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농부 출신 만학도 공근식씨 "항공공학자 꿈 이룰 것"

러시아 모스크바물리기술대 수석졸업

수박농사 짓다 대학교 진학

40대에 러시아 유학길 올라

전과목 A+, 논문도 최우수

"한국 취약한 극초음속 분야

대학원 가서 공부할 계획"

고교 중퇴 후 수박 농사를 지어 두 동생을 대학에 보낸 뒤 야학으로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러시아 모스크바 물리기술대에 진학해 수석 졸업한 공근식(왼쪽)씨가 은사인 박종대 배재대 교수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배재대고교 중퇴 후 수박 농사를 지어 두 동생을 대학에 보낸 뒤 야학으로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러시아 모스크바 물리기술대에 진학해 수석 졸업한 공근식(왼쪽)씨가 은사인 박종대 배재대 교수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배재대




“대학원에 진학해 발사체를 연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항공공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고향에서 수박 농사를 지어 두 동생을 대학에 보낸 후 뒤늦게 야학으로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배재대를 거쳐 러시아 모스크바 물리기술대에 진학해 수석 졸업한 충북 영동군의 공근식(46)씨가 화제다.

그는 서른네 살의 나이에 처음 대학생 생활을 한 대전 배재대를 5일 방문했다. “늦게 배움의 길에 들어섰지만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아 계속 공부할 수 있었어요. 모스크바 물리기술대 대학원에서 우리나라가 극히 취약한 극초음속(hi-hypersonic) 분야를 공부할 계획입니다.” 오는 9월 모스크바 물리기술대 대학원 진학을 앞둔 공씨는 학부 수석을 차지한 것은 남다른 노력과 함께 대학 진학 후 만난 여러 사람과의 인연 때문이라며 이들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충북 영동군 심천면이 고향인 그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고교를 중퇴한 뒤 20년 가까이 고향에서 수박 농사를 지어 두 동생을 대학에 보냈다. 그러나 그는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야학에 다녔고 고졸 검정고시로 대학 진학 자격을 얻었다.


공씨는 지난 2004년 마침내 서른네 살에 배재대 전산전자물리학과에 입학하는 기쁨을 누렸다. 그는 영동에서 대전까지 통학하며 배움을 이어갔다.

관련기사



그는 은사인 박종대 배재대 교수의 권유로 휴학을 한 뒤 2년 동안 KAIST 물리학과를 찾아 청강도 했다. 당시 박사 과정 중이던 이수석씨 등 세 명이 수학·물리 등의 공부에 큰 도움을 줬다.

공씨는 이후 배재대에 교환교수로 와 있던 고려인 러시아 교수와 연구원을 만나면서 또 한 번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러시아 교수와 연구원들에게 러시아어와 물리·화학 등을 배우면서 발사체 등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고 러시아 유학도 결심하게 됐다.

그는 2010년 물리학 분야의 유명 대학인 모스크바 물리기술대 항공공학과에 진학했고 1년의 예비과정을 거쳐 5년 만에 수석 졸업하는 성과를 거뒀다. 기숙사 생활을 하며 밤낮으로 공부했고 3학년부터 졸업 때까지 전 과목 A+를 받았다. 졸업논문인 ‘화학변화를 고려한 우주 발사체의 성능향상 계량화’도 최우수평가를 받았다.

공씨의 이러한 삶은 러시아에서도 화제가 됐고 러시아의 항공우주 격월간지 ‘자유로운 비행’은 5월호에서 ‘염원으로 향하는 길’이라는 제목의 표지기사로 그가 걸어온 배움의 길을 소개했다.

공씨는 “항공·미사일 분야의 필수 기술인 마하 30∼100 미만의 플라즈마 현상 연구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공부에 대한 열의가 있다면 누구라도 당장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박희윤기자 hypark@sedaily.com

박희윤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