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봉사로 폭염 이겨내는 '액티브시니어'

하루 1~2시간 활동...삶에 활력

보람 느끼고 고독사 방지 효과도

노인 자원봉사자 3만명중 83%

"신체·정신적으로 건강해졌다"

서울노인복지센터 외국어 봉사회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13일 관광객들에게 길안내를 해주던 중 잠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우인기자서울노인복지센터 외국어 봉사회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13일 관광객들에게 길안내를 해주던 중 잠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우인기자




“Do you want to go to Gyeongbok palace?(경복궁 가시나요?)”


폭염경보가 발령된 지난 13일 오전11시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개찰구 앞. 서툰 영어발음의 한 남성이 출구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20대 외국인 남성을 불러 세웠다. 노란색 조끼를 입고 ‘volunteer(자원봉사자)’라는 빨간색 글자가 박힌 모자를 쓴 그는 지하철 안내도를 보여주며 외국인에게 가야 할 곳을 손으로 그리며 설명했다. 처음에 어리둥절해 하던 외국인의 입가에 이내 미소가 번졌다. 거구의 외국인을 웃게 한 것은 놀랍게도 70세를 훌쩍 넘긴 노인이었다. 19세에 해방을 맞은 조용서(89)씨는 “일제시대를 살면서 일본어를 배웠고 1970∼1980년대는 중동의 공사현장을 누비며 아랍어를 배웠다”며 “나이 들고 뭔가 보람된 일을 하고 싶어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다 은퇴한 강명준(77)씨에게도 봉사활동은 삶의 활력소다. 강씨는 “중학교 영어수업 때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로 지금까지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다”며 “지금은 외국어를 잘하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 일하기가 쉽지 않은데 여기선 맘껏 영어를 할 수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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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이 가동되지 않아 30도가 넘는 찜통 역사 내부의 더위도 자원봉사를 통해 자기 만족감을 맛보려는 어르신들의 노익장을 꺾지는 못했다.

최근 불볕더위가 지속되면서 폭염에 취약한 노인들은 무더위 쉼터나 집 등 온종일 실내에서 보내고 있지만 정작 전기요금 폭탄을 우려해 에어컨을 편하게 켜지 못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노인들이라고 해서 가만히 있기보다 규칙적인 활동을 하는 게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폭염에 고령자들이 활동을 자제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가장 더운 한낮 시간대를 피해 하루 1∼2시간의 활동은 괜찮다”며 “적당한 움직임이 어르신들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2015년 ‘노인 재능나눔활동 사업효과 분석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노인 자원봉사자 3만여명 가운데 활동에 참여한 후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해졌다고 답한 비율이 83%에 달한다. 또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달 3일까지 온열질환(열사병·열탈진·열경련·열실신 등)으로 사망한 사람 10명 가운데 5명이 홀로 있다가 초기 응급처치를 하지 못해 숨졌다. 즉 여름철 고독사의 상당수가 독거노인인 만큼 외부활동이 건강을 유지해주고 혹시 모를 변을 미리 방지할 수도 있어 효과가 큰 셈이다.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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