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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중학생의 재기발랄한 상상력에 놀랐어요."

"소설쓰기의 재미 느꼈으면 하는 바람"<br>'나와라 소설 탐정단'강의 마친 김나정 박사

김나정(사진)박사가 지난 22일 신서중학교에서 열린 ‘나와라 소설탐정단’ 강의를 하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김나정(사진)박사가 지난 22일 신서중학교에서 열린 ‘나와라 소설탐정단’ 강의를 하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


“학생들의 글솜씨에 깜짝 놀랐어요. 정제되지 않은 글이지만,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능력은 수준급이었어요. 지적인 능력이나 독서수준도 상당해서 이젠 암기와 같은 일방적인 교육방식으론 예전처럼 아이들을 고분고분 길들이기가 쉽지 않을 듯해요.”

지난 27일 신서중학교 도서관에서 열린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 강좌 ‘나와라 소설탐정단’ 마지막 강의를 마친 김나정(사진) 박사(소설가 겸 문학평론가)는 최근 학생들이 과제로 써 낸 소설을 읽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강의에 참가한 학생들은 이 학교 1학년 독서동아리반이다.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고전 인문학 아카데미로 올해 4년째다. 이번 강좌는 양천도서관이 지역의 학교를 지원하기 위해 준비했다.


강의 첫날인 지난 22일 김 박사는 학생들에게 몇 가지 조건을 제시하고 A4지 1장 길이로 소설을 써 보라는 과제를 냈다. 주인공이 20세 사람이며, 혈액형은 B형이 아닐 것, 그리고 배경은 2호선 신도림역이며 시기는 2010년대 어느 날 등 같은 조건에 맞춰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도록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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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풀어낸 이야기 주제는 다양했다. 신도림역에서 발생한 마약 사건을 해결하는 ‘인턴’ 이야기, 신도림역에 레이저 기지를 설치하는 데 대한 주민들의 반대를 주제로 한 소설, 화자로 ‘인형’을 내세운 소설, 거대한 곰이 도시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곰에게 먹혔다 탈출하는 판타지 등등 학생들은 무궁무진한 상상력의 나래를 소설로 갈무리지었다. 학생들이 보낸 과제를 일일이 읽고 소감과 평가를 해서 돌려준 김 박사는 “이번 강좌에 참가한 학생들이 소설쓰기에 관심이 있고 독서량도 제법 많은 학생들로 엄선하긴 했지만, 몇몇 학생은 성인 수준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가 하면, 어떤 학생은 웹소설을 써도 될 정도로 상상력이 풍부했다”면서 “학교숙제처럼 강제적인 것도 아닌데 새벽 2시에 A4지 4장이 넘는 원고를 보내기도 했다. 학생들이 쓴 글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문학의 미래가 어둡지 않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이어 “쓰는 사람이 재밌고 즐거워야 하는 게 ‘소설쓰기’의 기본인데, 이번 강좌에 참가한 학생들이 모두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김 박사는 중학생들이 얽매이지 않은 상상력을 풀어냈지만, 입시를 위한 공부에 몰두하면서 자신의 재능이 사라질 수 있다고 염려했다. 그는 “논술 등 입시를 준비하면서 상대가 요구하는 글쓰기에 적응해 나가다 보면 생각이나 상상력을 틀 안에 가두게 된다”면서 “지금처럼 겁내지 않고 쓸 수 있도록 자신의 재능을 꾸준하게 살려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21곳과 서울시 중고등학교 30여 곳에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는 고인돌 강좌의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장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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