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업계에서 일종의 ‘특허’로 불리는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 상품 수가 제도 도입 이래 처음으로 연간 기준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배타적사용권이란 독창적 상품을 개발한 보험사에 일정 기간 판매 우선권을 주는 제도로 지난 2002년 처음 도입됐다. 이처럼 배타적사용권 신청 및 획득이 올 들어 크게 늘어난 데는 지난해 금융 당국이 보험 산업 규제를 대대적으로 완화하면서 ‘붕어빵’ 상품이 설 자리가 좁아질 것이라고 예고한 영향이 크다. 각 보험사의 최고경영자(CEO)부터 나서 상품 경쟁력 확보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업계에서는 국내 보험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독점 판매 권리가 한층 중요해진 만큼 이를 확보하기 위한 상품 개발 경쟁이 향후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8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라이프플래닛과 동부화재가 지난 27일 생명·손해보험신상품심의위원회로부터 각각 3개월·6개월의 배타적상품권을 1건씩 획득했다. 라이프플래닛은 ‘라이프플래닛e정기보험Ⅱ’에 적용된 보험건강나이 서비스에 대해, 동부화재는 ‘참좋은가족건강보험’의 암·뇌·심장 등 3대 질병 재발 보장 특약에 대해 독창성을 각각 인정받았다. 특히 동부화재는 6월 ‘스마티 UBI 자동차보험’의 이동통신 단말장치 활용 안전운전 특약에 대해 자동차보험으로는 2010년 현대해상 이후 6년 만에 배타적상품권을 획득한 데 이어 또다시 상품개발 경쟁력을 과시했다.
이에 따라 올 들어 손보 업계에서 배타적사용권을 받은 상품이 3개, 생보에서는 7개로 늘어났고 보험 업계 전체 배타적상품권 획득 상품 수는 10개를 기록했다. 또 연말까지 5개월 이상 시간이 남은 만큼 올 한 해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하는 상품 건수는 예년 대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그간 배타적 사용권은 보험 업계에서 초기 마케팅에 약간 도움이 되는 훈장 정도로 여겨졌다”며 “하지만 보험 소비자들의 정보력이 높아지면서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 상품이 ‘히트’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보험사들도 상품의 보장 내용이나 급부 방식은 물론 서비스까지 적극적으로 독창성을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배타적사용권을 따냈던 ING생명의 ‘용감한오렌지종신보험’은 출시 1년 만에 가입 건수가 5만7,000건, 월납입 초회 보험료 누적 106억원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20~30대 소비자를 신규 고객으로 확보하는 데 직접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ING생명에 따르면 기존 종신보험의 경우 20~30대 고객 수는 전체 고객 중 절반도 안됐지만 용감한오렌지종신보험은 70%에 육박한다. 5월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던 푸르덴셜생명의 ‘평생소득 변액연금’도 판매 개시 4주 만에 누적 판매액이 100억원을 돌파하면서 회사 측에서 연간 판매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배타적사용권 인정 기간이 기존 최장 6개월에서 1년으로 늘어났다”며 “아직 1년 배타적사용권 획득 사례는 나오지 않았지만 1년 독점 판매권을 획득하는 상품은 관련 시장을 거의 다 차지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