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포춘 500 ¦ 켄 셔놀트의 '배수진'

장기집권: 15년 동안 CEO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셔놀트는 미국 주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다. | 나이 65세 | 1981년 아멕스에 입사했다 | 1997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 2001년 회장 겸 최고경영자로 임명됐다 | 2015년 연봉 2,200만 달러장기집권: 15년 동안 CEO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셔놀트는 미국 주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다. | 나이 65세 | 1981년 아멕스에 입사했다 | 1997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 2001년 회장 겸 최고경영자로 임명됐다 | 2015년 연봉 2,200만 달러


.장기 집권하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American Express(이하 아멕스)의 최고경영자는 얼마 전까지 은퇴수순을 밟고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후계자가 사망하고 월가가 그의 전략을 문제삼자 회사의 주가가 급락했다. 과연 그는 은퇴 전까지 투자자의 마음을 되돌리고, 아멕스의 병폐를 고칠 수 있을까?

아멕스 기업 프로파일
RANK 85
매출:
344억 달러
이익: 52억 달러
직원 수: 5만 4,800명
총 주주 수익률 (2005~2015 연평균): 4.6%





역사적 경매: 중국 갑부 리우는 지난해 11월 경매에서 모딜리아니의 유명 누드화를 1억 7,040만 달러에 구입했다. 대금은 아멕스 카드로 결제했다.역사적 경매: 중국 갑부 리우는 지난해 11월 경매에서 모딜리아니의 유명 누드화를 1억 7,040만 달러에 구입했다. 대금은 아멕스 카드로 결제했다.


택시기사 출신인 체인 스모커 리우 유키안 Liu Yuqian(52)이 모딜리아니가 1917년 그린 캔버스 유화 작품 ‘누워있는 누드(Nu Couche)’를 지난해 11월 1억 7,040만 달러라는 엄청난 고가에 낙찰 받았을 때, 이 중국 갑부는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낙찰가가 그림 경매 사상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이기도 했지만, 그가 그림 구매 대금을 아멕스 카드로 지불했기 때문이었다.

리우는 자신의 블랙 아멕스 익스프레스 센투리온 American Express Centurion 카드-아멕스의 VVIP 카드다-뒷면에 적힌 800번으로 전화를 걸어 그의 특별한 구매에 대한 신용 승인을 요청했다. 한 개인이 신용 카드로 구매한 단일 거래로는 가뿐하게 최고가를 경신한 금액이었다(아멕스는 개인 구매에 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고, 리우도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카드 마일리지를 고려하면, 리우와 그의 가족은 앞으로 비행기 일등석 요금을 낼 필요가 없을 듯하다. 리우의 아내 왕 웨이 Wang Wei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1년 이내에 카드 대금을 납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만약 선불로 결제해야 한다면, 우리에게도 다소 부담이 될 것이다. 그 정도의 현금을 누가 갖고 있겠는가”라고 반문을 하기도 했다.

주식과 부동산 투자로 큰 재산을 모은 리우가 아멕스 카드로 사치스러운 작품을 결제한 건 그 거래가 세 번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014년 ‘닭잔(Chicken Cup)’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500년 전 명나라 시대 도자기 찻잔 구매하기 위해, 자신의 센투리온 카드로 3,600만 달러를 결제하기도 했다(블룸버그에 따르면, 리우는 그 구매로 2,800만 항공 마일리지를 쌓았다). 그는 2015년 3월에도 티벳 실크로 그린 15세기 탕화(불교 신들을 묘사한 태피스트리 Tapestry *역주: 여러 가지 색실로 그림을 짜 넣은 직물)를 구입하기 위해 아멕스 카드로 4,500만 달러를 긁은 적이 있다.

독자 여러분은 그가 마일리지를 쌓는데 집착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리우의 모딜리아니 구입에는 한 중국 갑부의 사치행위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최근의 이 사례는 아멕스 카드의 브랜드 파워와 명성, 그리고 상류층이 오랫동안 아멕스 카드를 ‘탐스러운 소유물’로 인식해왔다는 점을 대중들에게 상기시켰다. 그런 의미에서 아멕스와 장기 집권 중인 켄 셔놀트 Ken Chenault CEO가 반길 만한 긍정적인 일화라고 할 수 있다. 셔놀트와 회사 모두에게 끔찍한 한 해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8개월은 켄 셔놀트의 커리어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을 것이다. 2015년 초만 해도 주당 95달러-시가총액이 거의 1,000억 달러에 근접했다-에 거래됐던 주가가 그 후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잇단 목표주가 하락 여파로 51달러까지 급락했다. 최근에는 주가가 약간 올라 65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그럼에도 아멕스는 지난해 다우존스 평균지수에 속한 주식 가운데, 3번째로 많이 하락한 종목이었다. 반면 경쟁사인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평균 지수 수익률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아멕스의 시장 가치는 여전히 최고점 대비 400억 달러나 하락한 상태다.




승계 스토리: 1998년 셔놀트 사장이 하비 골럽 아멕스 최고경영자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셔놀트는 2001년 골롭으로부터 CEO 자리를 넘겨 받았다.승계 스토리: 1998년 셔놀트 사장이 하비 골럽 아멕스 최고경영자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셔놀트는 2001년 골롭으로부터 CEO 자리를 넘겨 받았다.


철옹성 같던 셔놀트 제국이 잇따라 우를 범하며 매도세가 이어졌다. 우선 이 대형 카드사는 지난해 2월 높은 수익성을 자랑하던 코스트코와의 공동 브랜딩 독점 계약을 16년 만에 상실했다. 같은 달 아멕스는 법무부와의 반독점 소송에서도 패소했다. 점주들이 소비자들의 결제 수단으로 아멕스 카드를 사용하도록 강요한 것이 시장 경쟁을 해치는 행위인지를 판단하는 소송이었다. 수 년 간 셔놀트는 합의를 거부했다. 비록 항소심 판결이 아직 내려지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아멕스가 한때 신성불가침처럼 보였던 거래수수료-한 건당 2.5달러-를 낮추기 시작하면서 비자와 마스터카드의 거래수수료인 2달러에 근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힘겨운 상황은 더욱 비극적으로 악화됐다. 작년 5월, 회사 전용기를 타고 도쿄에서 집으로 향하던 당시 52세였던 에드워드 길리건 Edward Gilligan-아멕스 사장이자 셔놀트의 명백한 후계자였다-이 혈전으로 갑자기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셔놀트와 경영진에게 슬퍼할 시간조차 많지 않았다. 몇 개월이 지나고, 지난해 8월 110억 달러를 운용하는 밸류액트 캐피털 ValueAct Capital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매니저 제프 우벤 Jeff Ubben이 아멕스 지분을 인수하면서 배후에서 강력한 변화를 촉구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월가에선 한 가지 의문이 일기 시작했다: 아멕스가 방향을 잃은 것일까?

2001년 이후 회장과 CEO를 겸하고 있는 셔놀트(65)에게, 자신의 전설적인 커리어가 이런 식으로 끝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보도인 Bowdoin 대학과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그는 1981년 아멕스에 입사했다. 이 같은 오랜 경력을 통해 그는 미국 금융 회사에서 가장 오랜 기간 최고경영자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그는 올해 포춘 500대 기업에 포함된 다섯 명의 흑인 CEO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당초 계획은 셔놀트가 고급 사무실에서 몇 년 더 승리를 맛본 뒤 2019년쯤 길리건에게 공식적으로 자리를 물려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다시 현장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경험한 일들 중에서도 가장 심한 압박을 받는 시점에 회사 고삐를 다시 쥐게 된 것이었다(언론과의 인터뷰에 거의 응하지 않았던 셔놀트는 이번 기사 관련 인터뷰 요청도 거절했다).

아멕스는 자본 조달을 통해 몸집을 키운 동종업계 경쟁사들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더욱 민첩한 ‘핀테크’ 신생기업들로부터도 심각한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이들은 과점상태의 카드 업계 내에서 특정 분야를 점점 더 집요하게 파고 들고 있다. 아멕스는 경쟁이 적어 고수익을 낼 수 있었던, ‘기름칠 잘 된 기계’처럼 굴러가고 있었다. 월가는 동종업계보다 더 많은 주가이익배수(Earnings Multiple)를 적용하며 아멕스의 기업 가치를 높이 평가해왔다. 그러나 2008년 금융 위기가 시작되자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아멕스는 매우 치열한 경쟁구도와 강력한 규제라는 급변하는 환경에 내몰렸다. 상당한 긴축 기조를 유지했음에도, 아멕스의 이익 마진은 계속 줄어들고 있었다.




길리건(오른쪽·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최고경영자와 함께)은 지난해 갑자기 사망하기 전까지만 해도 셔놀트의 확실한 후계자였다.길리건(오른쪽·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최고경영자와 함께)은 지난해 갑자기 사망하기 전까지만 해도 셔놀트의 확실한 후계자였다.


셔놀트는 현재 두 가지 당면 과제를 안고 있다. 하나는 아멕스를 성장 지향적인 길로 인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후계자를 찾는 것이다. 물론 셔놀트가 이런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선 이사회의 허락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이사회가 셔놀트의 은퇴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루머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사회와 가까운 한 소식통은 이런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이사회가 켄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셔놀트의 최고 지지자는 아멕스 이사회 멤버가 아니라, 의도치 않게 회사 최대주주로 떠오른 인물이다. 바로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이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2016년 연례보고서에서, 버핏은 진행 중인 아멕스의 자사주 매입 때문에 아멕스 지분이 14.8%에서 2015년 15.6%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버크셔 해서웨이 포트폴리오 ‘빅 4’에 속한 장기 투자 회사들(코카콜라, IBM, 웰스 파고)처럼, 아멕스도 “능력 있고 주주친화적인” 최고경영자가 “훌륭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버핏이 그렇게 후한 평가를 내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12억 8,700만 달러에 매수한 아멕스 주식 1억 5,160만주의 가치가 지금은 100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버핏의 지지는 단기적으론 셔놀트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경영자의 신뢰를 등에 업은 셔놀트(작년 연봉은 2,200만 달러였다)는 이론적으론 자신의 자리를 영원히 지킬 수 있다. 아멕스 최고경영자에겐 강제적인 은퇴 연령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점점 더 가열차게 디지털 경제로 변모하는 현시점에서, 셔놀트에겐 여전히 아멕스의 역할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하는 책무가 주어져있다. 그가 현재 그럴 만한 에너지를 가졌는지에 대해 월가의 회의론이 이처럼 팽배한 적은 없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그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그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셔놀트가 지난 1월 월가 애널리스트들과 가진 아멕스의 2016년 콘퍼런스 콜에 참여하는 결정을 내린 데에서 찾을 수 있다(그가 수 년간 굳이 하려고 하지 않았던 일이다). 투자업계가 아멕스와 셔놀트에 대해 가졌던 많은 우려들이 1월 21일 화상 회의-주 목적은 2015년 4분기 회사 실적을 체크하는 것이었다-에서 집중 거론됐다.

낙관적인 실적 발표를 기대하는 이는 없었다. 셔놀트가 마지막으로 실적 콘퍼런스 콜에 참가한 것은 2013년 1월이었다. 당시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던 아멕스는 총 6만 3,500명 직원 가운데 5,4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현재 전세계 직원 수는 5만 3,500명이다). 일부 대형 투자자들은 아멕스가 다시 한번 비관적인 실적 발표를 한다면, 셔놀트가 직접 그 발표를 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래서 셔놀트가 직접 나선 것이었다.

셔놀트는 곧바로 회사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공동 브랜딩 기회가 기대만큼 좋은 수익성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매장 수수료에 대한 “경쟁적인 인하 압박”과 고객에 대한 “출혈 경쟁”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유가 하락과 달러 강세를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그는 회사가 최근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도전”에 직면했지만 “심각성을 인지”해 문제 해결에 나섰고, 어느 정도 가시적 성과도 거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셔놀트는 또 아멕스가 10억 달러 규모의 비용절감 조치에 착수했으며, 거기엔 4,000명의 직원 감원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셔놀트는 2016년과 2017년 이익 전망치가 이전보다 낮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오토노머스 리서치 Autonomous Research의 애널리스트 크레이그 모러 Craig Maurer는 아멕스의 ‘지는 별(fading star)’인 셔놀트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했다. 그는 셔놀트에게 “전통적으로 다른 경쟁사들보다 더 높은 가치를 인정 받아온 아멕스의 사업 모델을 어떻게 장기간 유지할 수 있었나”라고 묻기도 했다.


셔놀트는 순간의 주저함도 없이 아멕스가 그 특별한 가치를 평가 받았던 이유를 하나씩 짚어갔다. “고객들이 아멕스 카드를 더 많이 사용하도록 하고, 그에 따라 점주들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는 ‘소비 중심적(Spend-Centric)’ 모델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는 매우 중요하다. 회사 매출의 대부분이 그 점주들이 지불하는 수수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아멕스 입장에선 미국 중소기업에 대한 서비스도 전망이 밝은 분야다. 이들은 연간 4조 8,000억 달러를 지출하는데, 현재 그 금액 중 10%만을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셔놀트는 모러에게 ‘공동 브랜딩 경제’ 가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그 부분에 대해 크게 개의치는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애널리스트들이 제기한 거의 모든 질문에 답했지만, 주요 우려에 대해선 매우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결제 및 거래 분야에서 매우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 사람들은 우리가 가진 사업 포트폴리오의 범위와 사용할 수 있는 수단들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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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은 셔놀트의 설명에 크게 공감하지 않았다. 다음 날 아멕스의 주가는 13%나 떨어졌다.

모든 혼란에도 불구하고, 올해 포춘 500대 기업 순위에서 85위를 차지한 매출 344억 달러 규모의 아멕스는 결코 추락하는 기업이 아니다. 실제로 아멕스는 에비타 Ebitda(이자, 세금, 감가상각비용 차감 전 이익)가 30%를 넘을 정도로 놀라운 실적을 기록한 대기업이다. 월가 은행들에게 자기자본이익률(Return On Equity) 25%는 꿈의 실적인데, 아멕스는 이 수치를 2015년 이미 달성했다. ROE 10%가 넘는 월가 은행들은 몇 년째 없었다(1분기에 모건 스탠리는 6.2%, 골드만 삭스는 6.4%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한때 다른 업체들과 차별화됐던 아멕스의 경쟁우위-매달 카드결제대금을 지불하는 최고 부자층에 대한 장악력-가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펜하이머 앤드 컴퍼니 Oppenheimer & Co의 애널리스트 벤 치튼든 Ben Chittenden은 “아멕스는 수 년간 ‘자동운항 모드’처럼 저절로 굴러가며 큰 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어느새 우물 안 개구리가 됐다”고 지적했다. 아멕스는 오랫동안 부유층 고객들에게 여러 혜택과 저금리를 제공하고, 대신 그 고객들과 상인들로부터 연회비를 챙겼다. 반면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중상층 고객을 기반으로, 할부거래 등 여신잔액(Credit Balance)에 대한 이자를 받았다.

지금 아멕스와 경쟁사들의 사업 모델은 점점 닮아가고 있다. 금융 위기 이후, 규제당국은 한 때 큰 수익을 냈던 대형 은행들(상당수가 대형 신용카드사다)의 부대 사업들을 금지해왔다. 그 결과 신용카드 사업 확대가 사라진 수익을 만회할 수단으로 떠올랐다.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현재 아멕스의 부유층 고객을 공략하고 있고, 아멕스는 신용도가 낮은 고객을 점점 더 많이 끌어들이고 있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제이피 모건 체이스는 현재 아멕스와 정면승부를 벌이고 있다. 이 회사는 연회비 595달러 짜리, 대략 1,000달러 가치를 가진 팔라듐과 금으로 만든 팔라듐 Palladium 카드를 선보이고 있다. 팔라듐 카드는 아멕스의 최고급 카드가 항상 약속하는 프리미엄 호텔 이용권과 공항 라운지 이용권 등을 제공하고 있다. 체이스는 보상 프로그램도 강화했다. 비자의 거래처리 네트워크 비자넷 VisaNet을 10년간 임대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아멕스의 기술 인프라를 일부 복제하기도 했다.

공동 브랜딩 신용카드 시장에서도 새로운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 신용카드는 은행과 점주가 공동으로 만든 소매업 특화 카드로, 매장에서 사용할 때 보상혜택이 주어진다. 물론 다른 곳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가열된 경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아멕스와 대형 할인매장 코스트코의 결별이다. 아멕스는 코스트코의 거의 모든 매장인 700곳에서 16년 동안 독점적 지위를 누렸다. 코스트코는 지난해 아멕스에게 700만 명의 카드 회원(전체 회원의 약 10%)을 공급했다. 구매 금액은 760억 달러, 대출금은 120억 달러에 달했다.

코스트코는 6월 20일부터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코스트코 애니웨어 시티그룹 비자 Costco Anywhere Citigroup Visa 카드를 고객들에게 발송하기 시작했다. 코스트코와의 계약이 끝난 아멕스는 대출 사업부를 시티그룹에 매각하면서 10억 달러의 자본 이득을 챙겼다. 하지만 코스트코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던 연 매출과 이익을 메우긴 힘들 전망이다. 최근 메리어트 호텔의 스타우드 호텔 인수로 스타우드와 아멕스의 공동 브랜딩 카드의 미래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월 콘퍼런스 콜이 진행된 같은 날, 밸류액트의 우벤은 “아멕스 보유 지분을 매도하기로 결정했다”며 “더 이상 회사에 변화를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뉴스는 대대적으로 언론에 보도됐다(그 후 그는 지분 전부를 매도했다고 밝혔다). 우벤은 지난해 8월 “밸류액트가 주당 평균 매수가 75달러에 총 10억 달러 규모의 아멕스 지분을 획득했다”고 발표한 바 있었다.

빌 애크먼 Bill Ackman, 칼 아이컨 Carl Icahn, 스타보드 밸류의 제프 스미스 Starboard’s Value’s Jeff Smith, 그리고 서드 포인트의 댄 롭 Dan Loeb of Third Point 같은 행동주의 투자자들과는 달리, 우벤은 공개적인 변화 요구를 통해 최고경영자를 괴롭히지 않았다. 그러나 뒤에서 조용히 움직인다고 해서 비효율적으로 일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많은 이들은 스티브 발머 Steve Ballmer가 마이크로소프트 CEO에서 밀려난 이유로 우벤을 지목하고 있다.

우벤은 배후에서 셔놀트를 설득, 회사의 내재가치를 끌어 올릴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하도록 유도했다. 그들은 비용을 줄이고, 고객의 소비 습관을 분석해 실시간 할인을 제공하는 등 ‘데이터 마이닝’을 강화하는 방법을 논의했다. 우벤은 데이터 마이닝이 아멕스가 더 잘할 수 있는 분야라고 믿었다(그는 이 부분에 대한 코멘트를 거절했다).

우벤의 목표 중에는 아멕스의 리볼빙 대출 사업 중단 및 대출 사업부 매각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멕스와 달리 온라인 거래에 강한 페이팔 PayPal 같은 기업의 인수도 옵션이었다. 그 밖에도 그는 비용 절감에 더 집중하기를 원했다. 우벤의 생각을 잘 아는 한 측근은 “기업 구조조정은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정말 공격적인 최고경영자가 나서야 하고, 변화에 관심이 있는 이사회의 지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멕스 지분 15.6%를 소유하고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은 셔놀트에 대해 “능력 있고 주주친화적인” 최고경영자라며 지지를 표명해왔다.아멕스 지분 15.6%를 소유하고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은 셔놀트에 대해 “능력 있고 주주친화적인” 최고경영자라며 지지를 표명해왔다.


우벤이 에너지 넘치는 경영자를 외부에서 영입할 수 있다고 생각한 점은 확실해 보인다. 앞서 언급한 측근은 “우벤이 아멕스 이사회와 함께 새로운 CEO를 선임하길 희망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셔놀트의 퇴임 시기를 정하고 나서, 제이피 모건 체이스에서 소비자 및 커뮤니티 뱅킹 부문 최고경영자를 역임한 고든 스미스 Gordon Smith 같은 뛰어난 인물을 영입해도 된다는 이사회의 암묵적인 동의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벤이 그 노력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은, 새로운 경영진을 포함해 전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버핏에게 제대로 어필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우벤은 앞으로도 자신의 길을 계속 가면 될 것이다. 하지만 그가 아멕스의 미래에 대해 제기한 문제점들은 해결되지 않은 채 많은 월가 사람들 마음 속에 여전히 남아있다. 골드만 삭스의 애널리스트 라이언 내시 Ryan Nash는 “아멕스가 매우 힘든 시간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아멕스가 존재 자체까지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시와 다른 월가 사람들은 셔놀트가 더 큰 위기의식을 갖고 전략을 재설정하기를 바라고 있다.

내시는 “다른 글로벌 금융사들처럼 아멕스도 ‘현실적 변화’에 직면해 있다”며 “이런 변화는 과거와 같은 속도로 지속 성장을 할 수 있느냐 여부를 좌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의 아멕스가 과거처럼 상징성을 지닌 위대한 브랜드인지, 그리고 역사적으로 그래왔던 것처럼 똑같은 특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셔놀트는 이 같은 논쟁에서 계속 승리할 수도 있다. 리우가 아멕스 카드로 구입한 모든 유명 미술 작품들도 회사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처한 현실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단순한 플라스틱, 그 이상의 가치]
아멕스는 부유층 카드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경쟁에 직면해 있다. 일부 고급 카드사들의 전략을 살펴본다.






▲ 아멕스 센투리온
연외비 2,500달러

극소수 초청 고객에게만 발급되는 최상위 ‘블랙 카드’다. 최초 가입비가 7,500달러나 된다. 이 카드는 부분적으로 티타늄이 사용됐으며, 델타 플래티늄 지위 같은 혜택을 포함하고 있다.






▲ 제이피 모건 체이스 팔라듐
연회비 595달러

제이피모건 프라이빗 은행 또는 체이스 프라이빗 클라이언트 고객들만 가입할 수 있다. 이 카드에는 약 1,000달러 가치의 팔라듐과 금이 들어가 있다.






▲ 마스터카드 골드 카드
연회비 995달러

마스터카드의 이 새로운 프리미엄 카드는 고객들에게 전 세계 공항 라운지 사용권과 24시간 안내 서비스를 제공한다. 카본으로 만든 이 카드는 24 캐럿 금으로 도금되어 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WILLIAM D.COHAN

BY WILLIAN D.CO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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