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핫이슈] 보호무역 강화속 가파른 원화 강세...전자·車 두달새 이익 수천억 급감

美금리인상 시점 늦어지면서

환율 1,100원대 붕괴 눈앞

원화 약세 수혜 삼성·현대차

하반기 영업익 하락 불가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선적부두에서 차들이 수출을 기다리고 있다. 원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현대자동차의 수출 전선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연합뉴스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선적부두에서 차들이 수출을 기다리고 있다. 원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현대자동차의 수출 전선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연합뉴스




올 상반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1,182원. 지난해와 비교하면 84원이나 높았다. 2·4분기 들어 원화 약세가 누그러지기는 했지만 1·4분기에는 원화 약세로 국내 기업들이 톡톡히 혜택을 봤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 같은 주요 수출업체들은 환율 상승에 최대 수천억원의 반사 이익을 거뒀다. 삼성전자가 지난 1·4분기 6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데도 환율 효과가 한몫했다. 대체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00원가량 오르면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은 8,000억원 안팎이나 늘어난다.


최근 들어 원화 강세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기업들에 다시 환율 비상이 걸렸다. 지난 6월 중순 이후 이달 초까지 두 달도 안 되는 시기에 원화가치가 달러화 대비 무려 3% 이상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고개를 드는 상황에서 환율문제까지 겹치면서 하반기 경영전망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온다.



9일 재계에 따르면 미국 금리 인상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우려로 상승세를 보였던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기업들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6월23일부터 이달 4일까지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는 3.3%나 상승했는데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5.1%)와 브라질 헤알화(4.5%), 일본 엔화(4.3%)에 이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화가치 상승(환율하락)은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악재다. 환율이 올라야(원화가치 하락) 달러화 표시 제품 가격이 낮아져 수출에 유리하고 해외에서 번 돈을 원화로 표시했을 때 매출과 이익이 늘어난다.

당장 전자업계는 손익 계산에 분주하다. 삼성전자만 해도 2·4분기 원화 강세로 약 3,000억원의 손실이 났다. SK하이닉스도 분기별 환율이 3~4% 변동하면 1,000억원 정도의 매출변동이 생긴다.


상반기 호황을 누렸던 석유화학 업체들도 최근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서 하반기 수출에 차질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폴리에틸렌(PE)과 같은 범용소재의 경우 이미 중국산 제품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있어 환율 하락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유화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급 과잉에 시달리는 고순도 테레프탈산(TPA)과 같은 제품은 수출 물량이 더욱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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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엔화 강세와 원화 약세로 환율효과를 누려왔던 자동차 업계도 민감해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올 2·4분기 원화 약세에 힘입어 1조7,618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선방했지만 하반기 환율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수익성 악화를 걱정하고 있다.

반면 항공업계는 원화 강세를 내심 반기고 있다. 원화 강세가 되면 외화차입금이 많은 업체들 입장에서는 외화환산이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 여객 수도 증가한다.

정유업계도 환율 하락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원유도입단가 부담이 낮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철강사는 상대적으로 원화 강세 흐름에서 자유롭다. 쇳물을 만드는 데 쓰는 철광석과 석회석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원화 강세가 원재료 조달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생산한 철강재 상당 부분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어 긍정적 영향이 상쇄된다는 게 철강업계 설명이다.

재계에서는 환율 하락세가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올려 외국인 투자자금이 국내로 더 들어올 수 있는 데다 미국의 경기회복이 예상 같지 않은 탓이다. 미국의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는 시장 기대치인 2.6%를 크게 밑도는 1.2%였다. 그 결과 미국의 금리 인상이 연말 이후로 더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일각에서는 연내 달러당 1,100원대는 물론 1,000원선까지 갈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내부적으로도 미국이 올 들어 우리나라를 환율조작 감시 대상국에 올려놓아 정부가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조차 부담스러워 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국산 철강에 고율의 덤핑관세를 매기면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환율까지 오르면 하반기 경영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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