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 준비 수준이 세계 25위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기업의 진입과 퇴출도 크지 않아 역동성이 떨어지는데다 특정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경쟁국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전 10%에 육박했던 관련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도 오히려 1%대로 뚝 떨어졌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4차 산업혁명의 등장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4차 산업혁명이란 디지털·생물학·물리학 등의 경계가 없어지고 융합되는 기술 혁명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3D 프린팅과 사물인터넷(IoT), 바이오 공학 등의 기술이 융합돼 새로운 기술을 창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선 보고서는 스위스계 UBS은행이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기술 수준, 교육 수준, 인프라 수준, 법적 보호 등 5개 요소로 4차 산업혁명에 가장 잘 적응할 수 있는 국가들을 평가한 내용을 소개했다. 이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25위에 그쳤다. 스위스는 1위, 미국은 4위, 일본은 12위로 우리보다 앞섰고 중국은 28위였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의 등장으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미래 산업구조와 노동시장 변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미래의 고용 전반과 필요한 직무역량의 변화에 대해 개인과 기업·정부의 선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4차산업과 연관된 기업의 매출액 증가세 역시 크게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상장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 2006~2010년 연평균 9.7%에서 2011~2015년 1.8%로 뚝 떨어졌다. 반면 경쟁국의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오히려 높아졌다. 일본 기업들은 같은 기간 역성장(-3.0%)에서 4.3% 성장으로 돌아섰고 중국도 12.6%였던 성장세를 13.2%까지 끌어올렸다. 미국은 4.5%에서 6.5%로, 독일도 4.5%에서 5.3%로 각각 매출액 신장률을 키웠다. 이번 분석은 개별 기업의 매출액 신장률 중간값 평균으로 산출됐다.
산업의 역동성도 떨어졌다. 우리나라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의 2011~2015년 기업교체율은 14.4%였다. 퇴출률은 0.1%였고 진입률은 14.2%였다. 기업교체율은 퇴출률과 진입률의 합으로 계산해 관련 산업의 역동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반면 미국은 기업교체율이 36.6%에 달했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퇴출률(0.2%)이 비슷했지만 진입률은 22.0%로 크게 높았다. 독일의 기업교체율은 20.8%였다.
특정 산업에 의존하는 집중도도 크게 높았다.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 분야의 시가 총액 대비 비중을 보면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기술적 하드웨어 및 장비가 19.8%로 압도적으로 컸다. 정 연구위원은 “중장기적 비전이나 전략 수립 시 4차 산업혁명을 고려한 미래 변화 예측 노력이 필요하다”며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가 우선적으로 규제와 세제 등에서 기업 친화적 방식으로 전환해 투자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