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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금리에…유럽은행들 현금 보관 검토

유럽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에 부과금을 절약하기 위해 자체금고에 현금을 보관하고 있어 주목된다. /출처=이미지투데이유럽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에 부과금을 절약하기 위해 자체금고에 현금을 보관하고 있어 주목된다. /출처=이미지투데이


유럽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에 부과금을 절약하기 위해 자체금고에 현금을 보관하고 있어 주목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간) 유럽의 시중은행과 보험사들이 중앙은행에 예치한 자금의 일부를 현금으로 인출, 자체금고에 보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마이너스로 추가 금리 인하를 함에 따라 ECB에 자금을 예치하면 연간 0.4%의 부과금을 물어야 하는 데 이보다는 현금으로 찾아 대형 금고에 보관하는 편이 비용이 적게 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금까지 ECB가 거둔 부과금은 ECB가 2014년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이후 약 26억4,000만 유로에 육박한다. ECB는 경기가 더 악화될 경우 추가 금리 인하를 시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시중은행들은 더 많은 부과금을 물어야 할 수도 있다. 이에 은행과 보험사들은 어떻게든 부과금을 피하고자 머리를 싸매고 있다.

대안 가운데 하나는 중앙은행에 예치된 전자화폐를 현금으로 바꿔 자체금고에 보관하는 것이다. FT 집계에 따르면 현재 유로존에서 유통되거나 은행이 보유한 돈은 2조750억 유로(약 2,500조원)에 달한다.

실제로 세계적인 재보험사인 뮌헨 리는 수억유로를 현금으로 찾아 대형 금고에 보관하고 있다. 뮌헨리는 “시도가 성공적”이라면서 “관리 비용도 견딜만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뮌헨 리 뿐만 아니라 독일 2위 은행인 코메르츠방크를 비롯한 몇몇 독일 은행들도 이러한 ‘현금화 보관’ 방안을 검토해본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에서도 한 연금펀드가 대규모로 현금을 인출하려 시도했지만 중앙은행의 거부로 무산됐다고 전해졌다.


일부 은행들이 이러한 방안을 현실화하면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중앙은행들의 추가 금리 인하의 여지가 좁아지고, 마이너스 금리를 통한 경기부양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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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현금을 보관하고 수송하는 데는 여러 가지 비용이 발생한다. 그러나 현금을 대량으로 일시에 인출하면 수송 비용을 낮출 수 있으며, 유로화나 스위스 프랑을 고액권으로 인출하면 보관할 공간도 줄일 수 있다. ECB는 오는 2018년에 500유로 지폐 발행을 중단할 계획이어서 은행들은 200유로 짜리 지폐를 활용해야 한다. 은행들은 이에 대해 200유로 지폐를 금고에 보관하더라도 여유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현금 보관을 하게되면 강도나 지진, 기타 예상치 못한 자연재난이라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합리적인 요율로 리스크를 부담해줄 보험사들을 찾는 것도 문제다. 현금 보관의 비용을 따져봤다는 한 은행은 보험료가 보유 현금의 0.5∼1%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 ECB에 무는 부과금 0.4%보다는 높지만, 최저의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스위스중앙은행의 0.75%와는 차이가 없어 시도해볼 만 하다.

또 다른 문제는 일부 시중은행들이 현금 보관에 나선다면 지폐 유통량 역시 급증하게 되기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들이 시중은행들의 현금 보관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로존 19개국 중앙은행들뿐만 아니라 ECB도 인출 요구가 급증할 경우, 지폐를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조치들을 마련해두고 있다.

한 독일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의 현금 보관이 확산될 가능성은 없다”면서도 “다만 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의 충격에 대해 반발하는 데에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그는 “현금 쌓아두기는 그 누구에도 이득이 못된다”면서 “은행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고, 중앙은행에는 원하는만큼 추가 금리인하가 가능치 못하다는 제약으로 작용하게 되기 대문에 모두가 이를 피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정승희인턴기자 jsh0408@sedaily.com

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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