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1년도 안돼 흑자...'어메이징 삼성바이오'

상반기에만 200억 영업익

업계 최단기간 흑자달성도

반도체 노하우 접목이 흑자 원동력

올해 매출 성장세 본격화

2, 3공장도 최단기간 흑자 가능성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들이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위해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바이오로직스는 업계의 예상과 달리 1공장 생산가동 1년도 안 돼 흑자를 달성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사진제공=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들이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위해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바이오로직스는 업계의 예상과 달리 1공장 생산가동 1년도 안 돼 흑자를 달성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사진제공=삼성바이오로직스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지난 2010년 그룹 경영에 복귀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혁신과 함께 신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삼성은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자동차용 2차전지 △발광다이오드(LED) △태양광 등을 미래 신수종사업으로 선정했다. 신수종사업으로 선정된 뒤 삼성의 바이오 분야 투자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2011년 초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업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고 5월 3만ℓ 규모의 인천 송도1공장을 착공했다.


이 같은 삼성의 행보에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우려가 컸다. 바이오 사업 경험이 없는데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삼성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했다.

하지만 삼성은 삼성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1공장이 본격 가동된 지 1년도 안 돼 흑자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CMO 업계 최단기간 흑자다. 시장의 우려와 질시를 딛고 세계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 삼성의 경쟁력을 입증한 셈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상업가동을 시작한 삼성바이오로직스 1공장이 올 상반기 약 2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2공장은 시험생산 중이고 3공장을 지난해 12월 착공해 회사 전체적으로는 아직 적자지만 상업생산을 시작한 지 1년도 안 된 1공장이 200억원의 흑자를 본 것은 기적에 가깝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특히 1공장이 흑자를 낸 것은 착공 후 4년8개월 만으로 이는 업계 최단 기록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1공장의 생산규모는 3만ℓ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와 로슈 같은 글로벌 제약사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바이오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은 완공·가동에만 6~7년이 걸리고 흑자 달성에는 추가로 2~3년이 소요된다”며 “삼성 1공장은 착공 4년여 만에 상업생산을 시작했고 5년째에 흑자를 낸 셈인데 지금까지는 사실상 불가능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초기만 해도 그룹 최고위층과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진 정도만 “한번 해볼 만하다. 할 수 있다”고 밀어붙인 일을 임직원들이 결국 이뤄낸 셈이다.


그룹 최고위층이 바이오 산업 진출을 결정하면서 여러 분야 가운데서도 후발주자가 가장 잘할 수 있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골랐다. 신약 연구개발(R&D)은 최종적으로 가야 할 부분이기는 하지만 진입 장벽이 높고 천문학적인 개발비용이 든다. 반면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과 바이오시밀러(복제약)는 한번 겨뤄볼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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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가동 1년도 안 된 공장에서 흑자를 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MO 전문업체다. CMO는 반도체와 사업구조가 비슷하다. 반도체에서 쌓은 초정밀작업 기술과 공장 건설 노하우, CMO라는 사업의 성격으로 볼 때 삼성이 충분히 넘버원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바이오시밀러도 마찬가지다. 오리지널 약의 특허 만기가 줄줄이 다가오고 원본 약 개발보다 상대적으로 투자비용이 적어 뛰어들기가 쉬웠다.

이 중 CMO는 삼성의 DNA와 잘 맞아떨어진다. 공장 건설을 단계적으로 하지 않고 건설과 동시에 주요 기기를 제작, 설치하는 ‘멀티 공법’을 썼는데 이는 반도체 공장 건설의 노하우라는 게 삼성의 설명이다. 삼성의 한 고위관계자는 “생산을 의뢰받은 의약품을 빨리 생산할수록 경쟁력을 갖게 되고 공사기간이 짧으면 투자비용이 줄어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다”며 “바이오로직스는 공사기간만 해도 타 업체 대비 약 30% 이상 줄였다”고 전했다.

앞으로 지어질 공장들은 완전히 표준화된 모델을 적용해 건설기간을 더 단축할 계획이다. 반도체처럼 선제적인 대규모 시설투자를 통해 경쟁업체와의 격차를 갈수록 벌리는 ‘초격차’ 전략을 쓰겠다는 것이다. 현재 건설 중인 3공장의 경우 투자비만도 약 1조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흑자 달성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한국 바이오 산업이 명실상부한 세계 1위의 반열에 올랐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단기간 완공(25개월) 기록을 세웠고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도 받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최단기간 흑자 기록까지 세우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매출 성장세가 가팔라질 전망이다. 1공장의 상업가동이 본격화한 상황에서 흑자를 기록했고 2공장의 시험생산으로 매출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공장이 상업적으로 성공하면서 각각 15만ℓ와 18만ℓ 규모의 2·3공장도 최단기간에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2월 3공장 기공식에서 3공장이 본격 가동되는 2018년 4·4분기 이후 매출 2조원과 영업이익 1조원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삼성은 장기적으로 4·5공장 증설 투자 및 사업영역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삼성 관계자는 “바이오 사업 경험이 전무한데다 1공장은 용량(3만ℓ)도 작아 단기간 내 흑자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시장의 판단이었다”며 “시장의 우려를 불식하고 사업 시작 5년 만에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 경쟁력을 증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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