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열악한 軍가족 주거환경 돌아볼 때다

하미경 연세대 실내건축학과 교수



최근 전방의 군 간부들의 주거시설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우리주변에서 보통 찾아보기 어려운 허술하고 황폐하기까지 한 군인아파트, 그리고 그곳에 거주하는 부인들과 자녀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우리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는, 아니 우리사회의 편견 속에서 부적절한 처우를 받는 국민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대한민국에서 군인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군인은 적으로부터 국가를 지키고 위협을 억제하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며 이를 위해 ‘자발적 위험’을 감수하는 직업이다. 우리를 대신해 위험을 무릅쓰는 군인에게 국가가 적절한 대우를 해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한때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었던 직업군인의 주거환경은 상당히 열악하다. 업무 특성상 잦은 이동으로 인한 주거 불안정, 노화 불량주거에 의한 불편함, 격오지 근무로 인한 자녀교육· 문화적 소외감 등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군 가정이 겪는 열악한 주거문제는 우리사회의 군과 그 가족에 대한 관심도를 반영한다. 현재 상황은 군인의 자부심과 사기를 꺾고 타국과 비교할 때 결국 우리의 국가적 자존심까지 상하게 하는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다음의 차원에서 접근하고 시급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


첫째, 군인가족에 대한 사회적 소외는 국민적 차원에서 해결하고 지원해야 할 문제다. 왜냐하면 이는 ‘국가수호’라는 업무 특성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거불안정성을 안고 살아가는 군인가족을 지원하는 것을 사회적 배려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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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사회적 시선의 변화를 정책적 변화로 이끌어 실질적 도움을 줘야 한다. 아직까지 우리사회에서는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일하는 군인, 소방관, 경찰 등에게 마음으로만 감사하게 만드는 불합리한 제도들이 많이 있다. 이들에 대한 감사와 배려가 실제로 주요 정책과 제도에 담겨질 필요가 있다. 특히 잦은 이동, 격오지 근무 등을 감내 해야 하는 군인의 가족을 위한 정책은 절실하다.

셋째, 군인 가정의 안정을 국가가 돌보고 책임지는 것은 복지 차원을 넘어 국방력 향상에 기여할 것이다. 최첨단 무기를 개발하고 도입하는 것은 국방력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하지만 이를 운용하고 유지하는 것은 사람, 즉 군인이기 때문이다. 남북 대결 뿐 아니라 국가간 국경분쟁이나 국방력 경쟁까지 치열한 현시대에 군인이 자부심을 갖고 국가를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다.

독일에서는 군인을 ‘제복입은 시민(Citizens in Uniform)’으로 표현한다. 직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우리 가까이에서 함께 생활하는 동료로서 군인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도 이제는 군인을 우리 삶과 무관한 특수한 사람들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해야 하는 국가수호를 맡은 이웃· 국민으로 인식하고 이해해야 한다. 군인가족의 주거환경을 국방시설의 문제로 치부하고 주거정책에서 외면할 것이 아니라 국민복지의 연장선상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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