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1세기 기업의 현장 뛰어들기





숫자에 집착하는 디제라티 digerati 들이 고객 속으로 파고들어 그들이 일하는 것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때, 핵심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레버 Lever 창업자들은 샌프란시스코에서
구직자 추적 및 기타 인사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이 기업을 3년 전 설립했을 때, 1호 고객인 트위터에 대해 정말 속속들이 알게 되었다.

레버의 창립자 사라 나흠 Sarah Nahm과 네이트 스미스 Nate Smith는 당시 트위터 사무실에 진을 치고 업무를 수행했다. 트위터 채용 담당자들 옆에서 그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직접 보면서 근무를 했다. 나흠 바로 옆자리에서 일했던 전 트위터 관리자 크리스 쇼 Chris Shaw는 “그들은 마치 스스로가 우리 팀 소속인 것처럼 생각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나흠과 스미스는 이 경험을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기능을 추가했다. 예컨대 고객사 인터넷 브라우저 상에서 어느 웹사이트에서든 후보군 프로필을 만들어 내는 버튼이나, 사용자들에게 나중에 후보에 대해 상기시켜주는 ’반복 알람‘ 탭 기능 같은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개선이 트위터를 고객으로 계속 유지할 수 있을 만큼 빨리 이뤄지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나흠은 트위터가 계약을 해지한 것이 “우리에게 일어난 가장 최고의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최전방 사용자들이 일하는 것을 지켜볼 때에만 얻을 수 있는 중요한 통찰을 회사가 갖게 됐다” 고 설명했다.


레버는 현재 3,280만 달러 투자금을 기반으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고객 밀착 경영을 통해 계속 학습도 하고 있다. 레버 직원 80명 중 누구든 한 명은 일주일에 최소 한번씩 1,000개 고객사 중 일부 사무실 안에 진을 치고 업무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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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듬을 금과옥조로 여겨온 신생 IT기업들은 최근 전통적인 업계에서 오랫동안 행해온 사람 사이의 밀도 높은 상호작용의 가치를 배워가고 있다. 코드를 숭배하던 이들이 이젠 직원들을 ’고객들의 참호‘로 투입함으로써, 직원들이 숫자 1과 0의 조합에선 나올 수 없는 아이디어를 찾아내도록 만들고 있다. 마틴 린드스트롬 Martin Lindstrom은 “그들이 빅데이터만 갖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작은 데이터: 거대한 트렌드를 발견해내는 사소한 실마리들(Small Data: The Tiny Clues That Uncover Huge Trends)‘의 저자 린드스트롬은 그의 60개 의뢰업체에 ’고객들의 근거지에 들어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을 장려하고 있다. 그는 “당신이 무언가를 직접 목격하면, 그건 한 편의 보고서보다 훨씬 더 신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신생기업들은 이런 방식을 놀라울 정도로 많이 활용하고 있다. 레스토랑 예약용 소프트웨어 업체 리저브 Reserve의 직원 60명 중 누구든 한 명은 매일 밤 레스토랑 안에서 테이블 치우기, 설거지, 손님 맞이를 하고, 심지어 이따금씩 주방에서도 시간을 보내고 있다. 리저브의 커뮤니케이션 담당 나자 블라고예비치 Nadja Blagojevic는 직원들이 레스토랑의 근무 스트레스를 경험하면서 손님과 직원들로부터 피드백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우리 직원들이 그들을 관찰하고 질문을 하면서 우리 소프트웨어가 레스토랑 운영 흐름에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지켜보고 있다” 며 “이런 피드백이 회사의 폭발적인 성장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리저브는 18개월 만에 7개 도시로 진출했다(그러나 자사 코딩 직원이 고객사 레스토랑에서 얼마나 자주 연어를 새까맣게 태워먹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와 유사한 ‘진 치기’ 광경은 비디오 콘퍼런스 기업 하이파이브 Highfive에서도 1년에 2번씩 연출되고 있다. CEO 샨 신하 Shan Sinha는 직원 75명에게 기술 지원팀에서 근무하면서 고객들이 어떻게 장비를 상자에서 꺼내고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지 현장에서 직접 지켜보라고 지시했다. 그 결과 소프트웨어 수정 및 마케팅 문구의 미세 조정에 대한 제안이 30건이나 접수됐다. 이 기업은 첫 해에만 1,000곳의 신규 고객을 유치했다. 신하는 “고객에게 얼굴과 이름을 들이미는 것이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디제라티 digerati : 디지털(digital)과 지식계급(literati)의 합성어로 정보사회를 이끌어가는 신흥 지식인 계층을 지칭하는 신조어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Jennifer Alsever

By Jennifer Als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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