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지상에서 함께 산다는 것> 꼬이고 꼬인 중동문제...공존서 실마리를 찾다

■주디스 버틀러 지음, 시대의창 펴냄



현대사에서 중동문제라고 하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의미해 왔다. 최근에는 이슬람국가(IS)나 알카에다, 이라크, 시리아 등에서의 전쟁에 많이 가려졌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반세기 이상을 팔레스타인 문제가 중동의 화약고였다. IS나 알카에다 테러의 많은 부분이 팔레스타인 사태의 잘못된 처리에서 나왔다.


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가이자 철학자로 불리는 주디스 버틀러의 신작 ‘지상에서 함께 산다는 것’은 바로 중동 문제의 핵심을 다루고 있다. 원제는 ‘Parting ways:Jewishness and the Critique of Zionism’으로 2004~2012년 세계 곳곳에서 강연, 발표한 글들을 2012년 엮은 것이 이번에 한국어로 번역됐다.

관련기사



버틀러는 이 책에서 ‘지상에서 함께 살아갈 사람을 고를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분명히 말한다. “우리는 우리가 결코 선택한 적이 없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게 돼 있다. 저들도 결코 우리를 선택하지 않았지만 우리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

저자는 문제의 해결을 이스라엘의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그는 이 책의 제목(원제)에서 보이는 것처럼 유대인의 유대성과 시온주의를 구분한다. 유대성은 이스라엘의 구성요소인 유대인의 역사와 특징으로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봤다. 반면 시온주의는 강력하게 비판한다. 시온주의는 1930년대 이후 유대인 민족국가 건설운동으로서 1948년 이스라엘 건국으로 결실을 맺는다. 다만 시온주의는 팔레스타인 원주민들을 배제하면서 모든 문제의 근원이 됐다.

그동안 유대인들은 나치 독일에 의해 대량 학살을 경험했다는 이유로 스스로 타자에게 가하는 고통에 무감각해 왔다. 팔레스타인 땅에 이스라엘을 건국하고 원주민을 추방하는데 가책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저자는 “지상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적대와 갈등을 동반한다. 하지만 그런 상태의 세계는 너무 끔찍하기에 우리는 새로운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2만5,000원

최수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