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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할 수 있다' 신드롬 일으킨 리우의 태극전사들

메달은 줄었어도 세계에 자랑할 명장면 속속 연출

양궁 사상 첫 전종목 석권, 진종오 사격 사상 첫 올림픽 3관왕

펜싱 박상영 기적의 역전 우승, 박인비 116년 만의 골프 우승

첫 남미 올림픽의 연관 검색어는 단연 ‘지카 바이러스’였다. 하지만 대회가 진행될수록 우리 사회에 창궐한 건 ‘할 수 있다 바이러스’였다. 패색이 짙은 종료 직전까지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를 되뇌며 거짓말 같은 금메달을 따낸 펜싱의 박상영(한국체대)은 ‘할 수 있다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굵은 땀방울을 쏟아낸 모든 태극전사들은 자기비하와 비관이 확산하는 대한민국에 자신감과 희망의 불씨를 선물한 영웅들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이 받아든 성적표는 금메달 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9개로 9위에 오른 2004아테네대회 이후 12년 만에 ‘10-10(금 10개 이상, 종합 10위 이내)’을 달성하지 못한 채 4년 뒤를 기약했다. 2008베이징 7위(금13·은10·동8), 2012런던 5위(금13·은8·동7)에 못 미쳐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번 대회는 세계에 자랑할 만한 명장면을 여러 차례 연출하며 할 수 있다는 도전정신을 일깨워준 ‘리우 드라마’였다.

한국 양궁은 ‘불멸의 신화’를 이룩했다. 남녀 개인·단체전에 걸려 있는 금메달 4개를 목에 걸고 돌아온 것이다. 한국 양궁은 1988서울올림픽을 비롯해 2000시드니, 2004아테네, 2012런던대회 등에서 금메달 3개씩을 따냈지만 금메달 4개를 싹쓸이한 적은 없었다. 경기장에는 도깨비 바람이 불었고 여자 대만, 남자 미국이 단체전 경쟁 상대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 한국은 천하무적이었다. 김우진(청주시청)은 예선에서 72발 합계 700점을 쏴 세계기록을 새로 썼고 최미선(광주여대)-장혜진(LH)-기보배(광주시청)가 나란히 예선 1, 2, 3위를 차지한 여자대표팀은 단체전 8연패 위업을 달성했고 김우진(청주시청)-구본찬(현대제철)-이승윤(코오롱엑스텐보이즈)의 남자대표팀은 4년 전 동메달의 아쉬움을 씻고 8년 만에 단체전 금메달을 되찾아왔다. 공동의 목표를 이룬 대표팀은 남녀 개인전에서 ‘대기만성’ 장혜진과 ‘유쾌남’ 구본찬이 2관왕에 올라 독무대를 완성했다.


‘사격의 신’ 진종오(37·KT)는 명승부 끝에 금 과녁을 명중, 사격 사상 최초이자 한국 선수 첫 올림픽 3연패의 위업을 이뤘다. 진종오는 20발씩을 쏘는 50m 권총 결선에서 초반 좀체 선두권으로 오르지 못했다. 9번째 격발에서는 치명적인 6.6점을 쏴 7위까지 떨어지며 탈락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10번째 발에서 9.6점을 기록하며 살아남은 그는 이후 무섭게 순위를 끌어 올렸다. 16번째 발에서 북한의 김성국과 공동 2위로 올라서더니 18번째에 10.2점을 쏴 1위 호앙 쑨 빈(베트남)에 0.2점 차로 따라붙었고 마지막 2발에서 기어코 역전하며 새 역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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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은 역대 올림픽 주요 역전 사례에도 남을 만한 소름 끼치는 뒤집기로 메달 색깔을 바꿔놓았다. 21살의 박상영은 펜싱 남자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42세 베테랑 게저 임레(헝가리)를 만나 막판 10대14까지 뒤졌다. 1점만 더 내주면 그대로 은메달이 확정되는 벼랑 끝 상황이었으나 이때부터 박상영은 내리 5점을 따내 기적 같은 승리로 감동을 선사했다.

태권도 남자 68kg급 동메달리스트 이대훈(한국가스공사)은 금메달급 매너로 화제가 됐다. 세계 2위 이대훈은 8강전에서 복병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요르단)에게 일격을 당해 자신의 그랜드슬램 도전이 좌절됐지만 아쉬움에 땅을 치는 대신 승자의 손을 번쩍 들어줬다. 태권도의 품격을 보여준 그는 패자부활전을 통해 동메달결정전에서 승리, 런던대회 은메달에 이어 2회 연속 메달리스트가 됐다. ‘골프여제’ 박인비(28·KB금융그룹)의 사상 첫 ‘골든 그랜드슬램’ 달성 역시 세계가 부러워 할 명장면이었다. 박인비는 올 시즌 계속된 부상과 부진 등 악재를 이겨내고 여자프로골프 4대 메이저대회 석권에 이어 올림픽 금메달까지 추가하는 신기원을 만들었다. 온두라스에 발목이 잡혔지만 최초로 2개 대회 연속 8강 진출에 성공한 남자축구, 부족한 지원에도 김연경 등의 활약으로 8강에 오른 여자배구 대표팀도 희망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했다.

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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