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국 경제 구조조정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FORTUNE'S EXPERT | 윤창현의 ‘글로벌 전망대’

이제 기업에 대해서는 전면적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효율이 떨어진 기존 사업부문을 정리하고 신규사업 혹은 새로운회 기를 찾는 사업 구조조정 작업을 잘 이뤄내야 기업이 겨우 살아날 수 있다.이제 기업에 대해서는 전면적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효율이 떨어진 기존 사업부문을 정리하고 신규사업 혹은 새로운회 기를 찾는 사업 구조조정 작업을 잘 이뤄내야 기업이 겨우 살아날 수 있다.


세계 경제가 어렵다. 최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까지 겹치면서 또 한 번 큰 어려움을 겪을 조짐이 농후해지고 있다. 주가하락은 멈추었지만 영국의 펀드 환매 중지 조치로 인해 금융시장은 서서히 얼어붙고 있다. 새로운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아 이제 새로운 접근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책무가 다가오고 있다.

최근 우리 경제에서 구조조정이 화두가 되고 있다. 상황이 좋을 때는 투자(invest)를 통해 수익창출을 위해 노력하지만 상황이 나쁠 때는 구조조정(structural adjustment)을 통해 방만한 몸집을 줄이는 것이 당연해진다. 물론 구조조정은 자산매각, 라인폐쇄 등 몸집 줄이기(divest)를 하는 과정을 수반하게 된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구조조정의 내용과 양식이 많이 바뀌어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우리가 겪은 위기 중 가장 큰 파장을 불렀던 외환위기의 경우 우리 경제는 다양한 구조조정을 통해 경기회복을 도모한 바 있다. 그런데 이때는 주로 재무적 조정이 중심이 된 것이 사실이다. 당시에는 세계 경제 환경이 매우 긍정적이었다. 그 시기 우리 경제가 감내해야 했던 30%에 가까운 고금리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 환경이었고, 이때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고갈되어 힘들어진 기업에 긴급자금을 지원한 뒤 자산매각 등을 통해 몸집을 가볍게 하는 경우 결과가 좋았던 사례가 많았다. 재무조정이 구조조정의 중심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는 완전히 다른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 우선 세계 경제 환경 자체가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 그 때문에 구조조정 작업도 그만큼 힘들어지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제시한 분석에 따르면 외환위기 당시의 구조조정 성공 확률은 52% 정도였다. 절반이 성공한 것이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이 확률이 32% 정도로 감소했다. 구조조정의 3분의 1 정도만 성공하고 나머지는 실패하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이제 유동성 지원 중심의 재무적 구조조정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경제 환경 자체가 힘들어지는 상황에서는 돈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광범위한 사업 구조조정까지 잘 시행해야만 겨우 성공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거시경제적으로도 큰 변화가 있었다.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팽창적 통화정책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시적으로 경기가 나빠질 경우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어서 통화 부분의 어려움을 해소해주면 경기가 회복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러한 흐름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상당 부분 바뀌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 중앙은행이 거의 예외 없이 팽창적 통화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금리가 제로가 되어도 돈을 푸는 양적완화는 물론,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한 자금에 대해 이자를 주는 것이 아니라 보관료를 징수하는 마이너스 금리까지 시행 중이다. 소위 비전통적 통화정책까지 등장했는데, 이 정책은 팽창적 통화정책의 극단적인 형태에 해당한다. 그런데 결과를 보면 기대하는 수준에 영 못 미치고 있다. 경제 체질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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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하다시피 은행들로 구성된 금융시스템은 대출과 예금을 반복하면서 통화를 창조해내는 기능을 가진다.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본원통화를 공급하면 이 돈으로 A은행은 대출을 늘린다. 이렇게 대출된 돈은 경제 내에서 순환하다가 B은행의 예금으로 유입된다. 그리고 B은행은 다시 이 예금을 기반으로 대출을 집행한다. 이처럼 예금과 대출이 반복되면서 통화량이 늘어나는 것이 금융시스템의 핵심이다.

문제는 이러한 통화창조 기능이 전 세계적으로 많이 약화되었다는 점이다. 돈이 잘 돌면 결국 물가가 오른다. 그리고 물가가 오르기 시작하면 팽창적 통화정책을 중지하면서 원상복귀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최근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거의 오르지 않고 있다. 석유 값이 떨어진 것도 원인이지만 근본적으로 돈이 잘 돌지 않고 있다. 중앙은행이 공급한 본원통화가 경제 내에서 순환이 잘 안 되고 있는 것이다. 통화승수(본원통화 한 단위가 이의 몇 배에 달하는 통화를 창출하였는가를 나타내주는 지표로, 통화총량을 본원통화로 나누어 산출한다)는 하락하고 있고 물가는 그대로이다.

어려워진 기업에 대해 유동성을 지원하고 회생을 도모하는 재무적 구조조정만으로 기업회생이 잘 되었던 시절에는 돈을 풀어 경기회복을 유도하는 팽창적 통화정책도 잘 작동했었다. 그런데 이제 글로벌 경제체제에 일대 변화가 오면서 재무적 구조조정만으로 기업을 회생시키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거시경제적으로 돈을 풀어서 경제를 회복시키기가 힘들어지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이제 기업에 대해서는 전면적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효율이 떨어진 기존 사업부문을 정리하고 신규사업 혹은 새로운 기회를 찾는 사업 구조조정 작업을 잘 이뤄내야 기업이 겨우 살아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비슷하게 경제 전체로는 돈을 찍어내어 투입하는 것은 물론 효율성이 떨어지고 경쟁력이 줄어든 기존 산업부문을 잘 조정하고 비중을 축소시키면서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한 신산업 투자 등 다양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겨우 경제가 회복 가능한 상황이 된 것이다.

이제 변화하는 환경에서는 새로운 접근이 매우 중요하다. 새로운 시도를 어떻게 해서든 가능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처럼 모든 문제점을 다 짚고 대응방안까지 마련해야 허용하는 식의 조치는 금물이다. 이제는 과거의 ‘선(先) 보완, 후(後) 조치’적 접근에서 벗어나, 일단 시작하고 문제점을 보완해가는 식의 ‘선 도입, 후 조치’적 접근이 매우 중요하다. 돈이 돌게 만들려면 새로운 시도를 장려하고 우대하는 전향적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 미시적 접근과 거시적 접근이 어느 정도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이다. 경제 전반에 걸쳐 재무적인 조정과 사업적인 조정이 미시적·거시적으로 제대로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윤창현 교수는...
▲1960년 충북 청주▲1979년 대전고 ▲1984년 서울대 물리학과 ▲1986년 서울대 경제학과 ▲1993년 미 시카고대 경제학박사 ▲1993~1994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1995~2005년 명지대 경영무역학부 교수 ▲2005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2012년~2015 한국금융연구원장 ▲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윤창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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