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명품의 甲질…에스티로더, 갤러리아면세점서 11개 브랜드 직원 철수

샤넬 화장품 입점에 불만 표출

계역서에도 없는 조건 요구

협상 갈등빚자 직원 30명 철수

갤러리아 자사 직원들로 메워

타 면세점으로 불똥 튈까 우려

에스티로더를 비롯해 다양한 고급 브랜드를 갖춘 갤러리아면세점63 화장품 매장 /사진제공=한화갤러리아에스티로더를 비롯해 다양한 고급 브랜드를 갖춘 갤러리아면세점63 화장품 매장 /사진제공=한화갤러리아




갤러리아면세점63에 입점한 글로벌 명품 화장품 에스티로더그룹이 계약서에도 없는 조항을 요구하며 소속 계열 11개 브랜드를 전면 철수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업계에선 고급 브랜드 유치에 목메는 신규 면세점의 다급한 상황을 악용한 명품의 ‘콧대높은 갑질’이라고 비난하면서도 이번 사태가 다른 신규 면세점으로 불똥이 튀길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에스티로더, 크리니크, 맥, 바비브라운, 아베다, 랩시리즈, 톰포드뷰티, 오리진스, 아라미스, 라 메르, 조말론 등 미국 고급 화장품 기업인 에스티로더그룹 계열 11개 브랜드(10개 매장)는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위치한 갤러리아면세점63에 일방적으로 퇴점을 통보한 뒤 30여 명의 직원을 모두 철수시켰다. 이에 따라 한화갤러리아는 자사 직원들을 임시로 에스티로더 브랜드 매장에 급파해 간신히 공백을 메웠지만 물량이 부족해 영업 중단은 조만간 불가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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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티로더가 브랜드 전면 철수라는 초강수를 던진 것은 그동안 갤러리아측과 협상 과정에서 갈등을 빚다가 지난 1일 갤러리아면세점63이 최고급 브랜드인 샤넬 화장품을 입점시키자 불만이 폭발했기 때문이다. 면세점측은 샤넬 화장품을 유치하면서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가운데 최초’라는 타이틀에 집중한 나머지 기존 화장품 브랜드들보다 더 편의를 봐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에스티로더는 샤넬 입점에 따른 추가 요구 사항을 제시했고 갤러리아면세점63은 이를 맞춰주는 데 실패했다. 한화갤러리아의 한 관계자는 “수수료 문제는 아니며 브랜드를 완전히 철수한 게 아니기 때문에 협의할 여지는 있다”며 “에스티로더가 요구하는 조건을 감안해 다시 협상에 나설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설상가상으로 에스티로더가 이탈하면서 랑콤, 비오템, 키엘 등 다른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까지 동요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5일 그랜드오픈한지 고작 3주밖에 안 된 시점에서 예기치 못한 난제에 봉착한 것이다.

유통업계에서는 당초 계약을 벗어나는 에스티로더의 요구에 대해 최악의 경우 한화갤러리아가 법적 대응까지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나아가 이번 에스티로더 사태가 갤러리아면세점63에 그치지 않고 자칫 다른 신규 면세점의 해외 브랜드 유치나 수수료 협상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한다. 지난 2014년 스위스 최대 시계 제조사인 스와치가 수수료 문제로 롯데백화점에서 7개 매장을 철수하는 등 유통가에는 명품들의 ‘갑질’이 종종 있었다. 그러나 백화점과 달리 신규 면세점들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는 분석이다. 특히 숫자가 크게 늘어나며 치열해진 시내 면세점간 경쟁을 감안할 때 독보적인 해외 브랜드 유치는 면세점 인지도와 경쟁력 강화로 직결되기 때문에 명품들의 요구에 신규 면세점들이 더 쩔쩔맬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는 진단이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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