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친구의 추천으로 카카오(035720)톡 주식 오픈채팅방에 가입한 직장인 조모(31)씨는 방장의 ‘묻지마 추천’에 주식을 샀다가 낭패를 봤다. 미공개 정보라는 말에 현혹돼 주식을 산 조씨는 주가가 폭락한 후 방장의 투자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못 믿겠으면 나가라’는 식으로 윽박지르는 말에 채팅방을 탈퇴했다. 채팅방에 있던 사람들이 방장을 ‘전문가님’이라고 부르지만 정작 그가 진짜 전문가인지 정체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22일 카카오에 따르면 현재 ‘주식’이나 ‘증권’ 등의 태그를 이용해 개설된 오픈채팅방은 450~500개에 달한다. 오픈채팅방은 휴대폰 번호나 카카오톡 아이디를 사용하지 않고 링크만 알면 누구나 익명으로 입장할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이다. 아이디, 프로필 사진 등 개인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없어 주로 특정 제품·사이트의 홍보 등을 위해 주로 사용된다.
문제는 조씨처럼 주식 오픈채팅방에서 미공개 정보를 통해 투자자들이 현혹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를 자칭하는 사람들이 개인 투자자들에게 미공개 정보로 미끼를 던진 후 선행매매·통정매매 등의 불공정거래를 일으켜도 피해 보상은커녕 항의도 할 수 없다. 한 개인투자자는 “방장이 선행매매를 한 뒤 주가가 오르면 채팅방을 나가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해 소셜트레이딩서비스(STS)를 통해 전문가가 불공정거래를 하다가 적발된 사례가 있었지만 오픈채팅방은 금융당국의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한국거래소는 오픈채팅방을 이용한 불공정거래를 단속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히며 손을 놓고 있다. 오픈채팅방이 소규모인데다 폐쇄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해당 방에 속한 투자자의 제보 없이는 단속이 힘들다는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하루에 수천 개의 글이 올라오는 오픈채팅방에 거래소 직원이 일일이 들어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카카오톡의 경우 과거 감청 논란도 있었던 만큼 무작정 오픈채팅방의 내용을 우리가 살펴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