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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바일스·랑게·어빈...어떤 시련도 이들의 투혼은 꺾지 못했다

올림픽은 각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4년간 갈고닦은 실력을 겨루는 메이저 스포츠 이벤트다. 금메달을 따는 선수에게 집중조명이 쏟아지지만 세계인들은 경기력에만 열광하는 건 아니다. 역경과 고난을 극복해 기적을 이룬 스토리는 올림픽 무대를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이번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도 각본 없는 감동 드라마가 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

여자 기계체조 4관왕에 오른 시몬 바일스(19·미국)에게는 ‘감동 금메달’을 하나 더 걸어줘도 될 듯싶다. 검은 피부에 신장 145cm인 바일스는 온갖 악조건을 딛고 몸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체조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출신인 그의 어머니는 약물과 알코올 중독자였다. 아버지는 누구인지조차 모른다. 외할아버지와 재혼한 사이인 새 외할머니의 도움이 컸다. 외할아버지가 막내만 입양하려 하자 외할머니는 바일스까지 키우겠다고 제안했다. 5살 때부터 체조를 시작한 바일스는 13세 때부터는 학교 대신 자택학습을 선택해 매주 32시간씩 훈련에 땀을 흘렸다. 양로원을 운영한 외조부모는 집 근처 체육관에 보내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루도 훈련을 거르지 않은 바일스는 2013년 흑인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종합에서 우승했고 지난해까지 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3연패를 달성했다. 이번 올림픽은 그의 ‘체조여제’ 대관식이었다.

암을 극복한 54세 요트선수도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산티아고 랑게(아르헨티나)는 17일 대회 요트 혼성부 나크라17 종목에 세실리아 카란자 사롤리와 함께 출전해 호주를 제치고 우승했다. 1988서울대회를 시작으로 이번에 6번째로 올림픽에 참가한 랑게는 요트 출전자 중 나이가 가장 많고 현재까지 이번 대회 최고령 메달리스트다. 2012런던올림픽을 빠졌던 랑게는 지난해 위암으로 위를 절제했지만 다시 찾은 올림픽 무대에서 첫 금메달까지 손에 넣었다. 그는 “스포츠는 내게 인내하는 법 등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면서 이번 대회 49er급 스키프에 출전한 그의 두 아들이 자신에게 다시 경쟁할 수 있도록 힘과 자신감을 줬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날 여자 원반던지기 2연패를 달성한 산드라 페르코비치(26·크로아티아)는 18세 때 의사의 오진과 수술 실패로 생사의 고비를 넘겼다. 당시 복통을 느껴 응급실에 실려간 그는 위염 진단을 받았지만 실신한 뒤 큰 병원에 가서야 급성 충수염임을 알았다. 수술이 늦은 데다 성공적이지 않아 그가 다시 원반던지기를 시작했을 때 의사가 “기적을 봤다”고 했을 정도였다. 주니어 시절 10위권을 오가던 그는 재활과 불굴의 노력으로 더 강해졌고 올림픽 2연패까지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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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수영선수 앤서니 어빈(35)은 16년 만에 자유형 50m 정상에 복귀해 화제가 됐다. 19세이던 2000시드니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 신성으로 떠오른 그지만 3년 뒤 염증을 느꼈다며 수영장을 떠났고 금메달을 경매로 판 돈을 인도양 쓰나미 희생자에게 보냈다. 한때 우울증으로 자살 기도도 했던 어빈은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에서 학위를 받는 과정에서 어린이들에게 수영을 가르치면서 자신이 수영을 사랑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2012런던대회에 12년 만에 미국 대표팀으로 발탁돼 자유형 50m 5위를 했던 그는 16년 만에 다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내가 뭔가 위대한 것을 이뤘다면 가족과 친구, 동료들이 나를 이끌어줬기 때문”이라며 주위에 감사를 표했다.

브라질 리우에서도 가장 가난한 빈민가 출신으로 유도 여자 57kg급 금메달을 따낸 하파엘라 시우바(24), 2014년 자궁암 수술을 받고 지난해 무릎과 어깨까지 다쳤지만 사이클 경륜에서 은메달을 일궈낸 레베카 제임스(24·영국), 소녀 시절 성폭행 피해 악몽을 이겨내고 유도 여자 78kg급 2연패에 성공한 카일라 해리슨(26·미국) 등도 올림피아드를 감동으로 수놓았다.

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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