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6인 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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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여 전 가까운 친지가 종합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1차 처치를 받고 응급실에서 하루를 대기하다 이튿날 수술 준비가 되자 병원 측에서 이렇게 통보했다고 한다. 다인실 병상에 여유가 없어 수술 후 1인실에서 회복될 때까지 며칠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다. 1인실 부담금이 만만찮다는 얘기를 들은 터라 친지는 비용 걱정에 다인실 병상이 언제 날 수 있는지 되물었다.


시기는 알 수 없고 다인실 병상이 생기기를 기다리려면 수술을 그때까지 연기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가벼운 수술이니 늦춰도 되지 않을까 잠시 고민하던 친지는 수술을 빨리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다행히 수술 후 6인실에 병상 하나가 비게 돼 1인실에서 하루 만에 옮길 수 있었다. 그 종합병원의 6인실 하루 요금은 1만원선인데 비해 1인실은 40만원을 훌쩍 넘는다. 이틀 정도 1인실을 이용하면 백만 원에 육박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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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실만 하더라도 6인실에 비해 환자 부담이 2배 이상이다. 일반인들로서는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간단한 수술을 받으면 수술비보다 병실료가 더 나오는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가 생긴다. 병원 치료를 해본 환자나 가족은 대부분 이런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병상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불편하고 소란스럽더라도 환자 5~6명이 함께 쓰는 다인실을 찾는 것은 비용 부담 탓이 크지 싶다.

이런저런 단점이 있지만 6인실은 나름 정취도 있다. 하루 이틀 모여 생활하다 보면 환자나 가족들끼리 말동무가 되기도 한다. 같은 처지라는 공감대가 있어 그럴 것이다. 누구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이, 또 누군가에게는 잊고 싶은 기억이 있을 병원 6인실이 점차 사라질 모양이다. 보건복지부가 새로 짓거나 증축하는 병원의 병실을 4인실까지만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28일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병상 간격도 현재 6인실 기준 1m 남짓에서 앞으로는 최소 1.5m로 넓어진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드러난 병원 내 감염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다. 환자들로서는 병실 감염 우려가 덜한 환경에서 치료받게 돼 다행이지만 부담이 커질 수 있는 것은 새로운 걱정거리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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