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소비양극화 늪 빠진 내수]"저소득층 소비여력 실종...노동개혁 등 내수 키울 구조개혁 급하다"

생활비 느는데 소득 찔끔 올라...서민들 이중고

'반짝부양 끝나면 곧바로 소비절벽' 악순환 반복

"시혜성 복지정책 만으론 내수회복 기대 어려워"



‘소비 양극화’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소비세 인하 카드를 연거푸 내놓고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는 등 소비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다. 그 결과 지난 6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1% 증가한 것을 놓고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는 자평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소비의 온기는 아랫목(고소득층)만 덥혔을 뿐 윗목(저소득층)은 여전히 냉랭하다. 주거비·교육비 등 생활비 부담은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는데 소득은 ‘찔끔’ 느는 데 그치다 보니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년간 줄이고 늘린 가계부 항목들을 보면 저소득층의 고충이 그대로 드러난다. 8일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소득 1분위 가구가 3년 전(2013년 1·4분기)에 비해 늘어난 지출 중 가장 큰 항목은 자동차 구입비(2만2,427원)였다. 하지만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가 작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가장 늘어난 지출은 주거비(1만7,868원)다. 전체 가처분소득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년 새 5.1%에서 6.2%로 대폭 상승했다. 두 번째는 외래의료서비스(1만724원)였다. 그 이외에 늘어난 지출도 육류 등 식료품, 가사용품 등 생활에 반드시 필수적인 지출이었다. 심지어는 자식들 학원비용(-9,502원)마저 줄였다.






고소득층은 반대다. 소득 5분위가 3년 전보다 가장 많이 늘린 지출은 자동차 구입비(11만8,822원)와 경상조세를 제외하면 외식 식사비(7만4,864원)였다. 그 뒤를 기타서비스이용 지출 금액(4만9,198원 증가)이 따랐다. 저소득층과 달리 자식 학원비도 2만6,012원 늘렸다. 주거비는 2만8,554원 증가해 전체 처분가능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1%였다. 2013년 1·4분기(0.8%)와 비교하면 0.3%포인트 상승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소비심리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은행의 소비자심리지수(CCSI)를 보면 6개월 후 지출을 늘리겠느냐는 질문에 답한 지출전망 CSI 중 의료비 항목의 경우 월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의 지수는 2013년 7월 92에서 올 7월 83까지 내려앉았다.


월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의 경우 같은 기간 주요 서비스 지출에서도 모두 줄이겠다는 답변이 크게 늘었다. 외식비는 80에서 75로 하락했다. 여행비 지수(75)는 그대로였지만 여전히 지출을 줄이겠다는 항목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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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월소득 500만원 이상 가구는 의류비(102→107), 외식비(95→99), 여행비(103→110), 주거비(103→107) 등에서 모두 지수가 상승했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반짝 효과에 그치면서 ‘소비절벽’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는 지난해 8월 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얼어붙은 소비를 살리기 위해 승용차 등에 대한 개소세를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30% 낮추는 내용의 소비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승용차 판매량은 지난해 말 할인 효과까지 겹치며 17만6,091대까지 껑충 뛰었다. 그러나 개소세 인하가 종료된 올해 1월 10만7,145대로 판매가 급감했다. 정부는 부랴부랴 다시 개소세 6개월 연장 카드를 꺼냈다. 이후 다시 판매량이 뛰기 시작해 14만대선을 회복했고 개소세 종료를 앞둔 6월 말 16만대까지 올랐다가 7월(잠정 집계) 들어 12만대선으로 추락했다.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이처럼 단기 부양책에 집착하는 것은 수출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나마 경기의 불씨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가 소비라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수출과 내수 모두 적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그나마 기댈 수 있는 게 내수”라며 “불씨를 꺼뜨리지 않아야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를 이어갈 수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는 저소득층의 소비를 살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구조조정으로 힘든 것은 저소득층이지만 고소득층은 자산 가격이 오르고 이자가 내려서 오히려 더 좋다”며 “저소득층 소비를 늘리겠다는 시혜적 복지정책이 아닌 노동개혁 등 내수를 키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김정곤기자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김상훈·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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