소담한 양과 정갈한 ‘플레이팅’으로 입맛을 자극한다. 스시만으로 여행의 ‘허기’를 달랠 수는 없는 법. 부족한 양을 보충할 수 있는 ‘카레 우동’까지 추가하면 6시간 여행을 위한 준비는 마무리된다.


△ 휴양지와 시골 마을 느낌이 ‘묘하게’ 섞여 있는 대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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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전, 미리 예약하면 저렴한 가격에 전동자전거를 하루 동안 대여할 수 있다./이종호기자여행 전, 미리 예약하면 저렴한 가격에 전동자전거를 하루 동안 대여할 수 있다./이종호기자


이동 거리가 비교적 짧은 탓에 미리 전동자전거를 예약해 그것으로 움직였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학생이나 천천히 풍경을 느끼며 여행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적극 추천한다. 비록 몸은 힘들지만(전동자전거라고 하지만 오르막이 힘든 건 일반 자전거와 다를 바 없다) 대마도의 풍광을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교통수단들과 비교해 큰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일본 내에서도 물이 맑기로 손 꼽히는 대마도의 미우다 해변./이종호기자일본 내에서도 물이 맑기로 손 꼽히는 대마도의 미우다 해변./이종호기자


시끌벅적한 번화가나 사람냄새 나는 시장골목을 생각하는 여행객들에게 대마도를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면적 709㎢의 좁은 땅에 3만명이 갓 넘는 인구가 살고 있는 작은 섬이기 때문이다. 여행하는 6시간 내내 사람 구경하기 힘들었던 것도 다 그 때문이다.

그러나 도심을 떠나 혼자만의 사색이나 조용한 분위기 속에 위안을 얻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대마도는 참 매력적인 관광지다. 여기가 일본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맑은 에메랄드빛 바다를 품고 있는 미우다 해변과 날씨가 좋은 날에는 멀리 거제도와 부산까지 보인다는 한국전망대는 동남아시아 유명 휴양지 못지 않은 풍광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히타카츠 미우다 해변 뒤편에 자리한 나기사노유(上對馬溫泉渚の湯) 온천의 전경./이종호기자히타카츠 미우다 해변 뒤편에 자리한 나기사노유(上對馬溫泉渚の湯) 온천의 전경./이종호기자


일본의 온천 문화를 조금이라도 느끼고자 하는 여행객에게는 미우다 해변 뒤편에 자리하고 있는 나기사노유 온천(上對馬溫泉渚の湯)을 추천한다. 비록 작은 온천이지만 대마도의 풍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한 탓에 어느 곳보다 알찬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 소소한 재미를 담은 친구 같은 대마도

히타카츠 여객 터미널 내에 설치된 아이스크림 자판기에서 녹차 아이스크림을 구매했다./이종호기자히타카츠 여객 터미널 내에 설치된 아이스크림 자판기에서 녹차 아이스크림을 구매했다./이종호기자


일본은 자판기 문화가 발달된 나라다. 담배 자판기, 잡지 자판기 등 특이한 자판기가 많이 보급돼 있는 곳이 일본이다. 대마도에서도 역시나 특이한 자판기 하나를 발견했다. 이런 것이 여행의 소소한 재미랄까. 아이스크림은 슈퍼마켓에서만 사서 먹을 수 있다는 편견을 깨주는 ‘아이스크림’ 자판기가 바로 그것이다. 다양한 맛과 아이스크림 종류를 판매하고 있는 이 자판기는 ‘아 내가 일본에 왔구나’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하나의 소소한 재미였다.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달리며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는 ‘안녕하세요’라는 한국어 인사였다. 덥고 습한 날씨에 짜증이 날 법도 했지만 처음 보는 낯선 사람에게도 친절한 대마도 사람들 덕분에 내내 웃으며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대마도 여행에서는 유럽이나 일본 본토처럼 많은 것을 보고 들을 수는 없다. 워낙 작은 섬이고 한국과의 교류가 많은 곳이라 외국이라는 생각은 다른 여행지보다 덜하다. 그러나 사람은 자신과 닮은 것에 더 호감을 가지는 법. 단 6시간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마치 고향 집을 다녀온 것 같이 ‘꽉 찬’ 마음은 대마도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감정이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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