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끝나지 않은 '결핵 공포'

대학병원 잇단 결핵 감염 비상,

결핵 발생률 10만명당 86명

OECD 1위...2위의 3배 넘어

최근 이대목동병원에 이어 이번엔 삼성서울병원에서 간호사 1명이 결핵 확진 판정을 받아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3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삼성서울병원 소아혈액종양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가 결핵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달 15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근무했던 간호사가 결핵 확진 판정을 받은 지 보름만이다.


결핵에 걸린 간호사 2명은 모두 확진 이후 병원 근무를 중단했지만, 환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 의료인에 대한 결핵 관리 대책 마련이 지적되고 있다.

◇끝나지 않은 공포=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결핵 환자 돕기 기금 마련을 위해 판매했던 ‘크리스마스 실’을 하나둘 사 모으던 때가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실 판매가 급감하면서 기억 저편으로 물러가고 덩달아 ‘결핵’이라는 질환 역시 사람들의 뇌리에서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못 먹고 못 살던 시대나 있었던 후진국형 질병인 결핵이 더 이상 우리와 무관하다는 생각도 팽배해졌다. 그러나 ‘결핵 공포’는 현재 진행형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우리나라 결핵 발생률(인구 10만명당 환자 수)은 8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1위다. 2위 포르투갈(25명)보다도 압도적으로 높다.

OECD 가입국 결핵 발생률 및 사망률OECD 가입국 결핵 발생률 및 사망률


◇결핵, 우리 몸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다=결핵은 결핵균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 전염병이다. 주로 폐결핵 환자로부터 나온 미세한 침방울 혹은 비말핵(기침·재채기를 할 때 결핵균이 들어 있는 입자가 공기 중에 나와 수분이 적어지면서 날아다니기 쉬운 형태로 된 것)에 의해 직접 감염된다. 물론 감염된다고 해서 모두 결핵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대개 접촉자의 30% 정도가 감염되고 감염된 사람의 10% 정도가 결핵 환자가 되며 나머지 90%의 감염자는 평생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지낸다. 발병하는 사람의 절반은 감염 후 1∼2년 안에 발병하고 나머지 50%는 면역력이 감소하는 등 특정 시기에 발병하게 된다.

결핵은 발병하는 부위(폐·흉막·림프절·척추·뇌·신장·위장관 등)에 따라 증상이 다르다. 예를 들어 ‘림프절 결핵’이면 발열·신경과민·식욕부진·체중감소 등 전신 증상과 함께 목 부위 혹은 겨드랑이 부위의 림프절이 커지면서 동통이나 압통을 느낄 수 있다. ‘척추 결핵’이면 허리에 통증을 느끼며 ‘결핵성 뇌막염’이면 두통과 구토, 의식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결핵의 대부분은 폐에서 발생한다. ‘폐결핵’의 대표적 호흡기 증상으로는 기침이 가장 흔하다. 가래, 혈담(피 섞인 가래)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폐결핵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경우다. 폐 손상이 심해지면 호흡곤란이 나타나고 흉막 등을 침범했을 때 흉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김윤정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성인 폐결핵 환자의 흔한 초기 증상으로는 잦은 기침과 객혈, 발열, 전신적인 무력감, 체중감소를 꼽을 수 있다”며 “기침과 가래 등의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 반드시 결핵 검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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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이 생길 수 있는 부위결핵이 생길 수 있는 부위


◇결핵 치료는 마라톤, 6~9개월간 매일 약 먹어야=과거 결핵 치료 약물이 없던 1950년대까지만 해도 결핵 환자들은 깨끗한 공기가 있는 시골에서 요양을 하거나 혹은 감염된 폐를 강제로 허탈시켜 폐 속 결핵균이 공기와 접촉하지 못하게 폐쇄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항결핵제가 개발된 후부터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항결핵제를 꾸준히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결핵은 완치가 가능하다.

현재 결핵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항결핵제는 9∼10종이 있다. 이 중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어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항결핵제를 ‘1차 약제’라 하며 이보다 효능은 떨어지면서 부작용도 더 심해 부득이한 경우에만 사용하는 ‘2차 약제’가 있다.

가장 일반적인 결핵 치료법은 아이나·리팜핀·에탐부톨·피라진아마이드 등 네 가지 약물을 두 달간 매일 복용한 후 피라진아마이드를 제외한 세 가지 약물을 4∼7개월 정도 추가로 복용하는 방법이다. 약을 복용한 지 2주 정도가 지나면 기침이나 발열·무력감 등의 증상은 거의 사라지게 된다. 결핵약은 하루 한 번 식전 30분∼1시간 전 모든 약을 한꺼번에 복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결핵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핵약을 거르지 않고 매일 정확하게 복용하는 것이다. 임재준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일부 환자의 경우 속쓰림, 발열, 관절통, 두드러기, 간 기능 이상 등 결핵 약제 고유의 부작용을 경험하기도 한다”며 “이때 환자가 약을 불규칙하게 먹거나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하게 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결핵균이 다시 증식하면서 증상이 재발하거나 경우에 따라 약저항성을 가진 균이 출현해 치료 실패에 이를 수 있는 만큼 꼭 병원을 재방문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핵은 이처럼 항결핵제만 꾸준히 잘 복용하면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지만 완치 여부와 무관하게 결핵에 의해 감염된 폐에는 다양한 형태로 후유증이 남기도 한다. 임 교수는 “드물지만 결핵을 앓은 흔적에서 폐암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잠복 결핵’, 결핵 발생률 1위 오명 씻기 나선 정부=결핵균에 감염돼 있지만 현재 증상이 없는 상태로 타인에게 전파될 위험이 없는 상태를 ‘잠복 결핵’이라고 한다. 보건복지부는 올 3월 ‘결핵 안심 국가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내년에 고교 1학년생(60만명)과 만 40세 국민(85만명) 등을 대상으로 잠복 결핵에 대한 일제검사 및 치료를 무료로 실시하고 그에 앞서 오는 8월부터는 학교나 영유아 시설 종사자 등이 보건소에서 무료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주 내용이다. 그러나 아직 촘촘히 손봐야 할 부분도 있다. 보건당국은 집단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의료 종사자가 매년 잠복 결핵 검진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지만 한 사람당 7만∼10만원가량 드는 검사비용을 병원 자체적으로 부담하고 있어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병·의원 내 결핵 감염이 빈번한 만큼 좀 더 세심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결핵 예방은 개인별 실생활에서의 노력도 중요하다. 가장 기본은 ‘기침 예절’이다. 기침은 결핵을 옮기는 통로가 될 수 있는 만큼 손수건 등으로 입을 가리고 상대의 얼굴을 피해서 하는 게 중요하다. 또 결핵 진단을 받고 숨기기 급급하기보다는 발병 사실을 떳떳하게 말하고 치료 받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이 필요하다. 가래에 결핵균이 나오는 환자라도 2주 정도 결핵약을 복용하면 전염성이 사라지기 때문에 ‘초기 2주’ 제대로 된 대응을 위해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한다.

결핵 예방에 백신 접종은 필수다. 결핵균에 감염되기 전 비시지(BCG) 접종을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발병률이 5분의1로 줄어드는데 이 효과는 10년 이상 지속된다. 임 교수는 “폐결핵뿐 아니라 사망률이 높은 소아 결핵성 뇌막염이나 속립성 결핵(좁쌀결핵) 예방 효과가 높기 때문에 가능한 출생 후 1개월 이내에 BCG를 접종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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