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상하이 디즈니, 미래를 건설하다

놀이기구 건설 총괄 스콧 드레이크 인터뷰

상하이 디즈니랜드의 투모로랜드 전경. 멀리 판타지랜드 Fantasyland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 마법의 성이 보인다.상하이 디즈니랜드의 투모로랜드 전경. 멀리 판타지랜드 Fantasyland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 마법의 성이 보인다.


부모가 자녀들에게 직업을 설명하는 일은 쉽지 않다(“엄마는 투자은행가야”라고 말해봤자 다섯 살 아이는 그 뜻이 무엇인지 잘 모를 것이다). 하지만 스콧 드레이크에겐 어렵지 않은 일이다. 아빠가 중국 디즈니랜드의 롤러코스터를 만드는 일을 한다는 걸 세 아이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월트디즈니 이매지니어링 Imagineering (*역주: Imagination과 Engineering을 합쳐 만든 디즈니의 신조어. 상상력에 기술을 합쳐 꿈을 현실로 만든다는 뜻으로 디즈니 테마파크를 디자인하는 부서의 명칭) 부서를 총괄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드레이크는 3년 전 가족과 함께 상하이로 이주했다. 그가 맡은 임무는? 지난 6월 개장한 상하이 디즈니랜드의 ‘6대 테마랜드’ 중 하나인 투모로랜드 Tomorrowland의 건설을 총괄하는 것이었다. 총 건설비 55억 달러가 투입된 투모로랜드는 단언컨대 디즈니랜드가 가장 야심 차게 선보인 테마파크라 할 수 있다.


상하이 디즈니랜드에 있는 모든 것은 전부 크기가 엄청나다. 이 곳 마법의 성(Enchanted Storybook Castle)은 다른 어느 디즈니랜드에 있는 마법의 성들보다 크고 거대하다. 디즈니랜드 사상 최초의 해적 테마랜드도 이곳에 자리잡고 있다. 드레이크가 맡은 미래 도시 투모로랜드는 1955년 캘리포니아 주 애너하임 Anaheim에 세워진 최초의 디즈니랜드에 처음 만들어졌다. 창업자 월트 디즈니 Walt Disney가 직접 계획하고 세웠다. 당시 투모로랜드는 미래를 1986년으로 가정했다. 하지만 21세기 상하이 같은 도시에 투모로랜드를 건설하는 일은 그때와는 사뭇 다른 과업이라 할 수 있다.

드레이크는 “우리가 직면한 최대 난관은 이미 미래에 와있는 도시에서 어떻게 다시 미래 도시에 관한 이야기를 만드느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차원에서 다르게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직원들에 대한 업무 평가는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는 일이다. 하지만 디즈니 CEO 밥 아이거(왼쪽)에겐 그렇지 않다.직원들에 대한 업무 평가는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는 일이다. 하지만 디즈니 CEO 밥 아이거(왼쪽)에겐 그렇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최신식 마천루들이 즐비한 인구 2,400만 명의 상하이는 현대 도시의 모범이자 금융 및 관광의 허브이다. 디즈니는 이곳 푸동 Pudong 지역에 122만평(1,000에이커) 규모의 대형 놀이공원을 건설하고, 지난 6월 16일 개장했다. 투모로랜드는 중국 본토에 세운 거대 테마파크의 일부에 불과했지만, 드레이크에겐 창의적 사고를 발휘하기에 충분한 공간이었다.

드레이크(39)는 “희망찬 미래의 모습을 디자인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인간, 자연, 기술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비전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이 바로 트론 라이트사이클 파워 런 Tron Lightcycle Power Run이다. 디즈니가 지금까지 만든 롤러코스터 중 가장 빠르다(1982년 개봉한 영화 트론에서 탄생한 콘셉트다. 이륜 오토바이처럼 생긴 ‘라이트사이클’을 타면 색조명들이 지나간 자취를 남긴다). 투모로랜드의 트랙 길이는 966미터이며, 이 놀이기구에 사용된 케이블과 배선을 일렬로 늘어놓으면 상하이 둘레를 37번이나 돌 수 있는 길이가 된다.

드레이크는 “상하이 투모로랜드 건설엔 새로운 방식이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월트 디즈니가 처음 디즈니랜드를 건설했을 당시에는 없던 최신 기술과 장비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이디어를 브레인스토밍하는 과정은 디즈니 창업주의 방식과 다르지 않았다. 1950년대 월트 디즈니가 처음 만든 이매지니어링 부서는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갖춘 창의적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디즈니랜드의 새로운 시도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다. 2009년 CEO 밥 아이거 Bob Iger가 드레이크를 영입해 상하이 투모로랜드 프로젝트를 맡겼을 때, 그는 건축가와 디자이너, 롤러코스터 엔지니어를 비롯한 다양한 전문가들을 불러모아 아이디어를 짜냈다. 팀원들은 ‘만약의 문제들(what-ifs)’-드레이크의 표현이다-에 대한 범위를 좁힌 후, 세부사항 검토에 착수했다. 아이디어를 정제하는 단계에선 어떤 아이디어를 현실화할지, 어떤 원칙을 적용해 다른 일들을 해결할지 결정했다. 놀이기구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은 롤러코스터 시스템 관련 작업에 착수했고,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조경사는 청사진의 모습을 그려냈다. 이런 과정 속에서 팀원들은 지속적으로 만나 각기 한 일을 취합하고,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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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이크가 두 딸과 함께 버즈 라이트이어의 행성 구조대(Buzz Lightyear Planet Rescue)를 체험하고 있다.드레이크가 두 딸과 함께 버즈 라이트이어의 행성 구조대(Buzz Lightyear Planet Rescue)를 체험하고 있다.


드레이크의 팀은 색이 변하는 캐노피와 제트팩 jet-pack (*역주: 등에 매는 개인용 분사 추진기) 을 체험할 수 있는 멋진 놀이기구도 설계했다(실제로 초보 비행사들은 둥근 제트팩을 매고 훈련을 한다). 그리고 그들이 계획한 것이 실제로 건설되면 어떤 모습일지 파악하기 위해 서던 캘리포니아 Southern California 디즈니 본사에 가상 체험실을 만들었다. 이 곳에서 드레이크와 디즈니는 그들이 건설할 미래 도시가 어떤 모습일지 하나하나 둘러보고, 상하이에 발을 들여놓기도 전에 그 곳에 건설될 롤러코스터를 타보기도 했다.

드레이크는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상상력을 현실로 만드는 이매지니어링의 비법은 이 모든 것을 하나로 융합하는 노하우이다. 우리는 최신 기술을 보여주는 쇼케이스를 열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곳에선 상상 이상의 기술을 보게 될 것이다.”

처음 계획한 날로부터 수년이 지나, 마침내 상하이 투모로랜드는 첫 손님을 맞았다. 이날이 오기까지 매우 긴 시간과 많은 비용이 소요됐다. 아이거는 당초 상하이 디즈니랜드 개장을 2015년 말경으로 계획했다. 그러나 건설 중 문제가 발생하고 디자인이 변경되는 바람에 결국 올 여름이 되어서야 문을 열 수 있었다(디즈니는 ‘확장 계획’을 개장 지연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총 55억 달러가 투입된 이 테마파크는 중국 정부가 주도한 컨소시엄에 디즈니와 상하이 셴디 그룹 Shanghai Shendi Group이 참여해 건설됐다.




드레이크와 트론 라이트사이클 파워 런.드레이크와 트론 라이트사이클 파워 런.


이 곳에는 많은 것들이 걸려 있다. 아이거가 CEO로 재임하는 동안 디즈니는 성장과 사업 다각화를 지속해왔다. 그러나 최근 ESPN 케이블 방송의 시청자 수가 감소하고 있다. ESPN은 ABC와 함께 디즈니의 최대 사업부문인 미디어 네트워크에 속해있다. 테마파크 부문은 그 뒤를 이어 두 번째 규모다. 아이거는 2018년 은퇴할 예정이기 때문에, 상하이 디즈니랜드의 운명은 그의 재임 기간 성적에 좌우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론 치열한 경쟁도 예상된다. 경쟁 테마파크를 운영 중인 다롄 완다그룹 Dalian Wanda Group의 백만장자 왕젠린 Wang Jianlin은 TV 인터뷰에서 “상하이 디즈니랜드가 ‘적자’를 면치 못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자신한 바 있다. 그러나 다른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중국 내에서 더욱 많은 놀이기구와 (스타워즈에서부터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콘텐츠를 판매하는 ‘입장권’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드레이크는 “상하이 디즈니랜드와 트론 롤러코스터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로부터도 큰 인기를 끌 것”이라며 희망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아이거가 트론 롤러코스터를 처음 시승했던 날 우리 모두는 매우 신이 났다. 그는 매우 흡족해했다”고 그날을 회상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Michal Lev-Ram

by Mical Lev-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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