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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원코드로 성공한 리우...77주 앞둔 평창도 본받을만

개막부터 폐막까지 친환경 코드로 세계인에 깊은 인상

평창도 최대 강점 하나 부각 시키는 전략 필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코파카바나 해변 상공에서 바라본 예수상 뒤로 개막식이 열릴 마라카낭 주경기장이 보이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코파카바나 해변 상공에서 바라본 예수상 뒤로 개막식이 열릴 마라카낭 주경기장이 보이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은 말은 많았지만 탈은 그보다 훨씬 적었던 올림픽으로 기억될 듯하다.


개막 전 리우 올림픽을 둘러싼 전망 중 희망적인 것은 거의 없었다. 지카 바이러스와 정치·치안 불안 속에 역대 최악의 올림픽이 될 것이라는 큰 우려 속에 시작됐다. 시설 미비와 선수촌 도난사고 등 크고 작은 사건 사고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대한 불만으로까지 이어질 정도였다. 앞서 IOC는 시카고, 마드리드 등 ‘멀쩡한’ 후보 도시들을 놔두고 남미 첫 올림픽이라는 상징성을 앞세워 리우를 선정했다.

그러나 리우에 대한 혹평과 어두운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개막식부터가 신선한 충격이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2년 런던 올림픽이 선보였던 물량공세와 달리 리우 올림픽은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냈다. 기후변화의 위협을 이겨낼 공존의 길이 아마존의 나라 브라질의 목소리로 제시되자 세계인의 공감은 어느 때보다 컸다. 올림픽에 참가한 207개국을 대표하는 207종의 나무는 데오도루 지역의 한 공원에 조성된 ‘선수의 숲’에 심어져 올림픽의 유산으로 남겨질 계획이다.


리우 올림픽은 철저하게 ‘친환경’ 코드로 치러졌다. 금메달엔 수은을 일절 사용하지 않았고 동메달은 재활용 소재로 제작했다. 코파카바나 해변에 설치한 대형 오륜마크도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것이다. 시상식에선 1회용으로 버려지던 꽃다발 대신 선수들에게 리우 올림픽의 나무 상징물을 선물했고 시상대 또한 모두 수거해 가구로 활용할 예정이다. 22일(한국시간) 폐막식도 개막식과 마찬가지로 친환경을 콘셉트로 리우의 상징인 카니발을 재현했다. 런던 올림픽 개막식 비용(약 460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개막식을 치러낸 리우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폐막식엔 약 14억원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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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을 치를 때마다 개최지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경기장의 사후활용 문제다. 엄청난 돈을 들여 지어놓은 경기장이 올림픽이 끝난 뒤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일이 많았다. 리우 올림픽은 애초에 경기장 시설에 많은 돈을 쓰지 않았다. 철골 구조물 단계에서 멈춘 경기장이 상당수다. 수구경기장인 올림픽 아쿠아틱스 스타디움이 대표적이다. 외벽을 마무리하지 않은 대신 브라질의 유명 현대미술 작가인 아드리아나 바레장의 작품을 장막으로 활용해 큰 호응을 얻었다. 핸드볼 경기장인 퓨처 아레나는 올림픽 뒤 4개 학교로 탈바꿈한다.

리우가 건넨 바통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이어받는다. 개막을 77주 앞둔 평창도 리우 올림픽의 ‘원코드’ 전략을 벤치마킹할 만하다. 이희범 평창 올림픽 조직위원장은 리우 올림픽 기간 기자회견에서 “경제·환경·문화·환경·정보기술(IT) 올림픽으로 치러낼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자신감이 묻어나는 계획이지만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선 다섯 마리 토끼를 몰면서도 최대 강점 하나를 부각하는 편이 바람직해 보인다.

평창 올림픽은 내년 6월 철도 고속화 사업이 완료되면 본격적인 카운트다운에 돌입한다. 서울에서 출발해 평창 진부까지 1시간 안에 도착이 가능해진다. 리우 올림픽 기간 만난 한 일본 기자는 평창 올림픽 교통망의 진척도를 물어오며 “올림픽을 치른 뒤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면 교통망을 확충한 의미가 없어진다. 평창을 찾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게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조직위와 강원도의 과제”라고 조언했다.

강원도는 올림픽 사후활용 대상 13개 시설 중 10개 시설에 대해서는 활용 계획을 결정했지만 정선 알파인스키 경기장,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개·폐막식장에 대해선 뾰족한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2017년 9월 완공 예정으로 올림픽 기간 가장 주목받을 개·폐막식장의 활용 방안 결정이 시급하다. 총 1,226억원이 투입돼 3만5,000석 규모로 들어서는 개·폐막식장은 전체 좌석 중 1만석만 남기고 철거하기로 했다. 현재로서는 올림픽 기념관으로 활용하는 방안 외에는 구체화 된 내용이 없다. 사후활용 방안을 제때 짜지 못한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사이클 경기장이 올림픽 뒤 십수년째 방치되고 있는 추태를 평창이 되풀이해선 곤란하다. /리우데자네이루=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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