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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이원리조트 하늘길 ]석탄 먼지 뿌옇던 옛길...야생화빛 물든 힐링로드로

1,100m 고원 올라서면 백두대간 능선 손에 잡힐듯

광부 아내 간절함 깃든 도롱이연못· '1117갱도' 등

발걸음 이어지는 곳마다 석탄촌 삶의 자취 고스란히

하이원리조트 슬로프로 이어지는 ‘하늘길’에 광활한 야생화 꽃밭이 조성돼 있다. 멀리서 바라보이는 백두대간의 능선은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시킨다.하이원리조트 슬로프로 이어지는 ‘하늘길’에 광활한 야생화 꽃밭이 조성돼 있다. 멀리서 바라보이는 백두대간의 능선은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시킨다.


중국에 차마고도가 있다면 한국에는 운탄고도라는 길이 있다. 강원도 정선의 해발 1,100m 능선을 연결했던 길이다. 차마고도가 중국과 티베트·인도를 잇는 차와 말·소금·곡식 등의 무역로였다면 운탄고도는 강원도의 석탄을 실어나르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 운탄고도가 이제 명품 트래킹코스인 ‘하늘길’이 돼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강원랜드 하이원리조트는 하늘길을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삼아 ‘친환경 힐링리조트’라는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석탄시대의 꿈과 슬픔을 간직한 운탄고도=강원도 정선군 고한읍과 영월군 상동읍, 태백시 혈동이 만나는 지점에 만항재라는 고개가 있다. 이곳에서 북서쪽 방면으로 정선군 신동읍의 함백역(현재는 폐쇄)까지 40㎞의 산중도로가 뚫려있는데 이를 운탄고도라고 한다. 길은 구불구불 몇 개의 산을 넘어 해발 1,100m의 하늘 위로 뚫려 있다. 운탄고도는 ‘석탄을 운반한 옛길(運炭古道)’이라는 의미다.


지난 1960~1980년대 강원도 정선과 영월·태백 등지의 탄광에서 나오는 석탄은 우리 경제의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었다. 이런 석탄을 실어나르기 위해 1957년 함백역이 개통된 후 탄광에서 이 역까지 길을 낸 것이다. 사회의 부랑자로 구성된 이른바 ‘국토건설단’이 오로지 삽과 곡괭이로 만들었다고 하니 그 노고를 알 만하다. 전성기 때는 석탄을 가득 실은 제무시(GMC) 트럭이 길을 가득 채웠다고 한다. 그 이후 1980년대 말부터 석탄 소비량이 급격히 줄고 1989년 이른바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으로 탄광들이 문을 닫으면서 길의 역할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늘길’로 재탄생=‘구름이 양탄자처럼 펼쳐져 있는 고원의 길(雲坦高道)’은 운탄고도의 또 다른 의미해석이다. 과거 석탄을 운반하던 길이 명품 트래킹코스가 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탄광의 폐쇄에 따라 지역공동화 현상이 생기자 대책으로 내국인 출입 카지노인 강원랜드가 1998년 만들어졌다. 강원랜드의 리조트 브랜드인 하이원이 운탄고도를 관광자원으로 삼기 위해 만든 것이 하늘길 코스다. 하늘길은 즉 국내 유일의 기업 주도형 트래킹코스인 셈이다.


하이원리조트를 둘러싼 백운산(1,426m) 정상으로 이어진 하늘길 운탄고도는 해발 1,100m가 넘는 고지에 위치하면서도 평평하게 난 산길이다. 멀리 보이는 백두대간의 능선은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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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길은 10여개의 코스를 갖추고 있다. 15분짜리 기분전환 산책코스에서 3시간 이상의 본격적인 등산코스까지 다양하다. 하이원리조트에서 출발한다면 △마운틴콘도에서 하늘마중길·도롱이연못·낙엽송길을 거쳐 전망대와 하이원호텔&CC에 이르는 ‘9.4㎞ 3시간 코스’ △밸리콘도에서 출발해 무릉도원길, 마천봉(백운산 정상), 산철쭉길, 마운틴탑(고산식물원), 도롱이연못을 거쳐 하늘마중길과 마운틴콘도에 이르는 ‘10.4㎞ 4시간 코스’ 등이 인기다. 강원랜드 측은 “하이원리조트는 강원도 산악 리조트를 강점을 최대한 살려 친환경 힐링테마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길에 스며 있는 탄광촌 이야기=하늘길을 걷다 보면 과거 운탄고도의 탄광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우선 산중 깊은 곳 작은 연못인 ‘도롱이연못’이 있다. 본래는 1970년대 산허리를 파고 들어간 갱도가 지반을 침하시키며 생겼다. 하지만 지질학적으로만 설명하면 재미가 없는 법. 연못 앞 안내판에는 광부의 아내들이 연못에 살고 있는 도룡뇽에 남편의 무사고를 기원했다고 적혀있다. 도룡뇽의 서식 여부를 항시 확인했는데 운 좋게 도룡뇽을 발견하면 무사고의 징조로 알고 안심했다는 것이다.

또 낙엽송길에는 ‘1177갱도’가 있다. 민영탄광으로는 최대 생산량을 기록했던 동원탄좌 사북광업소가 1960년대 초에 판 최초의 갱도를 복원한 것이다. ‘1177’은 갱도가 위치한 해발고도다. 등산객에게는 아쉽게도 하늘길에는 계곡은 있지만 대부분 물이 흐르지 않는다. 땅 아래 갱도를 통해 물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걷다 보면 작은 저수지 같은 것이 나오는데 이것은 폐광 침출수 정화시설이다. /글·사진(정선)=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갱도로 인해 지반이 침하되면서 생겨난 ‘도롱이연못’의 모습. 광부 아내들의 애절한 마음을 생각하게 한다.갱도로 인해 지반이 침하되면서 생겨난 ‘도롱이연못’의 모습. 광부 아내들의 애절한 마음을 생각하게 한다.


해발 1,100m 산허리를 연결한 옛 운탄고도의 모습. 석탄을 가득 실은 트럭들이 이 길을 메웠다.해발 1,100m 산허리를 연결한 옛 운탄고도의 모습. 석탄을 가득 실은 트럭들이 이 길을 메웠다.


하늘길에 지천인 야생화 개망초.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꽃의 향기에 빠지는 것도 좋다.하늘길에 지천인 야생화 개망초.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꽃의 향기에 빠지는 것도 좋다.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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