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교육콘텐츠 유통 프로젝트의 주관 사업자로 선정된 한컴그룹의 최정현(사진) 한컴커뮤니케이션 기업부설연구소장이 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이번 사업은 미래부 ‘가상현실(VR) 5대 선도프로젝트’ 중 하나로 VR·AR웨어 기반 콘텐츠, 전자책, 3차원(3D) 등 교육콘텐츠와 IT 기술을 결합한 교육 콘텐츠가 쉽게 만들어 유통할 수 있는 교육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한국의 뛰어난 교육 콘텐츠를 전세계 시장에 유통하겠다는 계획이다.
최 소장은 “뛰어난 교육 자료나 교수법 등 좋은 원천 콘텐츠를 가지고 있어도 이를 교육 시장에서 유통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하는 과정에서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콘텐츠를 유통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저작(著作) 도구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구글의 오픈 어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활용해 전 세계의 개발자들이 수백만 개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한 것처럼 쉬운 개발 도구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특히 과외, 학원, 인터넷 강의 등 사교육 시장이 발달한 우리나라의 경우 좋은 교육 콘텐츠를 가진 교수자가 많다는 것을 강점으로 봤다. 이들에게 손쉬운 저작 도구만 주어진다면 공교육부터 평생교육까지 교육 콘텐츠의 다양성과 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한컴 그룹은 지난 4월 오픈한 전자책 독립 출판 플랫폼인 위퍼블을 참여시켜 전자책 출판 도구를 제공하고 VR 환경 기반의 저작 시스템을 맡는 글로브 포인트, 시공미디어 등과 컨소시엄 형태로 팀을 꾸리기도 했다.
한컴이 내년까지 조성할 교육콘텐츠 플랫폼은 2006년 미국에서 오픈한 ‘티처스페이티처스(www.teacherspayteachers.com)’와 유사하다. 미국의 K12(미국 교육청 승인을 받은 초중고 교육과정)의 경우 각 교사들이 학습 자료를 만들어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게 하는데 각 지역에서 올라온 교사들의 교육 자료들을 사고 팔 수 있는 플랫폼이다. 교육 자료는 적게는 100달러(11만원)에서 많게는 500달러(55만원)에 거래되고 이를 통해 한 달에 수 억 원씩 수입을 올리는 교사도 생겼다.
언뜻 유사해 보이지만 구별되는 특징으로는 최 소장은 저작시스템과 ‘초연결성(Hyperconnectivity)’를 내세웠다. 티처스페이티처스의 경우 오로지 유통에 초점을 맞춰 콘텐츠를 만들고 가공하는 것은 일반 이용자에게 맡겼다. 한컴이 만드는 플랫폼은 콘텐츠만 있으면 교육 자료를 가공하는 것도 도와준다. 또 기존 플랫폼과 달리 콘텐츠를 가지고 파는 교수자와 사는 학습자, 콘텐츠를 만드는 저작자의 경계가 모호해진다는 것이다. 콘텐츠를 샀던 사람도 누구나 이를 바탕으로 저작자가 될 수 있으며 콘텐츠를 개발, 팔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기존에 한컴 오피스 등 소프트웨어에 주력하던 한컴은 최근 미래 먹거리 사업의 하나로 교육 분야를 꼽고 디지털 기반 교육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컴은 내년 말까지 상용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이를 세계적인 플랫폼으로 만드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