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전방위 사정 휩쓸린 롯데…2분기 실적까진 선방했지만

케미칼·쇼핑·하이마트 등 5곳

영업익 9,475억…전년比 5.3%↑

정밀화학 170% 올라 깜짝 실적

계열사 CEO 줄줄이 소환·출금

M&A·해외투자 등 올스톱 우려

하반기 경영공백 본격 반영될듯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오너리스크’에도 2·4분기 양호한 실적을 내며 선방했다. 하지만 주요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최근 잇달아 검찰 소환조사를 받거나 출국금지를 당해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려워져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경영공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 9개 상장계열사 중 2·4분기 실적을 발표한 5개 계열사(롯데케미칼·롯데쇼핑·롯데하이마트·롯데손해보험·롯데정밀화학)는 총 9,47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의 8,990억원과 비교해 5.3% 늘어난 수치다. 검찰이 지난 6월10일 롯데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인 뒤 회사 분위기가 극도로 뒤숭숭했던 점을 감안하면 회사 경영은 비교적 흔들림이 적었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계열사별로 보면 화학과 금융 계열사들이 실적을 이끈 반면 롯데그룹의 전통적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유통 계열사들은 고전했다.


먼저 롯데케미칼은 올 2·4분기 6,93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은 1조1,675억원으로 역시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여수공장 정기보수에도 불구하고 에틸렌 등 주요 제품의 수익성이 개선돼 호실적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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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삼성을 떠나 롯데그룹 품에 안긴 롯데정밀화학 역시 깜짝 실적을 냈다. 2·4분기 245억원의 영업익을 거둬 전년 대비 170% 넘는 상승률을 나타냈다. 염소·셀룰로스 계열의 고부가 제품들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롯데손해보험 역시 자동차보험료 인상 등의 효과로 2·4분기 24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전년(60억원)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롯데쇼핑은 2·4분기 1,71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같은 기간 실적 감소율이 15.4%에 달했다. 매출은 7조2,303억원으로 제자리걸음을 한 반면 영업익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롯데마트와 세븐일레븐 등 소매점의 실적하락이 뼈아팠다.

문제는 하반기 이후 경영상 악재가 실적에 본격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제2롯데월드 사업을 진두지휘하던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가 6월 구속된 데 이어 그룹의 ‘재무통’으로 꼽히는 김현수 롯데손보 대표이사(부사장)와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등이 줄줄이 소환조사를 받았다. 롯데그룹 비리 의혹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비주력 계열사 CEO들도 검찰의 출금조치 등으로 발이 묶여 해외영업 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어느 나라의 어떤 기업이나 가장 중요한 계약은 CEO들이 만나 얼굴을 맞대고 사인하는 게 관례”라며 “수사당국 때문에 CEO가 현지에 올 수 없다고 하면 경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수합병(M&A)이나 해외 현지투자는 사실상 ‘올스톱’ 수준이라는 게 롯데 측 설명이다.

검찰 수사가 장기화 기미를 보이는 것도 롯데 측으로서는 부담이다. 6월 압수수색 당시만 해도 “충분한 자료를 확보해 속전속결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던 검찰은 최근 들어 “롯데 같은 해외 기업은 수사가 어렵다”는 식으로 말을 바꾸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 확대 등으로 주요 계열사들의 경쟁력 하락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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