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70년 한화 안주인' 김승연 회장 모친 강태영 여사 별세

남편·아들 경영활동 묵묵히 보필…교육사업에 관심

1946년 김종희 창업주와 백년가약

천안 북일고 설립에 결정적 역할

정진석 대표·박용만 회장 등

정재계 주요인사 조문 이어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모친인 아단(雅丹) 강태영(사진) 여사가 11일 별세했다. 향년 90세.


강 여사는 한화그룹 창업주인 고(故) 김종희 회장의 부인으로 슬하에 김승연 회장과 김호연 빙그레 회장, 김영혜 전 제일화재 이사회 의장을 뒀다.

지난 1927년 경기도 평택시에서 태어난 강 여사는 수원여고를 졸업하고 광복 직후인 1946년 김 창업주와 부부의 연을 맺었다. 강 여사는 이후 70년 동안 한화그룹의 안주인으로 남편과 아들의 경영활동을 뒤에서 묵묵히 보필했다. 한화 관계자는 “강 여사는 유교적 성품을 간직한 현모양처의 전형과 같은 분이었다”며 “집 안에서 큰 목소리를 낸 적이 드물 정도로 내조에 힘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강 여사는 다만 한화그룹의 문화 및 육영 사업에는 상당한 관심을 갖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한화가 1976년 충남 천안에 세운 북일고등학교가 강 여사의 작품이다. 당시 김 창업주가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고등학교를 설립하기로 결심하고 부지를 물색하고 있을 때 강 여사는 공장 부지로 사둔 천안 신부동 땅이 어떻겠냐고 남편에게 적극적으로 권유해 학교 설립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1981년 김 창업주가 59세의 이른 나이로 작고한 뒤에는 남편의 뜻을 살리기 위한 추모 사업에 몰두했다. 2년 뒤인 1983년 경기 강화군에 남편의 성공회 세례명을 딴 성디도성전을 축성 봉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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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여사의 올곧은 성품은 아들인 김승연·호연 형제의 경영활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김 창업주가 작고한 뒤 장남 김승연 회장이 한화 경영을 승계하자 재계 일각에서는 젊은 회장에 대한 불안감 섞인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강 여사는 경영에 대해서는 일절 간섭하지 않고 오직 행동으로 모범을 보였다. 남편이 소천한 후 강 여사가 한 번도 생일잔치를 열지 않았다는 것은 재계의 유명한 일화다.

김승연 회장은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03년 어머니가 희수(喜壽)를 맞을 때 온 가족이 뜻을 모아 잔치를 해드리려고 했지만 끝내 생일잔치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꺾지 못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이날 강 여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는 김승연 회장과 김호연 회장이 조문객을 맞았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서병수 부산시장 등 정계·관계·재계 주요 인사들이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박 회장은 고인에 대해 “초등학교 시절부터 고인을 알고 지냈는데 ‘용만아 용만아’ 불러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수학여행 때는 간식을 손수 싸주시던 온화한 분이셨다”고 추억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선수로 참가한 김승연 회장의 셋째 아들 김동선 한화건설 팀장과 김 팀장을 응원하러 간 첫째 아들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둘째 아들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는 이날 오후 함께 귀국길에 올랐다. 강 여사의 장지는 충남 공주시 정안면 선영이며 발인은 오는 13일 오전7시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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