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며 취임 한 달 만에 316명의 마약 사범을 사살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이와 연계된 지방관료까지 수사 폭을 넓히고 있다.
2일 현지 일간 필리핀스타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 중부 레이테 주의 롤란도 에스피노사 읍장과 그의 아들이 불법 마약 거래에 연루됐다며 자수할 것을 지난 1일 촉구했다. 에르네스토 아벨라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침을 설명하며 “이를 거부하고 경찰 체포에 저항하면 현장에서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결정은 필리핀 경찰이 지난주 에스피노사 읍장의 집 근처에서 불법 마약 거래 혐의로 그의 경비원과 직원 등 5명을 체포하고 190만 페소(약 4,480만 원) 상당의 마약을 압수한 데 따른 것이다. 에스피노사 읍장은 2일 오전 경찰에 자수한 반면 그의 아들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을 앞둔 지난 6월 말 읍장과 주지사 등 최소 35명의 지방관료가 마약 매매에 연루돼 있다며 강경 대응 의지를 밝혔다. 지방 관료들이 마약 매매를 통해 재산을 불리고 이를 정치자금으로 사용하며 지역 정가를 휘어잡는 폐단을 손보겠다는 것이다. 두테르테 정부는 지방관료 가운데 처음으로 에스피노사 읍장을 처벌 대상으로 공개한 데 이어 다른 관료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