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美 민주당 전당대회] 힐러리 유리천장 깼지만 갈길 험난…비호감도 57% 역대 최고

美 역사상 첫 여성 대선후보로 지명…'세기의 성 대결' 시작

지명됐지만 '불신의 상징' 낙인…대권가도 비상

샌더스 지지층·백인·젊은층 흡수가 최대 과제

트럼프도 비호감도 59%…TV토론이 분수령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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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69)이 26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되며 미 대선의 새 역사를 썼다. 지난 1776년 미국 독립 이후 최초로 여성이 주요 정당의 대선후보가 된 것이다. 하지만 퍼스트레이디와 상원의원·국무장관을 지내며 워싱턴 정치의 대명사가 된 클린턴은 공교롭게 이날 유권자들의 비호감도가 역대 최고라는 우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여성이 아니라 정치인 클린턴의 인생이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됐다. 클린턴 후보는 지난주 공화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도널드 트럼프와 오는 11월8일 대선까지 100여일 동안 세기의 성 대결을 펼치며 전 세계의 이목을 끌게 됐다.

클린턴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웰스파고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이틀째 행사에서 공개투표인 ‘롤 콜(roll call)’을 통해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클린턴과 치열한 경선 레이스를 벌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롤 콜 막판 등장해 “투표를 중단하고 클린턴을 대선후보로 지명하자”고 제안하며 경선 과정에서 쌓인 갈등을 풀고 대선 승리를 위해 단합하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클린턴 후보는 지명 직후 트위터에 ‘역사(history)’라는 단어 하나로 감격적 순간을 표현했다. 8년 전 ‘검은 돌풍’을 일으킨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경선에서 패배한 아픔을 깨끗이 치유한 셈이다. 그는 이날 전대 종료 직전 뉴욕에서 생중계로 연결한 영상을 통해 대회장의 대형 스크린이 깨지는 듯한 상황을 연출하며 모습을 나타내 “유리천장에 지금껏 가장 큰 금을 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당선을 마지막 남은 유리천장으로 남겨 둔 셈이다. 클린턴은 이어 “늦게까지 자지 않고 이 순간을 지켜보는 어린 소녀가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는 아마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 되겠지만 다음 차례는 바로 너희 중 한 명’이라고…”라며 인사를 마쳤다.


클린턴은 하지만 남편인 빌 클린턴의 백악관 안주인 시절부터 국정을 챙긴 경험과 8년의 상원의원, 오바마 정부 1기 4년의 국무장관 경력 등이 대통령의 자질보다는 불신의 정치권을 상징하는 인물로 비쳐지면서 대선 가도에 비상이 걸렸다. 갤럽은 이날 미 전역의 성인남녀 3,545명을 상대로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클린턴의 비호감도가 57%에 달해 ‘역대 최고’라고 밝혔다. 그에 대한 호감도는 38%에 그쳐 퍼스트레이디 시절인 1998년 67%의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갤럽은 국무장관 시절 개인 e메일을 쓰며 보안에 무신경했던 클린턴의 혐의가 결국 불기소로 귀결된 것이 유권자의 불신을 가중시킨 것으로 분석하면서 “클린턴은 미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정치인이지만 역대 가장 부정적 이미지를 가진 민주당 대선후보”라고 지적했다. 라이벌 트럼프 역시 갤럽 조사에서 비호감도가 59%로 클린턴을 웃돌아 이번 대선이 ‘덜 나쁜 후보를 뽑는’ 선거판으로 전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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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은 최근 주요 3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트럼프에 2∼4%포인트 뒤졌다. 물론 트럼프가 지난주 전대 효과를 본 측면이 있어 28일 클린턴의 후보 수락 연설로 민주당 전대가 피날레를 장식하면 재역전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샌더스 의원의 지지층인 백인과 젊은층 유권자를 최대한 흡수하는 것은 최대 숙제가 됐다.

클린턴의 쉬운 승리를 내다봤던 초반 예상과 달리 예측불허로 전개되고 있는 미국 대선은 사상 첫 성 대결 속에 주류 정치인과 아웃사이더, 대통령 패밀리와 부동산 재벌가의 승부 등 각종 수식어와 기록을 남기며 100여일의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맞게 됐다. 미 정치전문가들은 9~10월 세 차례 TV토론이 백악관의 차기 주인을 결정할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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