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무색무취 → 강경' 스타일 바뀐 유일호 부총리

"한국상황, 가마솥 안 개구리" "풀무질" 등 안쓰던 비유·강한 단어 구사

간부회의서도 일일이 코멘트

추경 지연에 답답함 반영한 듯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평소 모호한 화법으로 유명한 유일호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설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어 주목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의 현 상황을 ‘가마솥 안 개구리’로 칭한 것이다. 유 경제부총리는 10일 규제프리존특별법 통과를 촉구하기 위한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현장에서는 가마솥 안 개구리를 피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국회가 규제프리존법 제정을 통해 가마솥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사다리를 만들어줄 때”라고 강조했다. 평소라면 “우리 경제, 산업계가 처한 상황이 어렵다” 정도의 발언이 나올 법했지만 한발 더 나아갔다.

지난 9일에는 추가경정예산안 통과를 위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불씨가 꺼져버린 후에는 아무리 풀무질을 해도 다시 살려내기 힘들듯이 추경 편성으로 경기를 살려야 한다”고 역설하며 ‘풀무질’이라는 비유를 동원했다. 이에 앞서 3일에는 “경기회복세가 3·4분기 들어 꺾일 수 있다”며 어려운 경기상황을 에둘러 얘기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유 부총리는 평소 강한 발언을 가급적이면 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유 부총리의 스타일에 대해 기재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경환 전 부총리는 강경한 발언을 종종 내놓아 겁이 날 정도였다”며 “유 부총리는 이와 달리 실무진에서 어감이 센 단어를 연설문 속에 넣으면 고치는 스타일”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 단어는 꼭 쓰셔야 합니다’라고 설득한 적도 몇 번 있다”고 덧붙였다. 유 부총리는 공식 석상에서도 “이 사안은 이런 측면도 있지만 반대로 저런 측면도 있다”는 화법으로 ‘무색무취’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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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법뿐 아니라 최근 행보에서도 스타일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재부 확대간부회의가 대표적이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5월24일 이후 약 3개월 만에 열린 이날 회의 분위기는 평소와는 확연하게 달랐다. 평소 같으면 실·국장들이 브리핑을 하면 묵묵히 듣기만 했던 유 부총리가 이번에는 일일이 코멘트를 했다는 후문이다. 이외에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직원 단속, 대언론 대응 방향 등에 대해서도 세심한 주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에는 휴가 중임에도 강원도 평창을 방문해 민생현장을 챙겼다.

기재부의 또 다른 고위관계자는 “추경의 국회 통과도 지연되고 답답하다 보니 발언 수위가 올라간 것 아니겠나”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일각에서는 개각이 임박하면서 부총리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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