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中에 세운 첫 공장 통폐합…자율 구조개편 속도내는 LG화학

화학제품 공급과잉 가능성 커져

국내외 생산기지·설비 속속 정비

2차전지·EP 등 고부가 생산 확대

M&A 통한 바이오사업 강화 나서



LG화학이 중국에 최초로 세웠던 생산기지를 지난해 정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범용 화학제품이자 극심한 공급과잉에 빠진 폴리염화비닐(PVC)을 생산하던 공장이다. 조선·해운에 이어 석유화학·철강 산업의 구조조정이 임박한 가운데 국내 유화업계를 대표하는 업체 중 하나인 LG화학이 자율적 구조개편에서도 앞서가는 모습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해 하반기 중국 톈진에 있는 다구 공장을 인근 보하이 공장에 흡수 합병시켰다. PVC를 만드는 다구 공장은 LG화학이 지난 1995년 설립한 중국 내 첫 생산법인이다. 전 세계적으로 PVC의 공급과잉이 심화하면서 다구 법인은 지난해에도 1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다구 법인을 정리한 것 외에도 최근 들어 국내외 생산기지를 정비하는 작업을 잇따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충북 오창 2공장에 있던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 생산 설비를 일본 화학기업 도레이에 매각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2014년 미국 수처리 필터 기업 ‘나노H2O’를 인수하며 얻은 현지 수처리 필터 생산 설비도 국내 청주 공장으로 이전했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연산 160만톤이 넘는 카자흐스탄 석유화학단지 건설 사업도 올 초 철회했다. 에틸렌·폴리에틸렌을 비롯한 화학제품의 향후 공급 과잉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LG화학은 2011년 카자흐스탄 국영석유화학회사인 UCC와 총 42억달러(약 4조6,825억원)를 투자해 에틸렌 83만톤, 폴리에틸렌 80만톤을 만드는 대규모 화학단지 합작 계약을 맺었다.


연 매출 20조원에 이르는 LG화학은 중국 등이 가파르게 추격하는 기존 화학제품의 비중을 줄여가면서 배터리·바이오 같은 신성장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종은 전반적으로 호황기를 누리고 있지만 현재의 실적에 안주하지 않고 선제적 구조개편을 통해 신사업을 조기에 성장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이나 고기능성 합성수지(ABS·EPS) 생산을 늘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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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성과가 좋은 사업은 단연 2차전지다. LG화학은 미국 ‘빅3’ 완성차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포드·크라이슬러를 포함해 세계 굴지의 차량 메이커 대부분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테슬라모터스에도 배터리를 공급하기 시작했고 폭스바겐과도 납품을 논의하고 있다. 충북 오창, 중국 난징, 폴란드 등 배터리 생산공장도 지속적으로 늘리는 추세다.

LG화학은 구조조정뿐 아니라 미래 성장 동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국내 최대 농업 기업인 팜한농을 인수해 바이오 분야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6월에는 LG하우시스와 함께 미국 자동차 소재기업인 콘티넨털스트럭처럴플라스틱스(CSP)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팜한농의 성장을 위해 M&A도 주저하지 않겠다”며 바이오 기업 추가 인수를 추진할 의향도 내비친 상태다.

다만 아직까지 이들 신사업의 실적이 기존 주력 제품에 미치지 못한 것은 LG화학이 풀어야 할 과제다. 올 상반기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은 310억원이 넘는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 규모도 기초 화학 제품의 5분의1 수준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배터리뿐 아니라 신사업으로 꼽히는 고부가 화학제품은 대부분 범용 제품과 비교해 매출·영업이익 규모가 작아 구조개편을 앞둔 석유화학 기업들의 고민이 크다”고 전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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