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하정우 "극한 상황에도 유머…관객에 재미 주는것이 내 역할"

영화 '터널' 내일 개봉

낙천적 캐릭터 '평소의 나' 닮아

순간순간 감정대로 즉흥연기

날 것 그대로 내뱉는 짜릿한 경험

연기는 승리 위해 경쟁하지 않아

다양한 시도·연마하며 답 찾을것

<저작권자 ⓒ 1980-201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 1980-201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영화 ‘터널(오는 10일 개봉)’은 하정우(38·사진)라는 배우의 진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갑자기 붕괴한 터널 속에 홀로 고립돼 구조만을 기다리는 남자 이정수를 연기하는 그를 보고 있노라면 이 영화는 하정우가 아니라면 성립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2시간이라는 상영시간 대부분을 오롯이 홀로 끌어가야 하는 배우 입장에서는 부담될 법도 한 작품이다. 하지만 하정우가 ‘터널’ 촬영기를 떠올리며 가장 먼저 언급한 감상은 “재미있었다”는 것이었다.

“신이나 대사에 구애받지 말고 그 순간 제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알아서 연기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감독님의 주문이었어요.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느끼는 것들을, 나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오는 말들을 그대로 뱉을 수 있다는 자체가 짜릿했죠. 특히 전작 ‘아가씨’가 굉장히 정교하고 잘 디자인된 연기를 요구했다면 이번에는 거칠게 덩어리째 연기를 하는 완전히 상반된 스타일의 작업이라 더욱 재미있게 한 것 같아요.”


하정우가 즉흥 연기를 하면서 신경 쓴 포인트는 웃음이었다고 한다. 대형 재난 속에서 번지는 유머라니. 의외인 듯하지만 그렇게 웃음을 잃지 않는 점이 바로 ‘터널’의 매력이기도 하다. 배우는 “말도 안 되게 릴렉스된 모습이라면 안 되겠지만 관객이 최대한 영화적 재미를 느끼게 해주면서 끌고 가는 것이 내 역할”이라며 “‘고통은 잠시, 재미는 길게’ 극한 상황이지만 절망적이지 않도록 삶에서 펼쳐지는 블랙코미디 같은 요소를 촘촘히 넣겠다는 것이 감독님과 나의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터널을 헤매다 자신의 차로 돌아오자 ‘집이다. 집에 왔어’ 등 혼잣말을 하거나 소중한 식량을 빼앗긴 나머지 괴성을 지르다가 “꿈꿨어요”라고 얼버무리는 부분은 예기치 못한 웃음을 주는데 대부분 하정우의 애드리브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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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터널’의 한장면/제공=쇼박스영화 ‘터널’의 한장면/제공=쇼박스


그러고 보면 극한 상황에서도 낙천성과 웃음을 잃지 않는 이정수의 모습은 관객들이 생각하는 배우의 평소 모습과도 참 닮아 보인다. 하정우 역시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는 뭔가를 꾸며내고 캐릭터를 만들기보다 내가 들어가 내 말투를 쓰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며 수긍했다. 배역이 아니라 배우가 보이는 것 같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그것도 괜찮은 것 아닐까”라고 말했다.

“나의 롤 모델은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인데 예전에는 드니로가 더 흥미로웠어요. 드니로는 작품마다 자기 복제를 거부하며 끝없이 변신을 시도하는 것 같았고 알 파치노는 ‘나 그냥 똑같은 거 할 거야’ 하며 주구장창 비슷한 역할만 하는 것처럼 보였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알 파치노가 오히려 정답에 가까운 것은 아닐까 생각도 해요. 그 배우의 느낌을 토대로 캐릭터가 더 풍성해질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그는 이어 말했다. “어차피 연기라는 것이 경쟁하고 금메달을 따고 하는 것이 아니지 않나요. 내게는 평생 해야 할 직업이기도 하니까.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을 하며 다양한 시도를 할 겁니다. 계속 연마하며 정답을 찾아가야겠죠.”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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