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아트갤러리] 김윤철 '세 축의 기둥'

김윤철 ‘세 축의 기둥’ 유리 실린더와 전자제어장치, 각 150X10cm 3개, 2010~2013년작   /사진=조상인기자김윤철 ‘세 축의 기둥’ 유리 실린더와 전자제어장치, 각 150X10cm 3개, 2010~2013년작  /사진=조상인기자





스멀스멀 느릿한 움직임은 바쁜 현대인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다. 머무르고 지켜보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청한다. 금가루가 녹아 퍼지는 듯하고 푸른 파도가 포말을 흩뿌리는 듯하다. 최근 스위스의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주는 ‘콜라이드상(COLLIDE International Award)’을 수상한, 과학상을 받은 예술가 김윤철의 작품 ‘세 축의 기둥’이다. 빠른 과학은 기술이 되지만 느린 과학은 예술이 되기도 한다. 국내 학부에서는 작곡을 전공하고 독일에 유학한 그는 ‘오디오비주얼매체 전공’이라는 통섭 학문을 공부해 ‘다빈치형 변종 작가’로 금의환향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오는 9월3일까지 열리는 김윤철의 개인전 ‘몽환포영로전’은 과학자의 실험실 같다. ‘세 축의 기둥’은 거대한 시험관 안에 작가가 고안한 유동적 물질을 넣어 느리게 퍼져가는 움직임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한 작품이다. 커다란 샬레 안에서 자성(磁性) 입자들이 뭉게구름 이미지를 만드는가 하면 로봇 팔이 실험용 병을 휘돌리고 화학 반응에 따른 식물의 생장 모습도 보여주는 작품들이 선보인다. 작가는 특별한 메시지를 전하려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물질성과 그 섭리·본질을 들여다볼 기회를 관객에게 내줄 뿐이다. 제목은 꿈·환상·거품·그림자·이슬·번개, 즉 고정되지 않고 덧없이 흘러다니는 ‘무상(無像)’의 존재들로 그 자체가 이 세상의 본연임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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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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