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美 관세폭탄·中 사드보복·신흥국 견제...수출 코리아 '3각 파고'

美 이번엔 한국산 열연강판에 61% 반덤핑 관세

中은 관세장벽 높이고 복수비자 발급 제한 조치

印·브라질·터키·태국 등 한국제품 규제도 늘어





‘수출 코리아’에 비상이 걸렸다.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흐름과 최대 수출 상대국인 중국의 보복성 경제 조치 우려, 여기에 턱밑까지 치고 올라오는 신흥국의 추격까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면서 3중고(重苦)에 시달리는 양상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지난 5일(현지시간) 포스코·현대제철이 수출하는 한국산 열연강판에 대해 최대 61%에 이르는 반덤핑·상계 관세율을 적용하라고 결정했다. 반덤핑 관세는 내수 가격에 비해 수출 가격이 낮게 책정됐을 경우 부과되고 상계관세는 정부 보조금 혜택이 주어졌을 경우 적용한다. 이번에 반덤핑·상계관계율이 결정된 열연강판의 대미(對美) 수출 규모는 미국에 수출되는 전체 한국산 철강재 가운데 3분의1가량(상반기 기준)을 차지할 정도의 주요 철강재다.

그동안 여러 제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가 부과됐지만 업계에서는 열연강판의 최종 판결 결과에 유독 촉각을 곤두세워 왔을 정도로 중요 품목이다.

일단 우리 정부와 철강업계는 미 정부의 관세 폭탄에 대해 당혹스러움 속에서 대응 수위를 놓고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포스코는 정부에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요구하는 등의 법적 대응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오해에서 비롯된 부당한 측면이 있다”면서 “WTO 제소를 포함해 다양한 법적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고위관계자도 “그동안 업체들과 대책 등 논의를 진행해왔는데 관세 부과가 최종 판정으로 확정돼 우려스럽다”고 말했고 다른 당국자는 “상계관세나 반덤핑 마진율 등을 검토해 이에 대한 문제의 소지가 있으면 WTO에 제소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승소’에 대한 자신 없이 섣불리 WTO 제소에 나섰다가 한미 간 통상 마찰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 실제 제소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관세 폭탄’은 근본적으로 중국산 철강재에 대응하려는 데서 비롯됐다. 자국 내 철강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저가로 잉여 물량을 해외로 밀어내는 중국 전략 탓에 자국 철강 산업이 피해를 입었다며 미국이 철저한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선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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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뿐 아니라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에 적용되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행보에는 대선을 앞두고 가속도가 붙고 있다. 고준성 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미국의 반덤핑·상계관세 조치가 규범에서 정한 틀을 넘어설 정도의 보호무역주의로 가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은 앞서 한국산 냉연강판과 도금강판에 대해 각각 최대 58%와 49%의 관세율을 부과한 바 있다. 선박과 건축용으로 쓰이는 철강 후판에 대해서도 지난 4월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고 인동(구리모합금)과 철강제품용 합금인 페로바나듐에 대해서도 반덤핑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한국산 가소제에 대해 새롭게 조사에 착수하는 등 관세 장벽 구축에 나선 상황이다. 중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되는 삼성전자와 LG전자 가정용 세탁기에는 각각 111%, 49%의 반덤핑 예비판정을 내렸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 가속 페달을 거침없이 밟는 와중에 대중(對中) 관계 역시 새로운 악재로 떠올랐다. 우리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에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중국이 아직은 전면적인 경제 보복에 나서고 있지 않지만 수위가 점차 올라가고 있다는 점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은 최근 한국과 유럽연합(EU), 일본산 방향성 전기강판에 대해 반덤핑 결정을 내렸는데 한국산 전기강판 관세율은 예비판정(14.5%)보다 3배 가까이 뛴 37.3%로 최종 결정했다. 일본과 EU는 최종 판정 결과가 예비 판정 때와 같았다. 최근 중국 대사관이 여행사 초청장을 받아 신청하는 우리 국민에 대한 상용 복수비자 발급을 중단한 것을 두고도 사드 배치 결정 영향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중국 수출업체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경제 부문의 보복 조치가 올라갈 경우를 대비해 시나리오별로 보다 면밀한 대응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며 “특히 중국 자체적으로 제작이 가능한 수출 제품은 현금흐름에도 각별하게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도 등 신흥국의 한국산 제품에 대한 견제도 만만찮다. 인도 정부는 한국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4월 착수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인도는 한국산 제품에 대해 7월 말 기준으로 총 32건의 규제를 취해 가장 많았다. 한국에 대한 규제가 많은 상위 10개국 가운데 인도를 비롯한 중국과 브라질·터키·인도네시아·태국·말레이시아 등 신흥국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창회 무역협회 통상협력실장은 “국내 기업들은 단순히 수출 규모를 키우기 위해 저가로 수출하려는 전략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면서 “규제국 시장 동향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재영기자·세종=박홍용 기자 jyhan@sedaily.com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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