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표류하는 기업 구조조정] 내년 총선 앞두고… "기업 구조조정 피 묻히기 싫다" 팽배

채권단 지원 반대 불구









현재 기업 구조조정 환경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보다 더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IMF 때는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전부 죽는다'는 위기의식이 나라 전체에 팽배했다. 국민 대다수의 동의 아래 정부가 앞에서 총대를 메고 청와대와 국회가 뒤에서 받히는 산업 구조조정으로 위기를 넘기고 빠른 속도로 경기가 다시 회복될 수 있는 동력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에 참여했던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정부가 짜온 기업구조조정 방안을 보고받고 직접 '걱정 말고 하라 뒤는 내가 책임진다'며 힘을 실어줬다"며 "지금은 금융당국이 법적 근거 없이 구조조정을 지휘했다가는 감사원 등 사정기관이 가만히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결과 정부가 좀비 기업을 연명시켜주는 구조라는 게 시장의 지적이다. 지난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둔 시기에도 그랬다. 시중은행 기업금융 담당자는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소기업은 은행이 알아서 정리를 하는데 문제는 대기업 구조조정"이라면서 "쌍용건설·STX·성동조선·경남기업·대우조선해양 등 모두 좀비 기업이지만 정부 당국의 요구로 계속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은 모두 채권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보이지 않는 압력으로 지원이 이어졌지만 부실로 결론 났다.

관계 부처별 손발도 제대로 맞지 않는다. 기재부가 주재해 산업부와 금융위가 참여하는 기업 구조조정 관련 TF는 이제 한 차례 회의를 마친 상태다. 산업부가 추진 중인 조선업 구조조정 방안은 금융당국이 현실성이 없다며 외면하고 있다.

좀비 기업이 늘어난 이유가 단순히 국내 요인뿐만 아니라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중동의 유가 급락 등 전 세계적인 경기 불황이 복합적으로 얽혀 나타난 현상이라는 점도 구조조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지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직후 구조조정은 기업의 부채비율이 감소하는 가시적 성과가 났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채가 증가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청와대가 컨트롤타워를 맡고 정부는 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해줄 새로운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과거보다 구조조정이 쉽지 않은 이런 상황에서는 청와대가 컨트롤 타워를 해야 각 부처가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구조조정을 위한 제도 도입도 시급하다. 일명 '원샷법'으로 불리는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은 기업들이 스스로 구조조정하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아직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기업구조조정 촉진법 상시화 법안도 상임위 소위에서 간단하게 논의된 게 전부다.

무엇보다 청와대·국회·정부 모두가 내년 총선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문제가 풀린다는 지적이다. 이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결국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의 미봉책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회의론이 나온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은 대규모 실업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데 청와대는 물론 기재부나 산업부도 수장이 총선 출마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어 직접 구조조정 업무를 맡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산업 구조조정을 하려면 다른 산업으로 근로자가 이동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노동시장 상황상 불가능한 구조"라면서 "결국 금융당국 중심으로 일부 한계 기업을 정리하고 일부는 살리는 정도에 그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세원·조민규기자 w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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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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