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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전쟁의 역사를 걷다]상륙작전 새벽 밝힌 팔미도등대…맥아더가 첫 발 디딘 그린비치

평화의 나무... 그날을 기억하는 나무...

불바다서 살아남은 수목 찾아내 스토리화

66년전 무기·군복 고이 간직한 역사관 등

한국전쟁 상흔·아픔 서린 유적들 곳곳에

인천 팔미도 정상에 있는 국내 최초의 근대식 등대를 관람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인천상륙작전에 나왔던 바로 그 등대로 지금 보수정비공사가 진행 중이다. 현재는 뒤쪽의 더 크고 새로운 등대가 항로를 밝히고 있다.인천 팔미도 정상에 있는 국내 최초의 근대식 등대를 관람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인천상륙작전에 나왔던 바로 그 등대로 지금 보수정비공사가 진행 중이다. 현재는 뒤쪽의 더 크고 새로운 등대가 항로를 밝히고 있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성공과 함께 인천의 한국전쟁 유적지를 방문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지만 일부 유적의 경우 실제 장소를 찾기는 쉽지 않다. 우선 도시개발로 많은 건축물이 사라졌다. 또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지형 자체가 변했다. 예를 들어 당시에는 섬이었던 월미도는 이제 육지 속의 언덕 정도밖에 안 된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이하 영화)’의 배경이 됐던 월미도를 비롯해 한국전쟁의 아름이 서려 있는 인천의 유적들을 찾아가 봤다.

월미공원 입구에는 104살의 ‘그날을 기억하는 나무(은행나무·높이 20m)’가 자리를 지키며 관람객을 맞고 있다.월미공원 입구에는 104살의 ‘그날을 기억하는 나무(은행나무·높이 20m)’가 자리를 지키며 관람객을 맞고 있다.


◇인천상륙작전 최대의 격전지, 월미도=인천항 가운데 우뚝 서 있는 월미산은 이 지역이 간척되기 전에는 섬인 월미도(月尾島)였다. 한국전쟁 시기에도 마찬가지다. 당시에도 가느다란 둑길로 내륙과 연결돼 있었지만 그래도 섬이었다. 하지만 그 후 60여년이 지나면서 항구와 공장·주택들로 둘러싸여 ‘월미공원’인 언덕으로 변했다. 일반에게 ‘월미도 디스코팡팡’으로 알려진 곳인 월미테마파크도 월미공원의 일부분이다. 월미공원이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이고 근처에 위락시설로 생긴 것이 월미테마파크다. 월미공원은 2001년에서야 시민에게 공개됐다. 월미공원을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이유다.


월미공원을 도는 2㎞의 산책로가 일품이다. 울창한 숲속을 걷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데 무더위를 피하는 데도 제격이다. 산책로 곳곳에는 ‘월미 평화의 나무’가 보인다. 인천상륙작전 과정에서 월미도는 말 그대로 불바다가 됐다. 영화에서 장학수(이정재 분)와 림계진(이범수 분)이 마지막 대결을 하는 곳이 바로 월미도다. 인천시가 그러한 과정에서도 살아남은 수목을 찾아내 스토리화한 것이다. 올해로 82살의 ‘치유의 나무(은행나무)’, 104살의 ‘그날을 기억하는 나무(은행나무)’, 245살의 ‘평화의 어머니 나무(느티나무)’, 100살의 ‘영원한 친구 나무(상수리나무)’ 등 일곱 그루가 현재 지정돼 있다.

정상 부근의 월미전망대에 오르면 인천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조수간만의 차를 극복하고 대형 선박이 부두에 배를 붙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천항 갑문이 바로 아래에 있다. 교과서에서 봤던 것이 실제로 눈앞에 생생하다. 월미공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공원 북쪽에 있는 ‘그린비치’ 유적이다. 이곳은 인천상륙작전 당시 상륙부대가 처음 인천에 발을 디딘 곳이다. 당시 해안이었던 지형은 지금은 너른 육지로 바뀌었고 조그마한 안내판만 그날을 증언하고 있다.

인천을 내려보는 언덕에 위치한 자유공원의 맥아더 동상. 맥아더는 월미도 쪽을 바라보고 있다.인천을 내려보는 언덕에 위치한 자유공원의 맥아더 동상. 맥아더는 월미도 쪽을 바라보고 있다.


‘인천상륙작전 기념관’의 전경. 건물 외양은 거창하나 전시물은 다소 부족해 아쉽다.‘인천상륙작전 기념관’의 전경. 건물 외양은 거창하나 전시물은 다소 부족해 아쉽다.


◇맥아더 동상이 있는 자유공원=월미공원에서 직선거리로 1.2㎞, 길을 따라 걸으면 2㎞, 30분 정도에 도달할 수 있는 곳에 인천 자유공원이 있다. 개항 시기 인천이 개발될 때부터 높은 지형과 시원한 날씨로 공원이었던 자유공원에는 인천상륙작전을 주도한 맥아더 장군의 동상이 있다. 맥아더는 눈길을 월미도를 향해 그날을 회상하고 있는 듯하다. 맥아더 동상 외에도 인천학도의용대호국기념탑 등이 있으니 찾아볼 만하다.


자유공원에서 남동쪽으로 7㎞ 떨어진 곳에 인천상륙작전 기념관이 있다. 1984년 문을 열었다고 하니 꽤 오래됐다. 2개의 실내 전시관과 1개의 야외전시관으로 구성돼 당시의 무기나 군복을 전시하고 있다. 1980년대 스타일답게 하드웨어(건물)는 거창하나 소프트웨어(전시물·행사)는 다소 부족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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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미도 새 등대 전시관에 있는 인천상륙작전 모형. 등대를 탈환한 켈로 부대원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오른쪽 유리상자에 앉은 사람이 맥아더다.팔미도 새 등대 전시관에 있는 인천상륙작전 모형. 등대를 탈환한 켈로 부대원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오른쪽 유리상자에 앉은 사람이 맥아더다.


◇“등대의 불을 밝혀라” 팔미도=인천상륙작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적으로는 팔미도가 있다. 팔미도도 일반인에게 익숙하지 못한데 이는 연안부두에서 1시간을 배를 타고 가야 하는 불편함에 더해 그동안 군사보호구역으로 출입이 통제되다가 2009년에야 개방됐기 때문이다. 영화에서처럼 켈로(KLO) 대원들이 등대에 불을 밝혀 상륙부대를 유도함으로써 역사적인 승리를 가능하게 한 장소다.

영화와 역사 설명이 없더라도 팔미도는 아름답다. 위에서 보면 ‘여덟 팔(八)’자를 닮았다고 해서 팔미도(八尾島)라고 부른다는데 섬의 정상에는 높이 8m의 국내 최초의 근대식 등대가 있다. 1903년에 세워졌고 2003년까지 실제 사용됐다고 한다. 영화에 나온 바로 그 등대다. 현재는 옛 등대 뒤쪽 26m 높이의 새 등대가 역할을 이어받았다. 북쪽으로 영종도, 동쪽으로 송도신도시, 서쪽으로 무의도, 남쪽으로는 영흥도·대부도가 보이는 서해상 가운데의 절묘한 위치가 이곳의 중요도를 말해준다.

/글·사진(인천)=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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