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법정관리 신청한 STX조선 협력사 '포스텍' 가보니

사무실엔 채권자에 보낼 서류봉투 수북

일감 끊긴 야외작업장엔 녹슨 크레인만...

한때 STX그룹 지주사 역할을 했던 포스텍의 창원 죽곡사업장. 선체 블록을 만드는 이곳은 지난 6월4일부터 가동이 멈췄다. 50톤짜리 겐트리크레인(왼쪽 아래)과 크롤라크레인(정면의 붉은색 장비)이 녹이 슨 채로 방치돼 있다. 뒤쪽으로는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가 보인다. /창원=한재영기자한때 STX그룹 지주사 역할을 했던 포스텍의 창원 죽곡사업장. 선체 블록을 만드는 이곳은 지난 6월4일부터 가동이 멈췄다. 50톤짜리 겐트리크레인(왼쪽 아래)과 크롤라크레인(정면의 붉은색 장비)이 녹이 슨 채로 방치돼 있다. 뒤쪽으로는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가 보인다. /창원=한재영기자




조선기자재 업체 포스텍 본사가 있는 창원 STX조선해양 연구개발(R&D)센터 4층 사무실에 들어서자 누런 서류봉투 더미부터 눈에 들어왔다. 50~60장씩 붉은색 노끈에 묶여 열 뭉치로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다. 이 회사 경영관리담당인 김학성 상무는 “채권자들에게 보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관련 서류”라면서 한숨부터 쉬었다.

포스텍은 지난달 27일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STX조선의 법정관리행(行)으로 협력사의 줄도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나온 협력사의 첫 법정관리 신청이었다. 포스텍의 STX조선 매출 비중은 70% 수준이다. 포스텍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협력사 500여곳은 기존에 납품한 제품의 대금을 받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 규모는 240억원 수준이다.


포스텍은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 지분 70%를 직접 보유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던 지주회사였다. 계열사 물량을 등에 업고 안정적인 수익을 내던 알짜회사였다. 계열사의 정보기술(IT) 인프라를 서비스해주는 시스템통합(SI) 사업이 본업이지만 조선소용 중장비 대여, 선박 블록 제작, 기자재 물류, 선박 설계 등의 사업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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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기자가 찾은 포스텍 창원 죽곡사업장(선재·중장비)은 한때 연간 6,500억원(2011년 기준)의 매출을 일으키던 회사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숨을 죽이고 있었다. 선체 블록을 만드는 4만2,700㎡ 규모의 죽곡사업장 야외작업장에는 직원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평상시 같았으면 200여명의 근로자들이 블록 제작에 여념이 없었던 곳이다. 사람이 없는 작업장은 10톤·50톤짜리 소형 겐트리크레인 12대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선체를 구성하는 블록을 작업장 안과 밖으로 이리저리 옮기는 데 쓰는 대형 크롤라크레인 2대 역시 바퀴에 녹이 슨 채 작업장에 방치돼 있었다. 렌털료만도 한 달에 약 1,200만원짜리 장비다.

포스텍은 선박 선체를 구성하는 블록을 만들어 바로 옆에 있는 STX조선 진해조선소에 공급한다. 하지만 핵심 매출처인 STX조선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일부 선박 건조가 중단되자 포스텍의 블록 제작도 멈췄다. 전기형 선재사업팀 상무는 “STX조선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5월27일의 일주일 후인 6월4일부터 선재공장 가동이 올스톱됐다”고 말했다. 선재사업은 조선 업황을 고려해 올해 매출목표를 지난해보다 20% 낮은 120억원으로 잡았지만 올 상반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49억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1·4분기 STX조선의 조업이 정상으로 유지될 때 일어났던 매출이 대부분이라 하반기 매출을 더해도 연간 목표치에 크게 미달할 것이 확실시된다. 선재사업을 비롯한 포스텍 전체 매출도 상반기까지 540억원 정도에 불과해 연간 목표치인 1,500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김상용 포스텍 관리인은 “STX조선만 바라보는 상황”이라며 “하루빨리 정상화가 가능하도록 10월 말까지가 시한인 회생계획안 제출을 최대한 앞당겨 8월께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창원=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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