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나씨는 코스피지수가 2,000선까지 올랐던 지난 3월 ‘리버스펀드’에 투자했다. 연초 코스피가 1,870선까지 떨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하락장이 재연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수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꾸준히 증시는 상승했고 나씨처럼 박스피 증시에서 주가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올 들어 리버스펀드에 들어온 자금은 2조원이 넘지만 정작 수익률은 이들의 기대와는 반대로 움직였다.
22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로 증시 하락에 투자하는 ‘리버스마켓’ 펀드의 유형별 수익률은 최근 6개월 동안 -8.5%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동안 코스피 상승률이 9.1%를 기록한 만큼 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개별 리버스펀드의 수익률도 코스피와 반대로 움직였다. 지수의 움직임을 그대로 역 추종하는 리버스 ETF의 수익률은 지수 상승률과 반대로 모두 -9%를 기록했다. ‘미래에셋TIGER인버스’와 ‘삼성KODEX인버스’ ETF가 6개월 동안 나란히 -8.94%, ‘한국투자KINDEX인버스’는 -8.65%로 집계됐다.
리버스 ETF에 주로 투자하는 리버스펀드들도 마찬가지다. ‘NH-아문디리버스인덱스’ 펀드가 같은 기간 동안 -8.52%를, ‘키움마이베어마켓’ 펀드가 -8.66%였다. 리버스 ETF 투자와 채권 투자를 혼합한 ‘삼성KOSPI200인버스인덱스’ 펀드도 6개월간 -8.1%를 기록했다.
올 들어 전체 인덱스 주식형펀드에서 2조3,700억원이 빠져나갈 정도로 자금이탈이 심했지만 리버스펀드만은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6개월 동안 리버스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2조8,508억원에 달한다. 에프앤가이드의 60개 펀드 유형 중 같은 기간 동안 리버스마켓 펀드만큼 자금을 모은 유형은 국내 국공채펀드(2조8,618억원), 일반 채권펀드(1조8,928억원) 정도다. 두 유형은 최근 6개월간 국내 국공채권펀드가 1.36%, 일반 채권펀드가 1.47% 수익률을 올리는 등 그나마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리버스펀드는 최근에도 자금을 끌어모았다. 최근 1개월 동안에도 리버스펀드에 몰린 자금은 1조4,248억원에 달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는 수년간 이어진 박스권 장세 때문으로 분석한다. ‘올라봤자 2,100’이라는 인식이 굳어지다 보니 코스피가 2,000선만 넘어도 환매하거나 리버스 투자에 나선다는 것이다. 특히 6월 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로 인한 증시 변동도 리버스펀드로의 자금 유입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경우 리버스 투자자들도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최근 일각에서는 반대 전망도 조금씩 제기되고 있다. 지난 12일 약 10개월 만에 코스피가 2,060선을 돌파하면서 박스권 상단을 뚫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는 탓이다. 유동완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유럽·일본·중국 등 각국이 유동성 확대에 동참 중인데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좋다”며 “3·4분기에도 기업이익 등이 양호하게 나온다면 올해는 박스권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