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찌는 듯한 더위가 심각한 올해 여름이지만 가정집과 상점의 사정은 크게 다르다. 열대야에 잠도 제대로 못 들어 다음날까지 그 휴유증이 계속되지만, 에어컨을 쉽사리 밤새 틀어놓고 잘 수는 없는 지경이다. 가정집에만 적용되는 ‘주택용 전기료 누진제’ 때문이다.
국내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 제도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급격하게 오르는 요금 구조를 가지고 있다. 최저 1단계(월 100㎾h사용, kWh당 60.7원)와 최고 6단계(월 500kWh 사용, 709.5원) 등급 간 요금 차이가 11.7배에 이른다. 미국은 2단계에 1.1배, 일본은 3단계에 1.4배다. 프랑스와 독일은 누진제도가 아예 없다
반면에 자영업자에게 적용되는 일반용(kWh당 105.7원)과 산업계에 적용되는 산업용(kWh당 81원) 전기료에는 누진세가 적용되지 않는다. 길거리 상점마다 에어컨을 세게 틀어놓고 문을 열어 호객행위를 일삼는 이유다.
이렇게 가정용과 일반용·산업용 전기요금이 달라지는 배경은 1970년대 오일쇼크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부족한 전기를 될 수 있으면 산업용으로 사용하자는 취지에서 가정용에만 누진세가 적용된 것이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으니 요금 체계를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되지만, 실천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전기요금 체계 개편이 전반적인 요금 인하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한전이 10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올리면서 산업계 등에서 전기요금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도 추가됐다.
문제는 현 상황에서 누진세의 취지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누진세가 전체 전기 사용량을 줄이는 것도 아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0~2010년 사이 가정용과 산업용 전력소비량은 각각 5.2%, 5.4% 비슷한 수준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2010~2014년 사이 가정용 전력소비는 0.5% 늘어난데 반해 산업용 전력소비량은 4.0% 상대적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가정용 전력 소비 억제에도 불구하고 사용량의 절반 이상인 산업용 전력 소비는 빠르게 증가해 오히려 전체 전력 사용량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가정에만 적용되는 불합리한 전기요금 체계에 사람들의 불만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집단소송의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정승희인턴기자 jsh040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